[모이] 농사도 잘못 지으면 빚진다?

완두콩 가격이 작년보다 두배 오른 이유는

등록 2016.05.22 10:36수정 2016.05.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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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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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환


주말인 토요일 오전에 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부랴 부랴 시골집에 왔습니다. 지난 주에 모내기를 해서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농번기인 요즘 시골 마을은 일감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눈도 귀도 밝지 않은 팔순의 아버지는 잘익은 완두콩을 척척 알아 보시고 거침없이 따십니다. 아직은 알이 들어서지 않은 것들도 많아서 잘 익은 놈만 골라 따야 합니다.

그런데 제게는 눈이 없는 걸까요? 제 눈에는 좀처럼 잘익은 완두콩이 보이질 않습니다. 아버지가 반 포대를 따는 동안 제 포대는 겨우 바닥만 채워져 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 났다고 해서 농사를 잘 짓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농사일이 힘들고 어려워 아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어릴 때부터 저에게 농사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농사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힘들다는 이유로 자신의 직업을 자식에게 대물림 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어쨌든 올해는 작년에 비해 완두콩 값을 후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봐야 완두콩 4kg에 1만 2천 원입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4kg 당 5천 원으로 올해의 절반 가격도 못받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작년에는 완두콩을 심은 농가가 많아 생산량이 폭증 했습니다. 그 때문에 가격은 폭락했고요. 작년에 가격 폭락을 경험한 농부들은 올해는 완두콩을 덜 심었습니다. 덕분에 완두콩 가격은 작년에 비해 두배로 올랐습니다.


농사도 결국 노동 이전에 경제인 모양입니다. 농사 일 자체도 힘든데 이것 저것 계산하며 농사를 지으려면 그것도 참 스트레스 일 것 같습니다.

"농사도 잘못 지으면 빚진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오늘따라 좀더 가슴 깊이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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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완두콩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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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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