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줄기의 바랑산과 월성봉

등록 2016.05.23 13:38수정 2016.05.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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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경계에 있는 대둔산(높이 878m)은 대둔(大芚)이라는 명칭이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의 험준하고 큰 산봉우리를 의미하듯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천여 개의 암봉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5월 17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대둔산 줄기의 바랑산과 월성봉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해 회원들을 태운 후 남쪽으로 향한다. 여행은 날씨와 분위기가 한몫한다. 아침부터 날씨가 맑고 늘 그렇듯 입이 즐거워 좋다. 서청주IC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 관광버스가 경부고속도로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안영IC를 빠져나와 635번, 68번 지방도를 달린다.


가까운 거리라 휴게소도 들르지 않으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달콤 회장님이 6학년 개인달리기에서 2등으로 달리던 학생이 넘어지자 모두 그 자리에 멈춰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우고 절뚝거리는 친구와 같이 결승점을 통과한 부산 기장군의 달산초등학교 체육대회를 예로 들며 회원 모두가 같이 보람을 느끼는 산행을 하자는 인사말에 이어 석진 산행대장님이 바랑산·월성봉 산행안내와 다음 산행일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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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산 정상까지 ⓒ 변종만


바랑산과 월성봉 산행은 수락리를 기점으로 수락재를 지나 정상에 오른 뒤 바랑산 정상을 거쳐 채광리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행복산악회는 8시 50분경 논산시 벌곡면 덕곡리 길가에 도착하여 영주사, 바랑산, 소서바위, 월성봉, 흔들바위, 전망대, 수락재, 깔딱재, 수락폭포, 대둔산승전탑, 수락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했다.

차에서 내려 영주사로 가다보면 바랑산과 소서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영주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일통 김청만'이라고 써있는 표석과 노인요양복지법인 영은원을 지나야 만난다. 범종루로 들어서면 극락전·명부전·삼성각이 있고, 영주사 위쪽 영은사의 대웅전을 지나면 자연석미륵불이 있다.

본격적인 산행은 영주사 앞 개울 건너편 산길로 들어서며 시작된다. 바랑산과 월성봉은 가까운 거리에 있고 중간에 내려올 길도 마땅치 않아 대부분 두 산을 연결하여 산행한다. 첫 번째 만나는 바랑산(높이 555.4m)은 산의 생김새가 바랑(걸낭, 걸망)을 닮았다고 전해오는 육산이다. 안내판이 표석을 대신하는 정상까지 한참동안 오르막이 이어지고 여러 번 로프를 잡고 오르느라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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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봉 정상까지 ⓒ 변종만


바랑산 정상 뒤편에서 산행을 시작한 덕곡리 방향을 바라보고 다시 돌아와 월성봉으로 가다보면 남쪽 산 아래로 오각형이라 펜타곤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국방부와 닮은 건축물이 수시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건물이 전국 유일의 비구니 노후 복지시설로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법계사다.


바랑산과 월성봉 사이에서 법계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봉우리가 소서바위다. 산길에서 만난 분은 바랑산보다 이곳의 생김새가 바랑을 닮았다고 말한다. 월성봉은 소서바위 건너편에 있어 고갯마루로 내려섰다 다시 힘들게 산길을 올라야 한다.

월성봉(높이 650m) 정상 옆 헬기장의 그늘에 모여앉아 점심을 먹었다. 힘든 산행하다 먹으면 다 꿀맛인데 자연 밥상에 불고기·편육·상추·고추·오이 등 먹거리가 푸짐하고, 복분자막걸리·맥주·소주 등 반주도 골라서 마시니 행복이 넘친다. 때로는 이 맛에 산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점심을 먹고 정상에 서니 건너편의 법계사와 양촌면, 소서바위와 바랑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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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바위와 멋진 소나무를 지나 ⓒ 변종만


월성봉이 월봉성, 다리성 등 성채의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 이유가 있다. 고려 때 월성봉에 자리 잡은 토적 달리의 노략질이 심하여 관군이 어렵게 토벌했다고 전하는데 이곳이 6.25한국전쟁 때는 월북하지 못한 공비와 처절하게 전투를 벌인 대둔산 월성고지 전적지다.

정상에서 가까운 능선에 언덕 밖으로 툭 튀어나온 곳이 흔들바위다. 거북이 등을 닮은 흔들바위에 올라 멋진 폼으로 추억남기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분재전시장을 옮겨온 듯 능선에서 멋진 소나무들을 연달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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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지나 수락재까지 ⓒ 변종만


이것도 나이 먹는 것인지. 요즘 자주 눈물이 나고 시력도 나빠졌다. 그래서 날씨가 맑고 조망이 좋은 날은 기분이 좋다. 수락재로 가는 내리막의 바위 능선에 대둔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대둔산은 앞뒤가 확연히 다른 산이다. 침식된 화강암 암반이 봉우리마다 절벽과 기암괴석을 이루는 앞쪽과 달리 주변의 경치가 멋진 이곳에서는 뒤편의 부드러운 육산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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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와 계단을 지나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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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폭포와 선녀폭포를 지나 ⓒ 변종만


수락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수락주차장이 가깝다. 하지만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 마천대 방향으로 계속 직진한다. 조망이 없는 이 구간이 지루하고 답답하다. 짜개봉 가기 전에 만나는 깔딱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멋진 구름다리가 협곡을 가로지른다. 월성봉은 대둔산의 명성에 가린 산이지만 구름다리에서 수락주차장 사이에 멋진 풍경을 펼쳐 놨다. 산중턱 암반위의 계단을 따라가며 멋진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수락폭포와 선녀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대둔산승전탑을 그냥 지나쳤는데도 뒤늦은 3시 10분경 수락주차장에 도착해 회원들의 뒤풀이에 합류했다. 3시 50분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석진 산대장님이 정회원 가입자를 환영하고 마무리 인사까지 했다. 늘 똑같으면 재미없다. 여행지 편의상 남청주IC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평소 꼴찌였던 용암동이 먼저 내려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은 5시 20분경 집에 도착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랑산 #월성봉 #소서바위 #수락폭포 #법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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