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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5년 5월 20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유엔창설 70주년 기념 특별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첫째, 정치적 기반으로 삼을만한 세력이 없다.
그가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친박 혹은 친노에게 업혀서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친박이나 친노에게 업혀서 가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은 떨어지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이야 그냥 중립지대에 있는 반기문이니까 여론조사 1위를 달릴 수 있지만, 막상 그에게 친박 혹은 친노의 색깔이 입혀지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비박이나 비노에게 업혀서 갈 수 있다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박은 독자 세력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비노는 안철수라는 대권 상수가 이미 자리잡고 있다.
한 가지 더. 과거 같으면 충청권 맹주를 자청하며 지역을 세력기반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친박과 친노의 기득권 싸움에 국민들이 진절머리를 내고, 안철수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지역 충성도도 결코 예전 같지 않다. 혹 충청을 기반으로 독자세력화(신당 추진) 하려고 해도 이미 제3지대에 국민의당이 있다.
둘째,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정치적 동지가 없다.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하나같이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정치적 동지가 있었다. 김영삼의 상도동 사람들, 김대중의 동교동 사람들을 빼고서라도, 노무현에게는 통추와 노사모가 있었고, 이명박에게도 이상득·최시중·이재오가 있었다. 박근혜의 경우에도 최필립·안병훈·홍사덕이라는 정치적 동지들이 있었다.
그런데 반기문에게는 그러한 인물이 없다. 다분히 이익집단 성향이 강한 친박계나 친이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도 구심점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이들 몇 명의 진짜 동지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반기문에게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은 친반기문 세력이 순도 100% 이익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과거 고건이 대권 도전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도 정치적 동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안철수에게도 같은 한계가 있지만 최소한 그는 반기문보다는 반발짝 앞서있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정치적 동지를 품고 키워냈기 때문이다.
셋째, 대권후보로서의 자질과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참으로 혹독하고 고된 시련과 인내의 과정을 겪어내야만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빨갱이'라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으며, 이명박과 박근혜는 'BBK'와 '최태민'의 망령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를 악물고 맞서 싸워서 대권을 쟁취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정치적 동지들은 온 몸을 불사르며 그것을 막아냈다.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확신이 강해서가 아니다. 혹 의혹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를 지켜내야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반기문을 둘러싼 주변(동생, 처가, 아들, 며느리, 조카 등)에서 각종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을 때에 과연 반기문은 이것을 견뎌낼 맷집이 있을까? 그리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져가며 그를 지키려고 할까? 이명박과 박근혜가 의혹을 넘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자신이 워낙 정치적으로 맷집이 강했던 탓도 있지만,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 또한 모든 것을 걸고 그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것이 정치력이고 진짜 실력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반기문이 비록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는 하나, 그러한 경험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각종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당장 6개월 안에 답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중동평화, 빈부격차, 핵확산금지, 국제인권, 해양분쟁 등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것이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걸린다고 해서 사무총장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그가 유엔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는 것도 과연 얼마나 검증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푸는 데에 있어서 과연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경험했던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따라서 지금처럼 막연한 기대를 받는 상황에서는 대선주자 1위를 달릴 수 있겠지만, 막상 각종 정치적 현안에 대해 실시간으로 입장을 밝혀야 하고, 그것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적어도 이와 같은 대한민국 정치적 프레임에 있어서 반기문은 완전히 초짜이고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물론, 말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사고방식이 국민적 공감대와 동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재빨리 인식하고 바로잡고 다시 국민에게 다가갈 정치력도 그가 갖고 있지 않다는 거다. 왜냐하면 이건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반기문을 차기 대권후보로 내세워서 정권 재창출을 하고자 꿈꾸는 친박들은 지금이라도 꿈을 깨는 것이 현명할 거다. 내가 친박이라면 차라리 이미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난 손학규, 김황식, 고건 등을 미는 쪽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거다. 정말로 다음 정권에서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싶지 않다면 보다 냉정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반기문이 대통령이 될 확률보다는 허경영이 될 확률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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