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축제 앞두고 불법포획 밍크고래 40마리분 적발

환경단체 "울산 남구청 고래고기 소비 부추겨"... 고래축제 비난

등록 2016.05.25 17:49수정 2016.05.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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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고래특구 장생포옛마을에 전시된 고래해체 모형 ⓒ 고래문화재단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4일간 열리는 '울산고래축제' 개막일(26일)을 하루 앞둔 25일, 경찰이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 검거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마다 고래축제 때면 주최 측인 울산 남구청이 행사장에서 고래고기 무료시식회를 열거나 판매를 허용하면서 환경단체가 "불법을 부추긴다"고 반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고래 불법포획 소식은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경찰은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림) 또는 좌초(죽거나 다쳐 바다에 떠다님) 등 정상적인 밍크고래만으로는 고래고기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했고, 환경단체는 "남구청이 고래축제 때 고래비빔밥, 고래곰탕 등 무료시식회를 열어 고래고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지적했다.

경찰, 적발 현장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밍크고래 40마리 상당 압수

울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새벽 6시쯤 울산 북구 냉동창고에서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판매한 총책과 식당업자 등 6명을 현행범인으로 체포, 그중 육상 운반책과 식당업주 등 2명을 구속했다. 또한 현장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밍크고래 27톤(밍크고래 40마리 상당, 시가 40억 원 상당)을 압수했다. 이 고래고기는 kg당 15만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압수한 핸드폰 통화기록 등을 근거로 통신수사 등을 통해 해상 운반선 선장과 중간 연락책 등 10명을 검거하고 그 중 2명을 추가로 구속했다"면서 "밍크고래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해 포획·판매가 금지되어 있고,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포획·중개·양도가 금지된 국제적인 보호어종"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조직은 임무를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대부분 대포폰을 사용했다. 또한 포획 후 선박을 세척하고 입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어 추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밍크고래 유통조직은 과거에는 주로 동해안에서 밍크고래를 포획해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식당에 공급해 왔으나 최근 해경의 단속으로 서해안이나 남해안까지 이동해 밍크고래를 포획해 울산, 부산의 고래전문 식당에 공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래축제가 열리는 울산 남구 장생포에는 고래고기 전문식당이 밀집해 있다.

특히 경찰은 "혼획 또는 좌초돼 경매 과정을 거쳐 유통되는 정상적인 밍크고래만으로는 고래고기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그 희소성으로 한 마리당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상당에 거래돼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며 "이 때문에 불법포획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밍크고래 포획선단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울산환경련·핫핑크돌핀스는 고래 축제 방식 비판

한편 울산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11시 30분 울산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축제의 발상 전환을 촉구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 세월 남구청장은 '학교급식에도 고래고기를 공급하겠다'거나 '솎아주기 포경 허용'을 주장했다. 또 "급기야는 고래전문식당에 번호판을 다는 것을 관광활성화라고 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번호판 "불법유통 부추겨")    

이어 "남구 고래특구 지정 이후 지난 8년간 약 120억이란 혈세로 고래축제를 해왔다"면서 "고래축제로 과연 어떤 가치를 보존하고 창출했나, 고래보호였나 아니면 고래를 통한 생태관광이었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울산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고래축제로서의 자기 정체성 찾기, 발상의 대전환이다"라면서 "그 방향은 고래생태도시로의 역사적인 전환으로, 풍부한 생태적 상상력으로 고래생태도시를 키우고 그것을 축제로 표현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를 위해선 우선 고래가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하며 고래들이 돌아오는 바다로 만드는 일에 최우선적으로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밍크고래가 완전히 법적인 보호동물이 되어야 하며, 장생포 앞바다를 해양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환경운동연합은 "고래고기의 섭취를 불허하는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장생포와 고래문화마을의 어부와 주민들에게 고래생태관광 운영권을 주고 생태 해설과 안내를 전담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이처럼 고래역사도시 울산이 고래를 눈요깃감이나 사냥감, 밥상위의 먹거리로 대하지 않고 귀중한 친구로 대할 때 비로소 신화처럼 찾아오는 귀신고래가 들끓는 곳이 되고 고래축제는 이를 확인하고 증폭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도 논평을 내고 "울산 남구는 고래축제에서 고래잡이 작살을 던지던 의식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고래모형에 물대포를 쏘는 체험행사를 한다"면서 "또한 고래밥상 홍보관에서 고래비빔밥, 고래유부초밥, 고래곰탕 등 무료시식회를 열어 고래고기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고래축제에 대한 비판을 무시한 채 올해도 과거 포경시절 추억팔이에 몰두한 고래고기축제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며 "울산이 진정한 고래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장생포 포경 전진기지 추억은 이제 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형고래들이 동해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과도한 포경 때문이며 마지막 남은 대형고래인 밍크고래 역시 과도한 포경에 따라 빠른 속도로 개체 수가 줄고 있다"며 "지난해 언론에 공개된 불법포획 밍크고래가 94마리지만, 공개되지 않았거나 적발되지 않은 불법포획 밍크고래 숫자는 이보다 몇 배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은 고래 보존을 위해 힘써야 하며 고래고기 식문화 근절로 사람뿐 아니라 고래도 함께 행복한 고래축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고래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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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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