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제사상 차리기 시민 혈세 재검토해야"

구미지역 시민단체 '박정희 뮤지컬' 등 100주년 사업 전면 재검토 촉구

등록 2016.05.25 21:00수정 2016.05.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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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재현한 박정희 밥상.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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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정희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 조정훈


경북 구미시가 오는 2017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뮤지컬 제작과 국제학술대회 개최, 기념우표 및 기념주화 발행 등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중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구미시 박정희 탄생 100주년 뮤지컬 제작 논란).

구미시는 올해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면서 기념사업TF를 신설해 담당 공무원 3명을 배치했다. 기존 박대통령기념사업계 공무원 5명을 더하면 모두 8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전담하도록 한 것이다.

구미시는 우선 박정희 뮤지컬 '(가칭)고독한 결단'을 제작하기 위해 시비와 도비 28억 원을 책정하고 오는 26일 경상북도와 구미시의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심의(각각 14억)를 앞두고 있다.

구미시는 2016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박정희 뮤지컬 제작 의도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널리 알리고 전국적으로 탄신 100주년에 대한 붐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7년 5월 초연을 목표로 하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박 대통령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관광 활성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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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2016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밝힌 박정희 뮤지컬 제작 계획. ⓒ 조정훈


이어 올해 8월 10억 원을 들여 낙동강 수상 불꽃축제를 진행하고 기념우표와 기념주화 발행, 국제학술대회 개최, 사진전시회,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굴 등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4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 구상한 구미시장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는 모두 남유진 구미시장이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시장은 지난해 열린 '제98회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 기념사를 통해 "올해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팀 보강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낙동강 수상 불꽃축제와 뮤지컬 공연, 기념우표 발행과 근대화 및 경제발전 주역을 초청한 조국근대화 주역 초청 구미투어 등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신 100주년인 2017년에는 새마을국제학술대회와 기념주화 발행, 사진과 기록물 등 시도민이 소유하고 있는 자료 전시회와 각하의 주요 휘호 및 탁본 전시회, 국제음악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거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미시는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기념행사 이외에도 다양한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성금 6억 원을 모아 높이 5미터짜리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고 생가터 복원과 추모관을 만들었다.

2012년 3월에는 58억5000만 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을 건립하고 2006년 2월부터 286억 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7만7000㎡)'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에 시작돼 2017년 마무리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면적 25만㎡)'도 87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박 대통령 생가 근처에는 200억 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도 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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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구미초등학교까지 약 6.4km를 조성한 박정희 등굣길에 박 전 대통령의 어린시절 동상을 세워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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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 박정희체육관 맞은편에 조성된 박정희 등굣길에 박 전 대통령의 어릴적 모습을 만든 동상이 세워져 있다. ⓒ 조정훈


지난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구미초등학교까지 약 6.4km에 이르는 '박정희 등굣길'도 조성했다. 박정희 등굣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구미공립보통학교를 다니던 어린 시절의 동상까지 만들어져 있다.

구미시가 이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업을 진행하자 구미지역 시민단체들이 "죽은 자의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수십억의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박정희 100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미시를 70년대의 개발지상주의 시대로 되돌리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임에도 구미시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4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법적으로 거쳐야 할 예비타당성 검토도 없이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박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의도가 남유진 구미시장이 정치적 사익을 챙기려는 사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적으로 비아냥거림밖에 되지 않을 사업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것은 남 시장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구미시는 70년대 진행되었던 박정희 개발독재 사업들을 매년 미화하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하지만 인혁당 사건 피해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추모는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시민들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박정희만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박정희 뮤지컬 제작 계획을 즉각 취소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민공개토론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박정희 10주년 사업 #박정희 뮤지컬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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