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딸', '이혼녀'... 도통 모르겠다, 이 여자

[인터뷰] 문제적 여자의 파란만장 멘탈 성장기 <다 큰 여자> 정새난슬

등록 2016.05.30 21:26수정 2016.05.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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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후배가 먼저 읽었다. 재밌다며. 의외였다. "퇴근길에 읽어보마" 집어 들고 회사를 나섰다. 집 앞까지 오는 내내 낄낄거리며 봤다. 때론 뭉클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랬는데 전화가 왔다. 인터뷰 한번 하자고. 책을 다 읽은 뒤 인터뷰 날을 잡았다. 그런데 어쩌나. 일주일은 훌쩍 갔는데 질문지는 백지상태.

이 여자, 대체 갈피를 못 잡겠다. 뭘 물어보지? 그랬는데 책의 끝, 아버지 정태춘이 남긴 글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나는 내 딸을 잘 모른다'는 첫 문장. 아버지도 딸을 잘 모르겠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 이 여자는 내가 고작 책 한 권 읽었다고 알 수 있는 여자가 애초 아니었다. 그의 딸 정새난슬이란 여자는. 정새난슬도 안다. 그러니 이렇게 썼겠지.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될 수 없는 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법이 파괴된 길고 거친 문장 같은 나. 불안하고 난폭한 욕망의 고삐를 잡고 제어하려 하지만 몇 번이고 놓치고 다치고 마는 나. 모든 일에 거듭 실패해 낙오자의 방에 갇혀서도 분주하게 서성거리며 노래하는 나. '다큰 여자'란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성장하고 싶다고 발버둥 치는 나. 이 책은 그런 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나를 알고 싶다면 한 장만 더 넘겨봐요. 그게 우리의 시작이에요'라고 독자에게 낚싯줄을 던진다. 책장을 넘기다 문득문득 궁금했다. 타투하는 여자 정새난슬, 결혼 후 이혼한 싱글맘 정새난슬,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기도까지 한 정새난슬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너란 여자'에 대한 궁금증은 지난 25일 홍대 앞 카페에서 정새난슬을 만나면서 하나씩 풀렸다. 그 모습이 그의 1%라도 될까 싶지만.

"타투하는 여자에게 여혐은 너무나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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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큰여자> 저자 정새난슬 ⓒ 콘텐츠하다


- 책이 솔직하고 재밌어서 술술 읽혔다. '프롤로그'를 읽으니, 모순으로 얼룩진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록을 시작했다는 고백이 있더라. 이 책에 쓴 글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쓰기 시작한 건가.
"엄지와 엄지로?(웃음) 사실은 대부분 페북이나 핸드폰에 누적되어 있던 글이에요. 이혼 전후에 겪었던 일 등을 노트북 펼쳐놓고 본격적으로 정리한 건 한 3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글은 예전부터 쓰긴 했어요. 임신했을 때 '고양이가 온다'라는 글을 연재하기도 했는데, 출판사 '콘텐츠하다' 대표가 그걸 보고 이거랑 나중에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면 겪는 일들을 써서 책으로 내보자 하던 게 시작이 됐죠."

- 어떤 세대에게 정새난슬은 '정태춘, 박은옥의 딸'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요즘 청년들은 그들을 잘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기소개한다면 뭐라고 하나.
"아줌마라고 하죠(웃음). 저는 저를 뭔가로 소개하는 게 좀 민망하더라고요. 어깨에 뽕 넣은 것처럼 부끄럽잖아요. 저는 집에서 애 키우고, 이혼녀고 그래요. 그러면서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하고. 엄마랑 싸우고."

- 최근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때문에 '여성 혐오 문제'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읽혀지지만,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여혐? 저는 이미 타투를 많이 하게 된 순간부터 익숙한 일이에요. 25살 때까진 완전 평범하게 살았는데 타투를 하고 달라졌어요. 그냥 이미지 그대로 부딪히면서 제가 가진 내용을 들려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피해 가지 않겠다, 정면 돌파하자. 제 기질이 좀 그런 거예요, 쳐다봐? 그래? 그럼 더 하지 뭐 이런. 성희롱 문제도 사실 너무 익숙해요. 아무 아저씨가 그냥 이유도 없이 침을 뱉고. 타투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일이 일상적이니까 문제의식이나 저항감마저도 이제는 느끼기가 귀찮을 정도예요. 오히려 그런 경험을 글로 옮길 때 분노가 치미는 편이죠."


- 말이 나왔으니, 정새난슬과 타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같다. 타투에 대해, 아니 문화적 취향과 소비 패턴에 대해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과시욕과 허영에서 시작된 거라고도 했다. 그것으로 인해 '문신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적인 발언과 시선을 경험했고.
"제가 처음 타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서브 컬처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조폭이나 야쿠자가 하는 문신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죠. 저는 그저 타투가 좋았고, 타투를 한 남자도 좋았어요. 남자친구도 타투를 했어요. 누가 내 손목 잡고 가서 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찾아서 공부도 하고. 누가 "왜 타투를 했어요?" 하고 묻는 이유는 대부분 남들의 반응, 시선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남자와 여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요. '타투한 남자'는 나중에 정신 차리고, 참한 여자 만나면 된다고 하거든요. '타투한 여자'는 시집도 다 갔고, 상품 가치 팍팍 꺾였다는 말을 듣죠."

- 결혼 전 예비 시부모님의 시선을 걱정한 대목이 그래서 재밌었다. '나 타투한 거 부모님이 아셔?" 신여성 어디로 갔는가'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
"그게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 요즘도 타투를 많이 하나. 그중에 어떤 타투가 제일 기억에 남나.
"타투의 개수는 더는 의미가 없어요. 초창기에는 의미 있는 타투가 있었는데 워낙 많이 했고... 그다음에는 그냥 예쁜 거. 기억나는 건 허벅지에 그림 뱀 타투예요. 위치를 허벅지에 했는데 그게 굉장히 잘 보이는 곳인 거죠. 그것만으로도 어떤 경계를 넘었다고 생각했어요. 이를테면 사람들이 소위 '스펙 좋은 남자'에게 시집갈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경계. 또 뱀 그림을 선택했다는 것도 (사람들이 보기에) 곱게 넘어가기 힘들었을 거라고 봐요. 뱀 타투 이후 나를 (어떤 여자일 거라고) 속단하고 나에게서 멀어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내 삶에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한 타투, 26살에 한 뱀 타투가 아무래도 제일 기억에 남아요."

- 책과 앨범을 <다 큰 여자>라는 타이틀로 비슷한 시기에 냈다. '다 큰 여자'라는 표현은 중의적 표현으로도 읽혔는데, 어떤 의미에서 이런 타이틀을 정한 건가.
"<다 큰 여자>라는 동명의 일본영화가 있어요. 30대 여성들이 결혼해서 육아하는 내용이 나오고 그러는데 내용보다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번역투라 생소한 것도 있고 반어법처럼 읽히는 것도 있고. 고군분투하는 느낌도 있고 '다 큰 여자'라고 하지만 완료가 아닌 느낌도 주고. 개인적으로는 다 큰 여자라고 할 때 애틋한 것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선언 같기도 하고."

"빨갱이의 딸은 내가 넘어서야 하는 바리케이드, 그럼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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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큰여자> 저자 정새난슬 ⓒ 콘텐츠하다


- 책에 쓴 표현 가운데, '진심일 때만 용기가 난다'는 말이, 참 와 닿더라. 결혼 그리고 엄마가 되는 그 순간도 그랬나. 이렇게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쉽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던데...
"미친듯이 사랑했으니까 결혼을 빠르게 결정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리 사랑을 증명해 보이고 싶은 수단으로 결혼을 택했던 것 같아요. '우리 사랑 이만큼이야' 막 자랑하고 싶어서. 아이는... 피임을 오래 했는데, 끊자마자 바로 임신이 됐어요. 미처 준비도 되기 전에."

- 그래서인지 출산 후 고민이 엄청나게 많았던 것 같다.
"2005년도인가 브룩 실즈가 산후우울증으로 항우울제를 먹었다고 한 것에 대해 톰 크루즈가 명상으로 극복하라 어째라 해서 논란이 되고 ,결국 브룩 실즈에게 사과한 일이 있었어요. 그때 나도 그랬죠. '브룩 실즈가 유난을 떠네, 남자가 그럴 만하네'라고. 그런데, 내가 겪어보고 나니 아니었죠."

-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까 싶은데, 페미니즘 책을 읽고 '깨어있는' 여성으로 살고자하는 여자와 일베가 동료인 남자의 결혼 생활은 언뜻 보기에도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전 남편이 눈에 띄게 가부장적인 면은 없었어요.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결혼 전과 후, 아이를 낳기 전과 후가 너무 달랐죠. 정치적인 문제는 조율 가능할 수도 있지만, 출산 뒤에 그런 문제들이 더 불거졌어요. 특히 출산 후 세월호 사건이 터졌는데, 사실 제 페북 타임라인은 청정구역이었거든요. 그런데 세월호 이후 전 남편 지인들이 노란 리본을 조롱하는 노란색 팬티 따위의 이미지들을 올리는 것을 보고 참 그랬죠. 전 남편 밴드의 지인들이 한 일인데 남편이 대신 사과할 문제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한 가지 차이가 드러나니까 나머지 문제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더라고요. 전 남편은 사람을 잃기 싫어서 비겁했던 것 같아요."

- 전 남편의 동료들이 아버지에게는 "빨갱이"라고 또 난슬씨에게는 "빨갱이 딸"이라고 했을 때는 참 슬펐을 것 같다.
"한번은 삼켰죠. '너희 아버지 어쩌고저쩌고' 그런 류의 말. 일부러 자극 하려고 하는 홍어니 어쩌고 하는 일베 용어들. 차곡차곡 쌓여있다가 아이 낳고 한 번에 터진 것 같아요. 멀리 있는 사람이라면 저런 인간들이 있지 하고 넘길 텐데... 전 남편의 태도가 가장 화가 났아요. 가족을 두둔해 주지 않는 태도에. 교정을 해보려는 노력도 했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고요."

- 그런데도 그걸 받아들이고 그 발언이 "고맙다"고 정리할 수 있는 건 '다 큰 여자'라서 가능한 건가. (웃음)
"내가 넘어서야 하는 바리케이드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빨갱이의 딸이라면, '빨갱이'에 대한 너와 나의 사전적 정의를 다르게 만들자. 그 규정에 갇혀 살 건 아니니까. 빨갱이의 딸, 그럼 어떤가, 하고."

- 그런 태도가 가능하다니, 놀랍다. 책을 보면 남편이 '자주 응석 부리지 마'라고 했던 것 같다. 책 중간 챕터 타이틀도 '응석 부리지 마'고, 심지어 '응석부리지마레코드'도 만들었다. '응석 부리지 마'라는 말에 어떤 숨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제가 그리는 그림이 대중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창작밖에 없어요. 대중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일에 대해서는 뜸을 들이는 스타일이죠. 근데 정반대의 사람을 만난 거예요. 바로 전 남편. 그의 추진력을 통해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어쩌지, 1도 안 좋아하면 어쩌지?'라며 제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표현하면 전 남편은 '응석 부리지 마'라고 했어요. 그런 타박이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그래? 좋아, 회사명으로 삼아주지'라고. 이런 식으로 제 기질이 계속 드러나는 것 같아요."

- 자기에 대한 민낯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런 걸 글로 쓰고 책으로도 냈다. 또 아직 어린 딸에게 하고픈 말도 틈틈이 적었다. 언제쯤  딸에게 이 책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글쎄요, 딸이 제 글을 읽고 특별히 반감을 보일까요? 모녀 갈등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긴 한데... 딸 서하가 '엄마, 왜 그랬어' 그러면 그건 내가 숙명으로 받아들여야지요. 아이들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눈치로 아는 것들이 있어요. 저도 어릴 적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 잘 몰랐지만, 어른들의 의도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물론 자세히 설명을 해주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뭐.

약점이라고 숨기면 정말 약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나 이혼했어'도 말하는 어투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저는 '나 이혼했어!' 이렇게 하면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타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내가 별로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역시 내 인생에 그다지 필요 없는 사람들로 여기고 말아요. 감추려고 하는 걸 감출수록 힘이 더 빠지죠.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숨기지 않고 공유하는 게 제 기질인 것 같아요."

"'싸워', '투쟁해'라고 가르치는 아버지, 잘 만났다"

- 사실 아버지 정태춘에 관한 내용은 빼고 인터뷰하려 했다. 처음엔. 그런데 책 마지막 '딸에게'를 읽는 순간, '나는 딸을 잘 모른다'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정새난슬의 자유로움의 원천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기질상으로 아버지와 너무 비슷해요. 아버지를 잘 만났어요. 엄마는 체념하라고 가르쳤어요. 딸이 안전해야 하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싸워', '투쟁해'라고 가르쳤어요.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같이 공부해 주고 들여다봐 주세요. 같이 헤매기도 하고. 아버지로서는 정말정말 훌륭해요."

- 아버지에 대한 각별함은 책에서 틈틈이 느껴지는데, 엄마랑은 뭔가가 없어 보이더라.
"엄마는 노래를 정말 잘하셨는데 결국은 '경력단절녀'가 된 거잖아요. 아쉽죠. 아빠 활동하실 때 엄마는 아빠 두루마기 들고 다니고. 아빠가 가수라기 보다는 활동가로 살았으니까 엄마의 역할이 컸던 부분도 있지만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엄마가 우리집에서 제일 가부장적이에요. 엄마는 제가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살기를 바랐어요. 같이 부엌에서 요리도 하고 그릇을 사러 다니고. 그런 엄마의 기대를 와장창 무너뜨린 거죠. 많이 부딪혔어요. 엄마는 '너는 제대로 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아요. 그저 난 요리에 관심이 없는 것뿐인데, 제가 뭔가 결격사유가 있는 것처럼 말하시고. 전 남편과의 갈등이 심할 때도 엄마는 요리책을 사다주면서, "요리를 잘하면 남자가 좋아해" 이러셨거든요."

- 소통이 잘되지 않는 엄마... 많이 힘들었겠다. 친구들은 어땠나.
"엄마에게 내가 이런 고민을 털어놨더라면 날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니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았고, 털어놓을 수 없었죠. 엄마한테 걱정과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는 자존심 상해서 말하지 않았고요. 친구들과는 추억을 공유하는 거지, 가치관은 많이 달랐거든요. 타투를 보고 '네 몸이 낙서장이냐?'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여기서 공감을 못 하고,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니까... 경계 바깥으로 나를 떠밀어야겠구나 그랬죠."

- 경계 밖으로 본인을 떠미는 것엔 위험이 따르지 않나, 불안하고.
"미드 보는 걸 좋아하는데, 뱀파이어가 나오는 미드가 있어요. 거기서 뱀파이어가 되고 난 뒤 밤에 걷는데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표현이 나와요. 제가 약간 그랬어요. 사회문화적으로 어떠하다는 것을 떠나서 타투를 통해 주술적인 힘을 많이 얻었어요. 남들이 '후까시'라고 하든 말든, 제게는 타투 그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 이혼 후 자살을 결심했을 만큼 심하게 우울했는데, 그게 한 번에 완전히 극복되나.
"극복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적막, 어둠 그 상태였어요. 그 어둠을 살펴볼 상태가 아니었죠. 그 어둠에서 빠져 나왔지만 요즘도 그때의 우울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어요. 자살 기도까지 갔던 것은 재발의 위험이 있다고 하던데... 일단 그때 내가 겪었던 고통을 알기 때문에, 다시 그런 고통이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할지, 나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조금 알게 됐다고 생각해요."

- 이제 다른 도전이 있을 것 같다.
"내 말이 튀어나와서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산문과 운문의 중간 형태의 글을 좀 더 쓰고 싶고. 막 활동을 시작한 정새난슬-어쿠스틱어드밴처 밴드를 잘 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영화를 하고 싶어서 혼자 영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길고양이에 대한. 혼자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과 작업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고, 미안해서 부탁 못하는 그런 게 있어서... 같이 작업할 때는 기가 빨리거나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 아빠랑 작업할 때는 안 그러는 것 같다.
"운동권 음악을 듣고 자랐잖아요. 아빠가 편곡하면 시작이 장엄해요. 그래서 '아빠 이건 운동권 음악이잖아'라고 해요. (이번 앨범도 아버지께서 편곡을 했던데?) 협의점을 찾았죠. 제가 가진 재능은 텃밭처럼 소박한데, 아빠는 가진 재능이 크다 보니 자꾸 소나무를 키우려고 하는 거예요. 보컬과 가사를 압도하는, '정태춘이다' 하고 드러내는 것 같은. 그래서 자주 이야기해요. 소박해야 한다고."

- 서하가 엄마 노래를 들었나.
"들었어요. 근데 정말 이렇게 말했어요. '나 이거 싫어. 렛잇고 좋아!'"

다 큰 여자 - 문제적 여자의 파란만장 멘탈 성장기

정새난슬 글.그림,
콘텐츠하다, 2016


#정새난슬 #여혐 #타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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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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