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헌법에는 없다

[주장] 입법은 국회 고유 권한...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재의만 요구할 수 있어

등록 2016.05.28 11:21수정 2016.05.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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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문회를 활성화 하기 위한 법률"에 대해 전자결재로 '재의 요구'를 재가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대통령이 입법부가 의결한 법률안을 거부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에는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권리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공포' 권리만 부여받을 뿐

대한민국 헌법에서 법률 의결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의 권한으로, 제3장 '국회' 영역에서 다룬다.

현행 헌법 제3장 제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는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여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은 '공포'의 권리만을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이 시행됨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이의서'를 붙여서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의서'를 붙이고 재의를 요구할 경우에는 국회는 재의를 붙여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 행정부로 이송될 경우 대통령은 5일 이내에 공포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을 경우는 국회의장이 공포(헌법 제53조 제6항)하도록 되었다.


즉, 법률안의 의결은 입법부인 국회의 고유 업무이자 권한인 것이다. 대통령은 입법부가 의결한 법률에 대해 의견이 있을 경우 '이의서'를 붙여 재의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

법률에 대한 재의요구도 제4장 정부(제1절 대통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3장 '국회'에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은 법률의 의결권에 대해 국회의 고유 영역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3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부가 의결한 법률안을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거부한다면 3권 분립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회에 의결한 헌법에 대한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고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권리를 부여했을 뿐이다.

제19대 국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의를 통해 의결한 '청문회 활성화 법률'이 대통령이 순방 중에 컴퓨터로 재의를 요구할 정도로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법안인지 국민 여론은 분분하다.

과연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이의서'에 무엇이라 쓸 것인지 궁금하다.
#법률안 재의 요구 #대통령 거부권 #헌법 #제53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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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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