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어르신들 웃게 만드는 '기특한 빵'

우리밀가루에 동백 분말 버무려 꽃빵 만드는 고령자 친화기업 '여수꽃빵'

등록 2016.05.30 21:22수정 2016.05.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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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가루에다 동백잎 분말과 동백씨앗에서 추출한 동백식초 등을 넣어 맛을 낸 여수꽃빵. 네 가지 색깔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 이돈삼


참 맛있는 빵이다. 동백꽃을 본뜬 겉모양부터 눈길을 붙잡더니 금세 침샘을 자극한다. 한 입 베었더니, 입안이 화들짝 반긴다. 자꾸만 손이 간다. 두 개, 세 개, 네 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은은한 동백의 향이 달달한 빵맛에 스며있다. 우리밀을 빻아서 만든 밀가루에다 동백 분말을 넣어 색다른 맛을 냈다. 이른바 '동백꽃빵'이다. 정식 이름은 '여수꽃빵'이다. 여수의 상징인 동백꽃을 브랜드화했다.


포장재에 오동도, 향일암, 거문도·백도, 여수세계박람회장 등 여수의 관광지 사진을 넣어 홍보하는 마음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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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꽃빵은 네 가지 색깔과 맛을 지니고 있다. 샛노랗게 반죽되고 있는 것은 단호박분말을 넣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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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꽃빵의 작업장 풍경. 네 가지 색깔의 밀가루반죽이 작업장의 분위기까지 화사하게 해준다. ⓒ 이돈삼


동백꽃빵은 '여수꽃빵'에서 만든다. 여수꽃빵은 전라남도의 첫 고령자 친화기업이다. 60살 넘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와 사회참여 기회를 주면서 건강한 노후를 살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인 여수 시니어클럽에서 설립했다. 보건복지부 공모 지원과 여수시의 도움을 받았다. 

꽃빵 생산은 지난 5월 1일부터 시작했다. 꽃빵은 모두 4종류로 만든다. 연분홍 빛깔로 유혹하는 빵은 백년초 분말을 넣었다. 노란색은 단호박 분말을 넣었다. 짙은 남빛을 띤 붉은 빛깔은 자색고구마를 넣은 것이다. 진한 갈색은 초콜릿 성분을 가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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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자 씨가 만들어진 꽃빵을 포장기계에 올리고 있다. 여수꽃빵은 최 씨처럼 60살 넘은 어르신들의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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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과정을 거쳐 상자에 담아지고 있는 여수꽃빵. 네 가지 색깔을 뽐내는 꽃빵이 맛갈스럽게 생겼다. ⓒ 이돈삼


네 가지 색깔과 맛의 꽃빵을 2개씩, 8개를 넣어 한 상자를 만든다. 1만 원이다. 16개를 넣어 만든 상자는 2만 원이다. 작업장에 딸린 판매장과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여수밤바다 실버카페, 백야도 선착장에서 팔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밀려드는 전화 주문이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구매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올 초부터 열심히 홍보를 한 덕분이다. 직원들이 꽃빵을 들고 진남제 등 여수시내 크고 작은 행사장을 찾아 다녔다. 맛을 본 소비자들이 대부분 주문을 해왔다.


"반응이 정말 좋아요. 지금은 만드는 즉시 다 팔려요. 앞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유통망도 확대하려고요. 그렇게 해서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늘려가야죠. 그게 여수꽃빵의 목적이고 목표입니다."

김순정 여수 시니어클럽 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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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 실장이 다 만들어진 빵을 굽고 있다. 정 실장은 제빵 분야의 베테랑으로 여수꽃빵의 맛을 만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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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꽃빵에서 부수적으로 만들고 있는 빵들. 여기서 만드는 모든 빵에는 동백 성분이 가미돼 특별한 맛을 낸다. ⓒ 이돈삼


여수꽃빵의 인기 비결은 재료의 차별화에서 시작된다. 지리산 자락에서 재배한 우리밀과 미항 여수에 지천인 동백이 만났다. 동백이파리를 빻아 만든 분말을 넣고, 동백씨앗으로 만든 식초와 동백소금, 동백청을 가미했다. 모두 여수에 사는 어르신들이 직접 담근 것이다.

계란도 노른자를 분리해 내고 흰자만 넣는다. 인공 색소나 방부제, 화학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

빵을 만드는 과정은 정승호 실장이 총괄한다. 서울의 유명 제과점에서 오랫동안 일한 30년 경력의 제빵 분야 베테랑이다. 최근자(65)씨 등 어르신들이 정 실장을 거든다.

"처음에는 시제품으로 열두 가지를 만들었어요. 시식을 통해서 여덟 가지로, 다시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네 가지로 줄였죠. 백년초꽃빵과 단호박꽃빵, 자색고구마꽃빵, 초콜릿꽃방 이렇게요. 단팥빵이나 생크림빵, 단팥생크림빵, 크림치즈빵, 바게트, 소보루도 만들고요. 모두 동백 성분을 가미해서 더 맛있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이영미 부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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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꽃빵의 동백 모양 빵 틀. 동백꽃 봉오리와 활짝 핀 동백꽃 모양의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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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 여수 시니어클럽 관장. 노인복지를 위해 일하는 시니어클럽을 이끌면서 여수꽃빵을 총괄하고 있다. ⓒ 이돈삼


"작년 여름 보건복지부의 제안공모에 선정됐어요. 어르신들이 직접 채집한 동백씨앗 추출물을 활용해서 만든 동백소금과 동백시럽, 동백식초에다 우리밀을 원료로 해서 동백꽃 형상을 본뜬 제빵 아이디어로요. 가을엔 고령 친화기업 공모안이 선정됐고요."

김순정 관장이 밝힌 '여수꽃빵'의 탄생 배경이다. 여수 시니어클럽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여수꽃빵'을 설립하고 생산설비를 갖췄다. 상표권 등록을 하고 지난 4월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가 5월부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는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서려고요. 여수시가 유치하는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요. 관광지에 판매장을 만들고, 특산품 판매와 연계해 홍보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해서 '여수꽃빵'을,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이 맛을 보고, 선물로 사가는 명품 관광상품으로 만들겠습니다."

김 관장의 포부다. '여수꽃빵'의 성공이 어르신들의 사회참여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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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꽃빵의 직원들이 방금 만든 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5월 28일 오전 모습이다. ⓒ 이돈삼


#여수꽃빵 #동백꽃빵 #여수시니어클럽 #김순정 #여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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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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