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쪽지 떼어지는 사고 현장
"박원순 시장님 꼭 와주세요"

[현장]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일어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등록 2016.05.30 16:35수정 2016.05.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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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작업을 하던 용역 직원이 목숨을 잃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에 30일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추모 쪽지가 나붙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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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작업을 하던 용역 직원이 목숨을 잃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 현장에 30일 시민들이 가져다놓은 추모 쪽지가 나붙었다. ⓒ 선대식


3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출입문. 이틀 전 이곳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19살 청년을 추모하기 위한 국화 한 송이가 놓였다. 몇몇 시민들은 종이와 포스트잇에 추모의 글을 적어 붙였다.

하지만 서울메트로 쪽에서는 철도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 포스트잇을 떼어내고 있다. 대신 승강장 아래층 역무실 벽면에 추모의 공간을 따로 만들고 있다. 대학원생 함아무개(27)씨는 A4 용지에 서울메트로를 비판하는 글을 적어와 스크린도어에 붙였다. "서울메트로에서 추모의 쪽지를 떼어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종이에는 2013년 1월 19일 성수역, 2015년 8월 29일 강남역,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등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중 작업자가 사망한 날짜·장소와 함께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혔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가 3분 청춘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문제는 매뉴얼이 아닌 시스템입니다. 외주화, 최저가 입찰, 하청, 재하청... 시스템은 매뉴얼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알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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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메트로 관계자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에 붙은 추모 쪽지를 옮기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28일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19살 청년을 추모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국화를 놓고 추모 쪽지를 붙였다. 서울메트로 쪽은 “(추모 쪽지가) 철도 안전과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 선대식


함씨는 "어제가 (고인의) 생일이었다는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사고를 당하신 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라서 추모받을 자격도 없는 것인지, 마음이 아프다"면서 "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곳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함씨는 "사고가 날 때마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박원순 시장님께서 이곳에 오셨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또다시 이런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관심 갖고 작은 외침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고인의 삼촌도 구의역을 찾았다. 그는 눈물을 쏟으면서 포스트잇에 '미안해! 너무 힘들었지? 이제 편히 잠들어.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라고 적었다. 그는 "(조카가)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에서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책임이 드러날 때까지 고인의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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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19살 김아무개씨의 삼촌이 사고 현장에서 추모 쪽지를 적으면서 눈물을 쏟고 있다. ⓒ 선대식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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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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