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교장... 현장방문한 시의원 질문도 안받고 퇴장

[현장]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공익제보 교사 직위해제한 동구마케팅고 방문

등록 2016.06.21 20:17수정 2016.06.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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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21일 오전 동구마케팅고를 방문해 공익제보 한 교사와 그를 징계한 교장을 만나고 있다. ⓒ 서울시의회제공


"기자들은 안 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방해됩니다."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취재한다는데 기자들이 못 들어가다니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로 동구마케팅고(교장 정운계) 정문.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기자들의 출입을 막는 학교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 학교 측은 '아이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내부 사정이 언론을 통해 밖으로 보여지는 걸 꺼리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날 교육위 소속 시의원 13명이 이 학교를 찾은 건, 이 학교 행정실장이 공금횡령 등의 이유로 실형을 받았는데도 그냥 재직 중인 사실을 외부에 알린 이유로 파면당한 교사와 그를 징계한 교장을 함께 만나 양측의 의견을 듣기 위함이었다. 파면 교사에 대한 시의회와 교육청의 시정조치를 받고서도 이행하지 않고 계속 버티는 학교 측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날 김 위원장과 실랑이를 벌인 학교 관계자는 횡령사건의 당사자인 이아무개 행정실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정작 아이들 공부를 방해하는 것은 기자가 아니라 횡령 아니냐, 뭐가 두려워 못 들어가게 하냐"고 따졌고, 이 행정실장은 "모독하지 말라, 의원님들이 '대단한' 방문을 하셨지만 기자들은 못 들어간다"고 비꼬며 막아섰다.

이 행정실장이 직원들과 함께 "무단침입" 운운하며 완강하게 막아서는 바람에 결국 기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학교 정문 주위에서 의원들의 현장방문이 끝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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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계 동구마케팅고 교장(맞은편 서있는 사람)이 21일 오전 현장방문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 앞에서 학교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맞은편 앉아있는 사람은 안종훈 교사. ⓒ 서울시의회제공


"아이들 잘 가르치고 있다" 입장문 읽고 나가버려


황당한 일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시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이 학교 건물 2층 역사관에서 열린 업무보고 자리에 나온 정운계 교장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읽은 뒤 나가버린 것이다. 의원들은 당초 공익제보자 안종훈 교사와 정 교장을 함께 불러 질의응답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정 교장이 질문도 받지 않고 나가버려 안 교사에게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면서 학교 측의 행태를 비난했지만 정 교장은 다시 들어오지 않았고, 직원들은 창 밖에서 연신 의원들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았다. 의원들은 할 수 없이 안 교사에게 제보 이후 진행상황과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불이익 등을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여성의원이었던 장우윤 의원(은평3)은 안 교사가 겪은 파면, 직위해제 등의 고초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힘이 돼주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현장방문이 끝나고 의원들은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구학원은 비리혐의로 유죄를 받은 행정실정을 파면하고, 법이 보장하는 공익제보를 한 안 교사를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 서울시 교육청에 대해서도 "동구학원 임원 전원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고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해 관선이사를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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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21일 오전 동구마케팅고를 현장방문한 뒤 '관선이사 파견'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제공


시의회 "관선이사 파견해야"... 동구학원, 안 교사 직위해제 3개월 연장

김문수 교육위원장은 "우리가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교사와 교장을 동시에 출석시켰는데, 교장이 자기 얘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나갔다"며 "오히려 자기의 부당함을 인정한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비리로 문제가 된 사람들에게 또 예산을 주면 그 돈이 어찌 될지 모른다"며 "시교육청에 하루 빨리 관선이사를 파견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의원들 앞에 우리 학교의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 같이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그래도 누군가 나의 아픔에 공감해 주는 모습에 큰 힘을 얻었다"고 시의원들의 방문에 고마워했다.

그는 또 "지난 3월 21일자로 3개월 직위해제 받아서 어제 날짜로 끝났는데, 어젯밤 다시 학교로부터 직위해제를 3개월 연장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안 교사는 이 행정실장이 학교 공금을 빼돌려 실형을 받았는데도 계속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지난 2012년 제보했다. 이후 시 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17건의 비위사실이 적발됐지만 동구학원은 행정실장을 퇴직시키지 않았다.

이에 시교육청은 이사장의 임원 승인을 취소했지만 동구학원은 아랑곳 않고 오히려 지난해 8월 이 사실을 제보한 안 교사를 파면했다(관련기사 : [인터뷰]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 "학교 돌아가 비리 해결할 것").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같은 해 12월 징계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파면을 취소하고 시교육청은 시설사업비 8억여 원을 집행 유보시켰지만 동구학원은 지난 3월 안 교사를 다시 직위해제했다.
#동구학원 #동구마케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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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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