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시장님, 사퇴 약속은요?

[取중眞담] 시장직 걸겠다더니... 허울뿐인 민자 신공항에 도전?

등록 2016.06.23 15:02수정 2016.06.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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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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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2월 26일 가덕신공항 유치 희망지였던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 해안을 배경으로 출마 선언하고 있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모습. ⓒ 정민규


"가덕신공항에 시장직을 걸겠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4년 2월 26일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부산 가덕도를 찾아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출마 기자회견에서였죠. 보통의 후보들이 부산시의회에서 출마선언을 했던 터라 서 의원의 행보는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신공항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중이 읽혔습니다.

이날은 비가 왔습니다. 서 의원은 비를 맞아가며 출마 선언문을 읽어내려갔죠. "출마선언 하는 날 비가 와서 어쩌냐"는 제 걱정에 당시 캠프 관계자가 "서 의원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비가 왔다"라며 이를 길조로 받아들였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좋은 징크스 덕분인지는 몰라도 서 의원은 부산시장이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 시장 자리를 안긴 가덕도 신공항이 지금은 정치 생명 최대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21일 정부의 신공항 입지 발표 때문입니다. 서 시장이 그토록 바랐던 가덕도 신공항 유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기존의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해서 쓰겠다고 했죠. 불과 전날까지 서 시장이 "가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밀양으로 결정되는 것과 같다"고 격렬히 반대했던 그 김해공항 확장으로 말이죠.

시장직 걸겠다던 서병수 시장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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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수 부산시장이 영남권 신공항이 기존 김해국제공항 확장으로 결론나자 유감을 표시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21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고 있다. ⓒ 정민규


입지 발표 한 시간 뒤 서 시장이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엽니다. 서 시장은 "360만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분노했죠. 그런데 사실 기자들의 관심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가 정말 시장직에서 물러날까라는 거였죠. 당연히 질문이 나왔습니다. 서 시장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정부의 용역 결과를 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세밀히 분석한 이후에 제 입장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서 시장은 다른 안을 제시합니다. 이날 서 시장은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약속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제2 허브공항으로 가덕 신공항을 만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자(민간투자) 공항을 염두에 둔다고 덧붙였죠.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부산시는 자신있게 "그럼 우리 예산으로 짓겠다"는 말을 못할까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밝힌 걸 보면 가덕도에 활주로 1개짜리 공항을 만들려면 약 7조7000억 원, 활주로 2개인 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10조6000억 원의 돈이 들어갑니다.

부산시 한 해 예산이 10조 원 정도니까 다른 거 하지 않고 한 해 예산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서 시장은 돈이 감당 안 되니 민간에서 이 돈을 끌어오겠다는 생각인 거죠.

일단 법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공항도 민간의 투자를 받아 건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토교통부에 확인해본 결과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국내 15개 공항 중 민자로 지어진 공항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물론 외국에는 사례가 있습니다. 

"투자하려는 민간사업자 거의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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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조감도. ⓒ 부산광역시


김효중 가톨릭관동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민자공항은 민간사업자가 이익을 남겨야 하기때문에 타당성 검사가 정확하게 들어가게 된다"고 전합니다. 그렇다면 국가마저 연거푸 건설을 포기하고, 공신력 있는 해외 용역 기관에서마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가덕 신공항에 과연 누가 수 조 원을 투자하려고 할까요. 김 교수는 "투자하려는 민간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어 민간사업자가 나선다고 해도 문제가 끝난 게 아닙니다. 민간 투자자는 가덕 신공항의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최소운영수익 보장'(MRG)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의 민자 사업이 진행됐던 것처럼 말이죠. 가장 최근의 예인 부산항대교만 보더라도 'MRG 날벼락'을 맞지 않았습니까.

그 돈은 시장님이 통 크게 내주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갑니다. 부산시민들은 안 그래도 많은 민자도로를 다니면서 통행료를 내고 있는데, 한편으론 세금을 통해 사업주의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거기에 더해 부산시민들에게 민자공항의 적자까지 보전해달라고 하면 정말로 염치 없는 일입니다.

부산시가 독자적으로 공항 건설에 나서게 된다면 문제는 또 발생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논의는 그야말로 백지화가 되고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겁니다. 김해공항 확장 등을 위해 쓰인 국가 예산은 고스란히 매몰되고 찬반 논쟁은 불붙을 겁니다.

서 시장은 지금 그걸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시장이 자기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매번 '시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는 서 시장 입장에서는 "공약을 지키는 건데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신공항 추진만 시민과의 약속이었나요?
#서병수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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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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