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은 만병통치약? "그건 강렬한 뻥입니다"

[모이] 인터넷 달군 아스피린·타이레놀 효능 '문제'... 의약품은 정해진 용도에만 제 효능 발휘

등록 2016.06.23 11:47수정 2016.06.2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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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아스피린의 유용한 사용법'을 보도했다.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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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의 다양한 쓰임새'를 보도한 <격> ⓒ <격> 갈무리


지난 14일, <조선일보> 국제면에 '그동안 몰랐던 아스피린의 유용한 사용법 네 가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기사 보러 가기).


이 신문은 미국 건강 전문 온라인 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Health) 기사 인용을 전제로 보도를 이어 나간다. 해열제로 쓰이는 평범한 아스피린을 가루를 내 사용할 경우 각질(건선)은 물론 여드름, 비듬 제거에 다가 얼룩진 옷의 원래 색깔 복원과 식물 수명연장 등에 탁월하다고 전한다. 기사 내용대로만 보면, 아스피린은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다.

며칠 후, 어떤 이유인지 이 내용은 아스피린에서 타이레놀로 슬며시 둔갑했다. '그동안 몰랐던 타이레놀의 유용한 사용법 네 가지'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만들어져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소셜 뉴스 웹사이트 '격'(hefty.kr)이었다(관련 기사 : 타이레놀의 다양한 쓰임새를 확인해보세요!). 이 기사에 달린 '좋아요'만 22만에 이르렀다.

그런데, 정말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이 두 기사에서 알려진 것처럼 만병통치약일까. 이 기사 내용대로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로 여드름약이나 비듬약을 만들어 판다면 '대박'은 누워서 떡먹기일 테다.

모든 약품은 복용 방법 이외에는 의사의 처방 없이 다른 증상에 복용하거나 바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진통소염제의 경우 반드시 부작용을 명시하고 복용 시 주의를 요하고 있다. 결론은 모든 약품은 그 용도에 맞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촉발된 공포는 화학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이로 인해 화학 물질이라면 극약처럼 보는 국민이 왜 이런 소문에는 그리 쉽게 혹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는 현직 약사 정재훈씨가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다. 정재훈씨의 동의를 얻고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제보해주신 타이레놀 관련 글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괴담의 특징이 고루 갖춰져 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원글의 대상 A가 비슷해 보이는 대상 B로 바뀐다. 아랫글에서는 아스피린에 대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이 타이레놀로 바뀌었습니다. 타이레놀과 아스피린은 전혀 다른 약입니다.

2. 그렇다고 원글이 사실인 것도 아닙니다. 아스피린과 아스피린이 분해되어서 생기는 살리실산도 다른 약입니다. 아스피린을 가루 내서 물에 타서 발라도 비듬이나 지루성 피부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스피린을 열심히 물에 녹여서 오래오래 기다리면 그중 일부가 가수분해되어 살리실산이 만들어집니다.

살리실산을 두피에 바르면, 각질을 녹이고, 약간의 항균 효과가 있어서 비듬이나 지루성 피부염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스피린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둘은 다른 약입니다. 아스피린을 물에 녹이고 그중 절반이 살리실산으로 분해되려면 평균 5일이 걸립니다. 농도 조절도 힘듭니다.

3. (기사는) 굳이 불편하고 위험한 길로 안내합니다. 아스피린을 갈아서 비듬약으로 쓸 이유가 없습니다. 여드름, 비듬, 건선에는 그냥 원래부터 살리실산이 들어있는 외용제를 쓰는 게 안전하고 효과도 낫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스피린과 살리실산은 다른 약입니다. 아스피린 말고, 살리실산에 염료를 녹이는 성질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살리실산으로 땀 얼룩을 지우려다가 탈색되어 옷감만 상합니다. 세탁에는 세제를 쓰세요.


참고로, OOO에 올려지는 건강 관련 기사는 대부분 '강렬한 뻥'으로 보시면 정확합니다."

업체 측도 <조선일보> <격>의 보도 내용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국존슨앤드존슨 타이레놀 전문 고객센터(080-791-1414) 측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상에 떠도는 타이레놀의 원래 효능 이외의 효과에 대해 따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타이레놀 약품 사용설명서상에 표기된 효능 효과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라면서 "의약품은 정해진 치료 목적에만 사용해야 한다"라고 맹목적인 사용을 경고했다.

의약품은 정해진 용도로 쓰일 때만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자.


▶ 해당 기사는 모바일 앱 모이(moi) 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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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정재훈님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 약국의 약사입니다. 기사의 인용 글은 허락을 득하였습니다.
#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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