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흉상, 공주 모교에 설치된다

[단독] 공주고 총동창회 "뭐든 반대는 있다" vs. 교직원 등 "끝까지 막아내겠다"

등록 2016.06.23 16:01수정 2016.06.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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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전 총리 ⓒ 이희훈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이 공주 모교에 세워진다. 흉상이 모교에 세워지는 날, 김종필 전 총리도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공주고등학교 일부 회원은 '흉상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하다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지역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여론이 들끓자 제막식을 취소한 뒤 흉상 건립을 무기한 연기했었다(관련 기사: '박정희와 5·16쿠데타' 김종필 흉상, 학교에 세워진다, 공주고 5·16 주역' 김종필 흉상 설치 무기한 연기).

"굴욕적인 한일협상 주역 흉상, 설치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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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흉상 교내 중앙 정원에 제막식(7월 9일) 예정, 5·16쿠데타 굴욕적 한일협상 주역 JP 흉상건립 반대’ 현수막을 ‘공주민주단체협의회’ 박종우 공동대표(공주고 교직원)와 교직원. ⓒ 김종술


제보를 받고 찾아간 23일 오전 8시, 충남 공주고등학교 정문에는 'JP 흉상 교내 중앙 정원에 제막식(7월 9일) 예정, 5·16쿠데타 굴욕적 한일협상 주역 JP 흉상건립 반대'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 앞에서 '공주민주단체협의회' 박종우 공동대표(공주고 교직원)와 교직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박종우 대표는 "제막식이 이루어지는 그날인 토요일은 학생들도 교직원도 학교를 비운다, 흉상 건립이 떳떳하다면 왜 아무도 없는 그 날 세우려 하겠는가?"라며 "존경받을 인물이라면 우리가 앞장서서 추진하겠지만, 이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총동창회가 학교발전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엉뚱한 일로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지... 각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지난번처럼 지난 21일부터 등굣길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어려움도 있지만, 끝까지 막아설 것이다"라며 "오늘(23일)부터 7월 9일까지 3학년 교직원들은 보충수업, 자율학습 등 준법투쟁에 돌입하고 시민단체와 연합하여 신문 간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 나갈 계획이다"라며 "그리고 흉상이 건립될 장소에 텐트를 치고서라도 끝까지 막을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조충식 교장은 "지난 11월엔 총선을 앞두고 (흉상 건립이) 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미루었다가 총선이 끝나고 총동창회 측에서 이사회를 거쳐서 재추진하는 것이다"라며 "역사관 건립을 하고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총동창회가 모금을 통해 이미 다 만들어 놓았다, 6년 후에 100주년 행사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딱 맞춰서 하기보다는 2~3년 전에 완공해서 전시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총동창회가) 결의했다고 들었다"면서 "구두로 이야기되던 (총동창회 결정 안) 결의안을 보내달라는 공문을 어제(22일) 학교에서 보냈다"고 말을 아꼈다.

교장과의 인터뷰 도중에 공문이 전달됐다. 공문은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역사관 리모델링을 하고 100억 원을 모금하여 역사관 내 '공주고를 빛낸 인물 코너'로 19회 김종필 흉상을 교내에 우선 설치하고 역사관 리모델링 완성 후 '공주고를 빛낸 인물 코너'를 이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총동창회는 27일 오전 10시 학교에서 사업설명회를 하겠다고 알려왔다. 공문 사진 촬영은 거부당했다. 

한편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2층 게시판에 흉상 건립을 반대하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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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 2층 학교장 입구 게시판에 교직원과 학생들이 흉상 건립 반대 글귀를 적어 놓았다. ⓒ 김종술


'미래 세대의 주역을 양성하는 학교 교정에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한 인물인 흉상을 설치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미래의 교훈을 얻어야 하는 역사교육의 측면에서 매우 비교육적인 행태이다. 현존하는 특정 정치인의 흉상을 설치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해치는 행위라 말할 수 있다.'

'굴욕적인 한일협상 주역 김종필 흉상 모교설치 절대 반대!!!
5·16쿠데타의 주역 김종필 흉상 모교설치 절대 반대!!!
외압에 흔들리는 학교현장 학교 당국은 책임져라!!!'

'공주고 학생들은 (말 그대로 흉상) 흉상설치 반대합니다.'
'국립학교에 개인 흉상 말이 안 된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유신이 뜬다.'
'교육 공동체 동의 없는 흉상건립 반대'

"90%로 찬성, 반대해도 강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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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등학교 정문 우측에 조경이 끝난 상태로 빨간색 원안에 흉상이 들어설 예정이다. ⓒ 김종술


임재관 공주고 46회 총동창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11월) 그때는 개인 정치인들이 추진하면서 그랬던 건데, 이번엔 3만여 총동문회 차원에서 건립하는 것이다"라며 "전국적으로 하는 만큼 행사의 취지도 다르다, (김종필 전 총리가) 개인적으로 싫을 수 있다, 어떤 일이든 100% 찬성은 없다, 그래서 반대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동문이 생각하기에 (김종필 전 총리가) 그동안 정치사회와 나라발전에 많은 공로를 세워서 (흉상건립을) 하는 것이다, 그분의 업적은 다 아는 일이지 않으냐"며 "살아서 하든, 돌아가시고 하든, 따로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 하려면 모를까 언제 하더라도 반대는 있다, 미루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만 명이 찬성하는데 5~6명이 반대한다고 그쪽을 쫓을 수 없듯이 90%가 찬성한다면 해야 한다"면서 "동창회에서 반대는 한 명도 없었고 100%로 찬성했다"고 강행 의도를 밝혔다.

반면 공주고 OO기수 회장을 맡은 A씨는 "말도 안 되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번 정치인들이 자신의 선거에 도움을 받기 위해 추진했다가 몰매를 맞고도 재추진을 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이번 총동창회가 있다는 문자를 받고 지난번처럼 참석하려 했으나 앞에서 대놓고 반대목소리를 높이기에는 지역사회에서 어려움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로써, 동창들과 뜻을 모아서 목소리를 내 보겠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흉상 건립은 교직원과 동문, 지역사회의 충분한 의견수렴 및 동의가 수렴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주고 교정에 김종필 전 총리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공주를 5.16 군사 정변의 상징도시로 만들려 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7월 9일, 학생과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없는 시점을 틈타 흉상을 설치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공주민주단체협의회는 23일 저녁 긴급모임을 진행한다. 내일부터는 교직원, 시민 등과 동참하여 피케팅과 여론전을 통해 알려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공주민주단체협의회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해놓은 상태이다.

한편, 지난해 김종필 흉상건립위원회는 지난해 동문 모금을 통해 1억 원을 모금했다. 모금 기금 중 5천만 원을 들여 영구적인 소재로 약 2m 50cm 높이로 흉상을 제작했다. 현재 공주고등학교 정문 우측에 설치될 자리는 이미 조경이 끝난 상태로, 흉상 설치 강행 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김종필 흉상 #공주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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