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죽음에서 돌아온 람보 영감, 디카프리오 못잖은 안성기

[미리보는 영화] 귓가를 울리는 총성, 더위 날려버릴 통쾌한 총격전 <사냥>

16.06.24 17:41최종업데이트16.06.24 17:41
원고료로 응원

금맥을 발견한 엽사 일행. 이들은 금을 독차지 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들켜서는 안 될 장면을 들킨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 버린 사냥꾼.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외딴 산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르게 시작된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영화 <사냥>이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짧은 상영시간

24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사냥>의 스토리는 간단했다. 거대한 금맥을 발견해 들뜬 동근(조진웅 분) 일행과 그들 앞에 나타난 한 노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노파가 죽게 되고, 이를 목격한 기성(안성기 분)과 양순(한예리 분)은 동근 일행과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사냥>의 상영시간은 93분이다. <아가씨> 144분, <곡성> 156분. 120분 정도는 가뿐하게 넘는 요즘 영화들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짧다. 하지만 추격전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 이 템포로 100분을 넘겼다면 오히려 긴박감에 지쳤겠지 싶다.

산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단순한 스토리라인은 동근 일행과 기성, 양순의 추격전에 더 깊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영시간이 120분쯤 됐다면 단순한 스토리를 허전하다 느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사냥>은 허전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보통의 스릴러 영화가 3분짜리 롤러코스터라면, 사냥은 2초 만에 모든 게 끝나버리는 자이로드롭이랄까?  

극 중 동근 일행과 기성은 모두 엽사다. 때문에 이들의 추격전은 곧 총격전.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다 보니 액션물이든 스릴러물이든, 한국 영화에서 총격신은 그리 흔한 소재가 아니다. 가끔 총격신이 등장한다 해도 짧고 간결한 권총 소리거나, 소음기가 장착된 '슉- 슉-' 하는 작고 날렵한 총성이 대부분이었다. 군인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블랙요원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냥>의 총성은 지축을 울린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커다란 총성은 영화를 보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귓가에 맴돈다.

한국판 <레버넌트> 안성기

<사냥>에는 극 중 안성기를 가리켜 '람보 영감'이라 부르는 대사가 나온다. 만 64세, 연기경력 59년 차 국민배우 안성기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시선을 붙든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만 64세, 연기경력 59년 차 국민배우 안성기는 가파른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구르고 부딪치며 그야말로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선보인다. 극 중 안성기를 가리켜 '람보 영감'이라 부르는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람보'보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속 휴 글랜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에 가깝다.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극 중 대사를 그대로 묻고 싶을 정도. 오스카 시상식 전, <레버넌트>를 보고 나오며 "와 이 정도 고생했는데 디카프리오 오스카 줘야겠다"라고 한 적이 있다. 같은 기준이라면 올해 시상식 남우주연상은 단연 안성기의 몫이라 할 만하다.

조진웅은 쌍둥이 동근·명근 형제 1인 2역을 맡아 극을 단단히 받친다. 둘 다 <끝까지 간다>(2013) 박창민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나쁜 경찰들. <시그널>에서 정의롭고 훈훈한 이재한 형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조진웅의 배려 따윈 없을 것 같은 날카로운 표정과 서늘한 눈빛은 추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숨 막히는 추격전 곳곳 웃음 포인트도 많다. 감독이 의도한 웃음도 있었겠지만, 의도치 않은 웃음도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에 생뚱맞게 웃음이 터진 순간이 있었지만, 분명한 건 실소는 아니었다는 사실.

만약 영화에서 의미나 메시지를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사냥>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29일 개봉.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역시 실미도는 아무나 나오는 게 아니다. 실미도 교관 안성기의 무한 질주.

평점 : ★★★☆ (3.5/5)

영화 <사냥> 관련 정보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주)빅스톤픽쳐스
감독: 이우철
출연: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박병은
러닝타임: 9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조진웅의 배려 따윈 없을 것 같은 날카로운 표정과 서늘한 눈빛은 <사냥>의 추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냥 조진웅 안성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