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이별통보,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베를린에서 보내는 그림 편지] 브렉시트에 대한 독일 반응

등록 2016.06.25 11:03수정 2016.06.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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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유럽연합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에서는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의 경제난과 난민문제는 유럽에 '보수화'라는 바람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 권은비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영국이 더 이상 유럽연합이 아니더라' 라는 소식을 들은 독일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마치 사랑하던 연인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은 후의 반응처럼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단계를 거치고 있는 듯합니다.

각종 SNS에서는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연인에게 자고 일어나 이별통보를 받았을 때와 기분이 비슷하다' 혹은 '영국은 유럽의 난민문제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또는 '(영국의 진짜 유럽 탈퇴까지) 아직 우리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있다'며 브렉시트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일은 실연을 당한 쪽의 입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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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에 대한 독일언론 디 짜이트 기사 캡처 '우리가 무슨 일을 한거지?' 라는 문구와 함께 Brexit 결과를 보는 시민들이 당황해하는 모습 ⓒ Die Zeit


특히나 유럽국가에서 독일로 가장 많이 유학을 오는 나라는 바로 영국입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석사공부를 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조나단은 브렉시트로 인해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비싼 등록금을 피해 독일에 와서 비자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영국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유럽 전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도 자신과 같은 문제를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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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디오 매체 rbb의 트위터 캡처 이 사진이 지금의 영국을 상징하는 거라며 독일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있다. ⓒ @rbb24 twitter


"지금 집중할 것은 영국 아니라 유럽연합의 단결"

한편 그동안 그리스 구제 금융으로 인한 위기를 그럭저럭 넘긴 유럽연합은 최근 난민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던 중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또 하나의 난관을 맞이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최종 통보를 받은 독일 대통령 요하임 가우크는 영국시민들의 결정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아침부터 브렉시트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독일 각 정당 대표들과 최측근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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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언론 디 짜이트 기사 캡처 브렉시트에 대한 상반된 영국과 독일의 모습 ⓒ Die Zeit


이후 메르켈 총리는 공식입장 발표에서 지금은 유럽이 또 다른 단계로 가야할 시기라며 이번을 계기로 좀 더 좋은 유럽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의 정치인들은 저마다 SNS를 통해,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영국시민들의 결정을 존중한다','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영국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단결이다'라는 다소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 뉴스인 '타게스 샤우'(Tagesschau)는 아침 뉴스에서부터 보도의 대부분을 브렉시트에 할애했습니다. 영국 런던 그리고 벨기에의 브뤼셀,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각 나라 수도 해외통신원들을 생중계로 연결하여 브렉시트에 대한 현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브렉시트를 보도하는 각각의 해외통신원들의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에서 현 상황에 대한 충격이 느껴집니다.

한편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은 이번 브렉시트 대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선거는 바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의 대결, 영국의 북쪽과 남쪽의 대결,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결이며 노동자와 엘리트의 대결이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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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인 기사 캡처 투표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서는 할머니들의 모습과 브렉시트에 대한 분석 기사 ⓒ F.A.Z.


영국발 브렉시트 쇼크는 유럽사회에서 당분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겁니다. 최근 보수화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네덜란드를 비롯한 프랑스 그리고 독일 내에서도 이번을 계기로 유럽탈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리아에서 베를린으로 전쟁을 피해 바다를 건너 온 하니는 이번 브렉시트에 대해 '영국으로 가려다 독일로 오게 되었다'며, 자신과 같은 전쟁난민들이 유럽으로 오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더 높아질 것 같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습니다.

#BREXIT #독일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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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다, 독일 베를린에서 대안적이고 확장된 공공미술의 모습을 모색하며 연구하였다. 주요관심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 공동체안에서의 커뮤니티적 예술이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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