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여행갔다가 순식간에 '생활인'이 됐다

[신선생의 유럽 여행 ②] 런던에서 방 구하기

등록 2016.06.29 16:32수정 2016.06.2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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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옆방에서 두런대는 소리, 화장실 가는 소리, 잠꼬대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주거 문제로 딸과 몇 번 통화를 하였지만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참고 살라는 이야기만 반복하였는데. 여행보다 딸의 숙소가 안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런던에 있는 동안 방을 구하기로 하였습니다.​ 하루 만에 여행자에서 생활인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숙사에 입사하지 않은 유학생들은 주로 플랏 쉐어(Flat Share )나 쉐어 하우스(Share House)에 거주합니다. 플랏은 자취를 의미합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지만 전기료, 수도세, 세금 등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쉐어 하우스는 한 집에서 서로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주거 형태로 거실 , 부엌,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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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 하우스 딸이 거주했던 런던 '쉐어 하우스', 겉 모습은 운치가 있어 보이는데 내부는.... ⓒ 신한범


딸이 거주하고 있는 숙소는 쉐어 하우스로 우리나라 유학생이 집을 임대하여 방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집을 임대한 학생은 숙소를 관리하며 각 방을 빌려주어 수익을 올립니다. 한 번 계약을 하면 최소 3개월은 거주해야 하며 일정액의 보증금과 월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주인에게 이사할 것을 통보하고 나니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2주 사이에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끝내야합니다. 유학생 사이트에서 조건에 맞는 집을 검색하였고, 세 곳에 답사 시간을 약속하였습니다.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주인입니다.

런던의 지역 구분은 존(zone)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중심부에서 대략 동심원 형태로 커져갑니다. 가장 안쪽이 1존으로, 보통 '시내'라고 부르는 지역입니다. 외곽 방향으로 2존에서 6존까지, 서북쪽으로는 9존까지 있습니다. 존(zone)에 따라 숙소 비용과 교통비가 달라집니다. 딸의 학교가 1존에 있어 1, 2존에 있는 숙소를 구해야 합니다.

밖으로 나오니 거센 비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서울보다 춥지 않은 날씨여서 두꺼운 옷이나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는데. 날씨가 최악입니다.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몸과 마음이 위축됩니다. 런던 날씨가 변덕이 심하고 해가 일찍 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런던에서 '방' 구하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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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젠트 공원 궂은 날씨에도 축구 교실이 열리고 있음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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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리젠트 공원 인근에 있는 운하와 보트 ⓒ 신한범


첫 번째 집은 리젠트 공원(Regent park) 인근지역입니다. 리젠트 공원은 190만㎡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입니다. 연못과 화원이 어우러진 공원은 런던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고 궂은 날씨인데도 아이들의 축구 교실이 열리고 있고 조깅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원을 나오니 운하가 있습니다. 작은 수로에는 살림집으로 사용되는 보트가 정박되어 있습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쉐어 하우스 관리인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유학 왔다가 정착하였다고 합니다. 여행사 가이드와 쉐어 하우스 관리를 겸하고 있습니다. 11년째 거주한다는 젊은이는 자부심으로 가득합니다. 능숙한 언변으로 집 구조와 동네 분위기를 설명하였습니다.

"넓은 공유 공간과 층마다 화장실이 있어 편리하다."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런던에서 이 정도 수준의 쉐어 하우스를 찾는 것은 힘들다."
"공원, 도서관, 체육시설이 모두 인근 지역에 있어 최상의 입지 조건이다."

숙소 시설이나 주위 환경이 마음에 들었지만 딸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서 교통비가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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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 하우스 방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있는 모녀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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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내부 집 내부도 꼼꼼히 체크해 보고 ⓒ 신한범


두 번째 집은 해리포터 영화의 배경이 된 킹스크로스 역 (King's Cross railway station) 근처였습니다. 10년 거주한 영국 시민권자인 여자분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복층으로 되었으며 3개의 방에 4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은 받지 않겠으며 이사를 도와주겠다고 제의하였습니다.

"집이 너무 낡았고 몇 달 뒤 우리나라에서 남동생이 온다"라는 이야기에 집사람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세 번째 집은 딸의 학교가 있는 블룸즈버리(Bloomsbury)에 있었습니다. 방 두 개를 가진 작은 연립으로 주인이 귀국하여 비어있었습니다. 옆집에 사는 친구의 안내로 집을 구경하였지만 집 구조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학교와 가까운 장점이 있지만 장기간 거주하기는 힘든 조건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며 버스와 튜브(전철)로 정신없이 다녔지만 방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조건이 좋으면 거리가 멀고, 거리가 가까우면 조건이 나빴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고생만 하였습니다.

발품 팔았지만 소득 0... 될 대로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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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버스 런던 명물 2층 버스 ⓒ 신한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인 런던에서 생활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3년간 일을 하여 번 돈으로 떠난 유학인데. 런던에서 1년 버티는 것도 어렵습니다. 한정된 유학비용으로 견뎌야하는 아이의 처지를 생각하면 안쓰럽습니다. 자신이 선택하고 떠난 유학이기에 본인이 감수해야겠지요. 지나고 나면 인생에서 좋은 경험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딸이 거주하는 방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되었다고 합니다. 2주 후면 이사를 해야 합니다. 더구나 며칠 후면 딸과 함께 파리로 떠나야 합니다. 심란한 저녁이 되었습니다.

딸이 "파리 여행을 끝내고 방을 구해 볼게요"라고 하였습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기에 편안한 마음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릴 것이고 내일 걱정은 내일 하는 것이 진리겠지요.

늦은 저녁과 와인으로 몸을 녹이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케 세라 세라(될 대로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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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나의 대학 생활을 연상시켰던 저녁 만찬 ⓒ 신한범


#런던 #쉐어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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