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를 지키는 노인의 당당한 모습은...

[신선생의 유럽 여행 ③] 템스 강변 얼쩡거리기

등록 2016.07.01 17:11수정 2016.07.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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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풍경 새해 연휴 런던 시내 풍경 ⓒ 신한범


딸의 숙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런던 구경을 시작하였습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을 편히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오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딸이 재학 중인 런던대학(UCL)으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버스는 20분, 걸으면 1시간이 걸립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걷는다고 합니다. 공부보다 생활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안쓰럽지만 현지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버스를 이용하였습니다. 홍콩에서 보았던 붉은색 2층 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거리는 새해 연휴여서 한가했습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거리 모습은 고풍스럽습니다. 붉은 벽돌을 사용한 건물은 과거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은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고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천천히 걷는 런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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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대학 딸이 재학중인 대학원 모습 ⓒ 신한범


런던대학(UCL)은 종합 캠퍼스가 아닌 단과 대학별로 건물이 산재되어 있습니다. 1년에 4학기로 운영되고 있으며 학기가 끝날 때마다 짧은 방학이 있습니다. 방학 기간이라 건물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캠퍼스를 거닐어봅니다.

유학이 딸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지만 앞만 보지 않고 옆길도 두리번거리며 살고 있는 젊은 세대가 부럽습니다. 자신의 계획대로 인생을 설계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기성세대는 취업, 결혼, 집 장만, 자녀 결혼으로 이어지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았던 것이 우리 세대였습니다.

런던 관광은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성당은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가 결혼식을 거행한 장소 유명하며 바티간의 '성 베드로 성당' 다음으로 큰 규모입니다. 내부는 웅장한 규모와 성 바울의 생애를 그린 천장의 프레스코화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3만 원이 넘는 입장료는 배낭 여행자에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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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 브리지 방향에서 본 '세인트 폴 대성당'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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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세인트 폴 대성당의 벽화 ⓒ 신한범


서울의 한강, 파리의 세느강, 방콕의 차오프라야강처럼 런던 도심도 템스강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성장은 수운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근대 사회에서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은 수로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템스강 주변에는 국회의사당, 빅벤, 런던아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많은 볼거리와 역사적 유적이 있습니다. 일정에 쫓기는 패키지여행이 아니기에 천천히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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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브리지 밀레니멈 브리지에서 본 세인트 폴 대성당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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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보는 템스 강 모습 ⓒ 신한범


강변으로 향하자 '밀레니엄 브리지'가 템스강을 가로질러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Tate Morden) 미술관'을 일직선으로 연결시켜줍니다. 다리는 밀레니엄 시대를 축하하기 위해 2000년에 완공되었지만 부실공사 때문에 오명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다리에서 보는 템스강은 아름다웠습니다.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1891년에 발전을 중단한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들었으며 20세기 이후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런던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피카소, 달리, 워홀, 헨리 무어 등 현대 미술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독특한 건축물이 주는 디자인적 영감, 전통과 현대의 조화, 자유로운 관람 분위기, 아이들을 배려한 공간 때문입니다. 5층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템스강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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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1 테이트 모던 미술관 작품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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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전시회 테이트 모던에서 백남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음.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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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 강 모습 테이트 모던 휴게실에서 보는 템스 강 모습 ⓒ 신한범


템스강을 따라 내려가자 영화 촬영 단골손님인 '타워브리지'와 '런던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런던의 명물 중 하나인 타워브리지는 대영제국의 전성기인 19세기 말에 만들어졌으며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한 곳입니다. 런던탑은 정치범을 수용하기 위한 교도소였습니다. 역대 왕들이 증개축을 계속하여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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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브리지 템스강변에서 본 런던 브리지 모습 ⓒ 신한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오후에는 영국 왕실 거주지인 버킹엄 궁전, 나폴레옹 군대를 격퇴한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하는 트라팔가 광장, 관광과 쇼핑의 중심지인 피커딜리 서커스와 명품 가게들이 몰려있는 리젠트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트라팔가 광장에는 새해를 축하하기 위한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린파크부터 국회의사당까지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악대의 흥겨운 연주를 앞세우고 퍼레이드가 펼쳐졌을 때, 광장 구석에서 노부부가 음악에 맞추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애정 어린 눈으로 서로 마주보는 노부부 모습에서 저도 덩달아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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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퍼레이드 트라팔가 광장에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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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트라팔가 광장에서 본 춤을 추는 노부부 모습 ⓒ 신한범


연말연시는 유럽 전체가 세일 기간입니다. 백화점과 가게마다 인파가 넘쳤습니다. 유명한 쇼핑 거리인 리젠트 거리의 문구점 계산대에 양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일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였으며 당당한 모습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브리지, 테이트 모던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삶을 즐기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인 모습에서 영국의 현실을 보았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즐기는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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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모습 당당한 모습으로 일하는 모습 ⓒ 신한범


#영국 #런던 #템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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