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올랐는데, 웃지 못하는 축산농가

송아지 가격 상승에 축산농가 부담 커져

등록 2016.07.04 15:34수정 2016.07.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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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가격 상승과 함께 송아지 가격도 올라 농가들이 송아지 입식을 주저하고 있다. 사진은 출하를 앞둔 30개월 한우. ⓒ 바른지역언론연대


최근 한우 가격 상승으로 축산농가의 소득은 올랐지만 언제 폭락할지 모르는 한우 가격에 마냥 웃음을 지을 수 없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한우 등심 1등급 가격은 1kg당 7만8441원으로 1년 전(2015년 6월 29일) 6만8862원보다 9579원 올랐다. 이 같은 한우 가격 상승은 지역 한우 농가, 사육두수와 반비례한다.

지난 2012년 8월 한우 사육 농가는 5590농가에서 지난 5월에는 3745농가로 1845농가가 줄었다. 또한 같은 기간 8만3890여두에 이르던 지역 한우(암, 수, 거세) 사육두수가 지난 5월 기준 6만6480여두로 1만7410여 두가 감소했다. 이중 암소는 5만8190두에서 4만7010두로 1만1180두가 감소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처럼 한우 농가와 사육두수의 감소가 한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송아지 공급하는 소규모 번식농가 감소

한우 사육농 감소와 한우 두수 감소는 정부가 한우값 하락을 막기 위한 폐업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한 데서 시작된다. 한우 폐업지원금은 한미 FTA 체결로 인한 한우 가격하락 등으로 한우 폐업을 희망하는 농가에 폐업지원금을 지원해 농가 경영에 도움을 주고자 시행된 제도다. 이 제도가 2013년 시행되자 한우 가격 하락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소규모 농가들이 폐업지원금을 신청했다.

경주 지역의 경우 2013년 359농가가 폐업지원금을 신청했다. 신청 내역을 살펴보면 359농가에서 2832두를 폐업 신청했는데 이중 2240두가 새끼를 가질 수 있는 암소였다. 2014년도에는 167농가에서 1037두를 신청해 지원금을 받았다.

이결과 송아지를 생산해내는 소규모 농가들이 줄어들게 됐다. 경주시 최근 한우 통계 자료에는 2011년 10두 미만의 소를 키우는 영세농이 3556농가였으나 지난해 2015년에는 2315농가로 34%가 감소했다. 이들이 키운 한우 역시 2011년 1만4940두에서 2015년 9419두로 37%가 사라졌다.

한우는 소규모 농가들이 송아지를 6개월 정도 키워 대형 농장에 내다 팔고 이 송아지를 대형농장이 사들여 24개월간 키우는 분업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소규모 농가 감소로 송아지 생산이 자연스레 줄어든 것이다.


한우 가격이 올라도 폐업했던 농가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부로부터 폐업지원금을 받아서 5년 동안 소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폐업지원금을 받은 농가는 "이렇게 한우 가격이 상승할지 알았다면 계속 키웠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송아지 비싸게 주고 샀다 2년 뒤 적자 날 수도"

하지만 한우를 키우고 있는 농가들은 지금 한우 가격이 높다고 무턱대고 사육두수를 늘리지 못하는 입장이다. 언제 다시 한우 가격이 내려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농장들은 6개월 정도의 송아지를 사 24개월 정도 키워서 출하한다. 소 한 마리 당 24개월 사료 가격은 평균 350만 원에서 400만 원으로, 현재 400만 원에 송아지를 사 2년 뒤에는 750만 원에서 800만 원에 팔아야 본전인 셈이다.

기흥농장 기도영 대표는 "한우 한 마리가 1000만 원을 넘는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평균 한우가격은 850만원으로 2년 전 송아지 가격 300만원과 사료가격 등을 제외하면 평균 마리당 100만원에서 15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문제는 현재 송아지를 400만원에 주고 사서 2년 뒤 소를 출하할 시점에 한우 가격이 오르거나 현 상태를 유지하리란 보장이 없다. 적자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우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축산농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한우 대신 값싼 수입 소고기에 소비자들을 뺏기는 것"이라며 "수입 소고기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한우 가격이 내려도 상대적으로 비싼 한우를 찾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한우 가격이 오른 가운데 대체재 성격을 지닌 돼지고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kg당 1만8666원이었던 삼겹살 소비자 가격이 지난달 28일 kg당 2만3261원으로 20% 가까이 상승했다. 돼지 가격이 오른 이유는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폭염으로 교배에 문제가 생겨 출하 두수가 줄어들었지만 지속적인 가격 상승은 없을 것"이라며 "가을이 되면 출하량이 늘어나 오히려 양돈업계에서는 가격하락을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주신문 (이필혁)에도 실렸습니다.
#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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