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립해양박물관에서 본 '일본해'

[신선생의 유럽 여행 ④] '그리니치'에서 제국주의를 보다

등록 2016.07.08 17:00수정 2016.07.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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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교외 '그리니치'에 다녀왔습니다. 그리니치는 시간의 기준선인 경도 0°인 본초자오선이 지나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천문대뿐만 아니라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던 시절의 영광을 간직한 구왕립해군학교와 국립해양박물관이 있어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그리니치 여행의 시작


그리니치 여행은 커티삭(Cutty Sark)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역사를 빠져 나오니 템스강과 접해 있는 작은 촌락이 있습니다. 이슬비 내리는 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을씨년스런 모습입니다. 선착장에는 1800년대에 사용되었던 낡은 범선 '커티삭호'가 추억을 회상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돛대에는 갈매기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무심하게 여행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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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 샤크호 1770년대부터 중국에서 차를 운송해 온 범선 ⓒ 신한범


작은 카페에는 아침인데도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고,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상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정적인 모습입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가이드북을 꺼냈습니다. 일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닌데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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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시내 커티샷 역에서 나와서 본 한적한 그리니치 시내 모습 ⓒ 신한범


왕립해군학교는 해군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표상이었습니다. 이 학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리니치 대학으로 바뀌었습니다. 추억만 남고 영광은 사라진 영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대영제국 전성기 모습을 자랑하듯 바로크 양식 건축물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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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대학 정경 바로코풍의 구왕립해군학교 정경 ⓒ 신한범


영국의 역사 왜곡

대학을 지나면 국립해양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에는 영국 해군의 자존심인 넬슨 제독의 유품이 있으며 다양한 유물과 사진 그리고 모형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물 설명을 읽어 보니 황당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유학 중인 딸아이와 함께 확인해보니 대강 '아프리카에는 원래부터 노예 제도가 있었으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미국으로 이주시켰다, 이들이 아프리카를 거쳐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으로 진출한 것은 영국과 아시아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식의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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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 그리니치 국립해양박물관 정문에서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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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무역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박물관의 아시아 무역 전시실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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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 ⓒ 신한범


그 뿐만이 아닙니다. 2층 홀에는 아이들이 체험하며 뛰어놀 수 있도록 바닥에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일본해'는 국제수로기구(IHO)의 공식적인 표기지만 식민지 시대에 일방적으로 명기한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주장하는 우리의 노력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에서는 미약하기만 합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한 침략을 왜곡하고 있는 영국과 식민지 역사를 정당화 시키려는 일본은 차이가 있을까요? 진화론의 관점에서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두 나라의 본질은 같겠지요.

30여 년 전,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교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야 이놈들아! 영국이 신사의 나라냐?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팔아먹은 놈들이 누구야? 제국주의 본질은 같은 것이야!"

본초 자오선이 지나는 그리니치 천문대

박물관 뒤편 언덕에 그리니치 천문대와 그리니치 공원이 있습니다. 천문대에 가려면 공원을 거쳐야 합니다. 공원에는 수백 년 된 밤나무들과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습니다. 궂은 날씨인데도 사람들은 산책을 하고 조깅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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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공원과 천문대 해양박물관에서 본 그리니치 공원과 천문대 ⓒ 신한범


천문대 정문에 'Shepherd Gate Clock'이라 불리는 시계가 있습니다. 세계 표준시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는 이 시계를 기준으로 자국의 시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염 때문에 천문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대영제국 시절에는 영국이 세계의 중심이기에 이곳은 세계의 공간과 시간의 기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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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표준시 경도 0도에 있는 세상의 기준 ⓒ 신한범


이 기준선 때문에 바다와 사막을 건너던 모험이 가능하였고 세계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천문대는 지금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과거 영국이 세계를 지배하였다는 추억을 간직한 채 그리니치 언덕 위에서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템스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복잡한 런던 시내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느낌마저 들기 때문에 휴식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넓은 공원과 템스강을 바라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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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치 마켓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그리니치 시장 모습 ⓒ 신한범


시내에는 작은 시장이 있었습니다. 그리니치 마켓입니다. 시장에는 기념품, 골동품, 중고 서적, 먹거리 등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수작업으로 제작한 공예품, 목장에서 직접 생산한 치즈, 오래된 작은 소품들로 좌판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손님들의 까다로운 문의에 미소로 답하는 시장 구경은 여행의 재미를 배가 시켰습니다.
#런던 #그리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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