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한 잔디공원에 '18홀'골프장이 생겼다?

[고발] 양양 남대천 공원에 홀컵 설치해 골프치는 사람들

등록 2016.07.12 15:06수정 2016.07.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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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 잔디공원 키 큰 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가족단위로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 정덕수


오래된 버드나무가 그늘을 내주는 강변 잔디 공원 한켠에 골프장이 생긴다면 어떨까?

강원도 양양군엔 가을과 봄에 연어와 황어가 찾는 남대천이 있다. 강폭이 넓어 둔치가 잘 발달한 이곳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잔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지난 8일, 이곳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누군가 파크 골프(park와 golf의 합성어로, 대개 9홀이나 18홀에서 진행되며 86cm 이하 길이의 파크 골프용 클럽 1개와 일반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공을 사용한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를 치기 위해 홀컵과 깃대를 설치하고, 티샷 매트를 설치해놓은 것. 장비는 이동식이 아니라 땅에 고정된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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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으로 변한 남대천 수변공원 많은 수의 20cm 크기의 구멍을 뚫어 스테인리스로 된 홀컵을 고정시켜 깃대를 꽂고 안전한 스포츠라고 주장하는 양양 남대천의 그라운드골프장. ⓒ 정덕수


공원엔 18홀이 만들어져 있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원에 골프 시설을 임의로 설치한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뛰어놀다 홀컵에 걸려 넘어질까 우려스러웠다.

대체 누가 이곳에서 파크 골프 시설을 만든 것일까.

지난 11일, 양양군청에 문의한 결과 '양양군 파크골프연합회'라는 단체에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양군 산림녹지과에서는 "처음엔 한쪽에서 작게 몇 명이 모여 게이트볼 비슷한 운동을 하기에 간섭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야금야금 자리를 차지하더니 지금처럼 넓게 점유하여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이라며 "조만간 양양군의회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8일 양양 읍내에 나가 주민들에게 파크 골프에 관해 물으니 대부분의 어르신이 생경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뭐 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시골 어르신들은 시간이 남으면 나물을 캐거나 마을 회관에 모여 담소를 나눈다. 한 어르신은 "내가 몇십만 원씩 비용을 지불하고 개인장비를 구입해서 파크 골프를 즐기겠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강변 잔디공원에 설치된 파크 골프 시설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협회 "전임 군수에게 허락받아" vs. 양양군 "지원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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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골프 표시판 모든 것을 고정식으로 설치해 볼성 사납게 만든 양양군 남대천의 수변 잔디공원에 설치된 그라운드골프장. ⓒ 정덕수


하지만 양양군 파크골프연합회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홍아무개 협회 사무국장과 통화에서 공용지 사용의 적합성에 대해 지적하자 그는 "전임 양양군수에게 허락을 받았고, 그때 양양군의 지원을 받아 시설을 만들었으니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아이들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파크 골프장을 만들었다,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그렇다면 홍아무개 사무국장의 말은 사실일까. 양양군 문화관광과 측은 "과거 체육 담당자가 전임 군수로부터 요청을 받았고, 처리를 고려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담당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다른 지역의 사례 등을 모두 검토하고 안전건설과와 하천계 등의 의견서를 첨부하여 불가판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생활체육을 지원하는 과에서 일부 물품 구입 비용을 지원했을지 모르지만,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현재와 같이 고정된 형태의 골프 시설은 2013년 6월 이후에 생긴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 1일 양양군 파크골프연합회 명의로 양양군의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제1회 연합회장기 양양군파크골프대회가 열렸습니다"란 제목의 게시물을 보면, 지금처럼 고정해놓은 홀컵이나 깃발은 보이지 않는다.

5~6년 전, 남대천 강변 잔디공원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어 '공원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골프연습을 하지 마세요'란 경고문을 붙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티샷을 할 수 있는 매트가 고정되어 있고 홀컵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당당하게 골프채를 휘둘러도 제지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양양군과 양양군의회는 모든 주민을 위한 넓은 잔디공원이 일부의 만족을 위한 골프장으로 야금야금 용도 변경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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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천 수변공원 엄청난 규모의 잔디광장과 오래된 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많은 이들이 가족단위로 찾는 양양군 남대천의 수변공원. ⓒ 정덕수


#그라운드골프 #파크골프 #양양군 #남대천 #수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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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그보다 더 많이 생각한 다음 이제 행동하라. 시인은 진실을 말하고 실천할 때 명예로운 것이다. 진실이 아닌 꾸며진 말과 진실로 향한 행동이 아니라면 시인이란 이름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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