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대작 <옥중화>가 포기해야 할 것들

[리뷰] 이름값에 걸맞는 개연성이 아쉽다

16.07.10 17:22최종업데이트16.07.12 17:31
원고료로 응원

드라마 <옥중화> 포스터 이미지. ⓒ mbc


MBC 주말 드라마 <옥중화>의 시작은 화려했다. 사극 명장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의 만남, 거기에 창사 55주년 기념 50부작이라는 대장정의 시작. 조선시대 감옥 '전옥서'라는 신선한 배경과, 그곳에서 비운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절반 가까이 방영된 <옥중화>는 화려했던 출발에 비해 아쉬움이 크다. 시청률이 보장된 안정된 편성에도 불구하고,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흥미로운 구도

<옥중화>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명종 시대. 역사적 오명을 남긴, 윤원형과 정난정이 세도를 떨치고, 그들의 뒷배를 봐주었던 문정 왕후가 섭정을 펼치던 시기이다. 윤원형 일가의 악행은 이미 여러 사극을 통해 자주 등장했을 만큼 새로울 것이 없는 '클리셰'다. <옥중화>가 신선해 보였던 건 윤원형 일가의 시대를 좀 더 세밀하게 추적했다는 점이다. 언제나 역사 속에서 한 편이었던 문정왕후와 윤원형, 정난정. 하지만 <옥중화> 속 이들은 그간 사극과 달리 그 '악의 축' 자체 내의 분란과 갈등을 주요 동인으로 삼는다.

아직 그 실마리만 보이고 있지만, 문정왕후(김미숙 분)의 허수아비 같던 아들 명종(서하준 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 문정왕후의 섭정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절대 악의 무리였던 윤원형 일가의 내분도 새롭다. 기녀를 통해 태어난 서자에 마음이 가는 윤원형(정준호 분)과 그런 윤원형을 쥐락펴락하며, 문정왕후를 좌지우지 하는 실질적 능력자 정난정(박주미 분)이 보이는 갈등도 신선하다. 그간 사극들이 정치에 방점을 찍어왔던 것과 달리, <옥중화>는 문정왕후의 경제권을 주목하는 등 경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로 인해 <옥중화>는 정난정이 꾸리는 상단과 갈등을 일으키는 공재명(이희도 분) 상단, 또한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윤원형 일가, 그리고 문정왕후와 운명적으로 얽힌 소녀 옥녀(진세연 분)의 탄생지 전옥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 토정 이지함(주진모 분)과 전우치(이세창 분)가 얽혀든다. 즉 이야기의 기본 역학 관계는 권력의 내부로 부터 기인하지만, 이야기가 굴러가는 방향은 민중 사극의 형태다. 바로 이 지점이 명장 이병훈 PD의 장기다. 동시에 이는 <옥중화>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악의 축들이 빠진 딜레마

드라마 <옥중화> 속 장면들. ⓒ mbc


이렇게 흥미진진한 구도지만, 정작 서사가 풀려가는 것은 이 권력 관계의 외곽 전옥서다. 만삭에 칼을 맞고 피를 흘리며 전옥서로 들어온 옥녀의 어미는 옥녀가 누군지 밝히지도 못한 채 죽어간다. 옥에서 태어난 슬픈 운명의 아이. 그 슬픈 운명은 역설적으로 그 아이에게 능력이 된다. 어린 시절 죄수들 사이에서 소매치기 기술을 익힌 아이는 감옥에 들어온 토정 이지함을 통해 역법과 글을 깨우쳤고, 지하 감옥에 있는 박태수(전광렬 분)을 통해 무술을 익히며 '먼치킨'의 능력자로 거듭난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알기 위해 혹은 운명에 휩쓸려 가는 과정에서 정난정이라는 또 다른 여성을 만나게 되며 갈등하고 대립하게 되는 것이 <옥중화>의 핵심이다.

물론 남자들도 등장한다. 옥녀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로 그녀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윤원형의 서자이자 공재명 상단의 행수 윤태원(고수 분)과, 그녀를 추포하던 역할에서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포도청 종사관 성지헌(최태준 분), 그리고 그 누구보다 옥녀의 강력한 후원자가 될 명종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극중 역할은 딱 옥녀라는 캐릭터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키다리 아저씨 1,2,3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는 정난정도 마찬가지다. 당대 권력을 틀어 쥔 윤원형도 그저 정난정 앞에서는 쩔쩔 매는 공처가 남편일 뿐이다. 윤원형부터, 상단의 행수, 포도청 종사관, 무려 임금까지 등장하는 남자들의 면면은 화려하지만 안타깝게도 <옥중화>에서 이들의 존재는 소매치기 천둥(쇼리 분)보다도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니 결국 <옥중화>의 성패는 두 주인공 옥녀와 정난정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제 20회에 도달한 시점에서 이 두 여주인공의 존재는 매우 아쉽다. <대장금>이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영애의 아우라에 힘입은 바 크다. 거기에 '먹거리'라는 당대의 트렌드에 헌신하는 주인공이라는 요소가 동시대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무엇보다 <옥중화> 속 진세연은 이영애가 아니다. 아니 이영애가 아니라도, 적어도 50부작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장악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해 보인다. 정난정 역의 박주미 역시 만만치 않다.

물론 두 여주인공 탓만 할 일은 아니다. 20부작에 이르는 동안 <옥중화>를 통해 이병훈과 최완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아직 명확치 않다. 그저 그들이 지난 사극에서 해왔던 대로, 능력 있는 민초들과 이들의 힘을 받는 주인공은 등장하지만 주인공이 속한 집단의 성격조차 애매하다. 당위성은 있지만 그 당위성을 뒷받침할 시대적 개연성이 부족하다.

드라마 <옥중화>의 한 장면. ⓒ mbc


마찬가지로 정난정의 횡포 역시 즉자적이며 단선적이다. 자신의 딸과 파혼을 선언한 포도청 종사관 성지헌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펄펄 뛰는 그 이상의 아우라가 없다. 굴곡진 운명을 지닌 전옥서 다모와, 그녀가 상대하는 당대 최고 여성 권력자 정난정의 대립은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정작 그 소재를 단선적으로 끌고 가는 지점에선 여주인공의 연기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최완규, 이병훈이라는 이름값이 아쉽다. 그렇다고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이야기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두 여배우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느라 진을 빼는 대신 연기가 가능한 다른 배우들을 이용하며 그리고 충분히 매력적인 권력 구도를 통해 이야기의 줄기를 변화시키면 어떨까. 적어도 신선한 소재의 사극으로 남을 가능성은 커 보인다. 최완규 작가도, 이병훈 감독도, 자신이 했던 흥행의 공식을 내던져 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옥중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