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창창의 권리금은 정말 리쌍과 상관이 없을까

[선악의 저편②] 권리금을 '투자'와 '기여' 중 뭘로 봐야 하느냐의 '터닝 포인트'

등록 2016.07.18 14:12수정 2016.07.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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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18일 리쌍의 2차 강제집행이 있기 전에 쓴 글입니다. - 기자 말

관련 기사: 사람들이 왜 '우장창창'보다 '리쌍' 편을 들었냐고요?

지난 14일 연재 1편이 나간 후 독자들께서 많은 피드백을 주셨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피드백은 '법은 잘못됐지만 리쌍은 잘못한 게 없다, 다른 건물주들보다 할 만큼 했으니까'라는 취지였다. 법이 잘못됐다는 데는 사람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다만 "리쌍은 잘못한 게 없다" 부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1편에서 기자가 "리쌍이 잘못했다"고 한 적도 없고 주제도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다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기자의 의견을 솔직히 밝혀보기는 하겠다. 우선 젠트리피케이션을 이슈로 만들겠다고 리쌍-우장창창 논란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특히 여론의 분위기가 기자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일부 있다면 오히려 무척 부담스럽다. 차라리 취재를 안 하는 게 훨씬 속 편하지만 그것은 책임 회피이므로 단지 해야할 일을 할뿐이다.

[논점①] 순환논증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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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이 운영하는 쌍 포차센터와 곱창집 우장창창이 지난 11일 오후 나란히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 김시연


'리쌍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결론이 참된 것이려면 '법은 잘못됐지만'이라는 조건도 '할 만큼 했기 때문'이라는 단서도 덧붙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잘못된 법을 따랐다면 법과 별개로 윤리적 혹은 정치적 과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 설득에는 두 종류가 있다. '형식 논리'는 어떤 생각이 일정한 '울타리' 안에 해당하느냐를 놓고 진리를 따진다.

그 울타리가 법의 테두리일 수도 있다. 히틀러는 형식 논리를 악용한 '형식적 법치주의'로 정권을 장악한 걸로 유명하다. 히틀러의 부하 아이히만도 전범 재판에서 '법대로 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했다. 물론 사형 당했다(아렌트 <악의 평범성> 참조). 형식 논리와 충돌할 때 우선권을 갖는 '시간의 논리'(변증법) 때문이다. 형식 논리와는 달리 변증법은 법의 테두리 안의 내적 모순을 '넘어서는지'를 보고 진리인지 따진다.

아이히만과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이것도 어쨌든 정도의 차이니까) '리쌍은 잘못한 게 없다'는 결론도 참된 것이려면 리쌍이 모순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는 근거를 들어야 한다. '다른 건물주들보다는 할만큼 했다'라는 근거를 들면 결국 다시 모순된 법에서 정당성을 찾아야 하는 '순환 논증의 오류'에 빠진다. 이 말은 리쌍이 어쨌든 조금 더 낫게 행동했다는 '정도의 차이'에 호소하는 것이지 모순을 아예 '넘어선 상태'에 호소하는 게 아니니까.

목적지까지 1km이고 다른 사람들은 1m도 못 갔지만 650m까지 갔으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리쌍은 분명 평균적인 건물주보다 훨씬 훌륭하다. 하지만 잘못한 게 없다? 형식 논리 상으로는 참이지만 시간의 논리 상으로는 (리쌍이 결국 법으로 돌아온 이상) 참이 아니다.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 물론 법에 모순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법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드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그런데도 '할 만큼 했다'라는 말이 나오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닐까.

[논점②] 매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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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매몰 비용sunk cost - 회수할 수 없는 비용. ⓒ pixabay

경제학에 매몰 비용이란 게 있다. '이미 매몰되어 버려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인간은 노력, 시간, 돈 등을 일단 투입하면 이를 지속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노력한 게 '뻘짓'이 되는 걸 싫어하다보니 회수할 수 없는 데도 집착하는 것이다.

우장창창은 2010년 11월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건물 1층에 개업했다. 권리금 2억 7500만 원이 들었다. 그런데 중간에 건물주가 리쌍으로 바뀌었고 리쌍은 우장창창 측에 이전 건물주와의 계약 기간 2년이 됐으니 나가라 했다. 당시 법으로 우장창창은 권리금을 1%도 회수할 수 없었다. 당시 건물주들은 법의 모순을 악용해 세입자를 그냥 쫓아낸 다음 잠깐 가게를 운영하는 척하다가 다시 세를 놓아 권리금을 챙기는 합법적 권리금 도둑질을 자주 했다.

리쌍은 한국의 평균적 건물주보다 훨씬 훌륭했다. 합의 전까지 잡음은 있었지만 우장창창 측에 예전 권리금 65%인 1억 8000만 원을 보상하고 2013년 9월 새 장소에서 새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여론은 이 65%에 주목해 리쌍이 '호의'를 베풀었다고 여긴다. '법으로 안 줘도 되는' 보상금을 줬기 때문이라는 거다. 또 법으로 돌아왔다. 정말 우장창창이 매몰 비용 오류에 빠진 걸까.

우장창창은 정치적 정당성을 얻고 싶다면 법이 보호하지 못 하는 어떤 '권리'가 존재한다는 걸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일단 주차장 용도 변경 문제는 쌍발 과실이라고 봐야하므로(☞관련 기사),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 남는 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아래 상가법)의 모순이다. 상가법은 수차례 개정됐음에도 건물주가 마음만 먹으면 임차인들을 다 내쫓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환산보증금 등 각종 곁다리 논쟁은 여기서 파생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임차인이 건물주의 퇴거 요청에 반해 장사를 계속하게 할 수 있는 근거. 그러기 어려운 경우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다. 기자가 보기에는 그 권리의 원천은 그들이 특정 공간에 노동을 투하해 가치를 유지 혹은 증대시켰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다. 이 가치는 권리금과 연결되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 하는 상황은 분명 모순이지만 권리금을 '하필 건물주가' 지불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생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① 권리금은 투자금이다. 투자 손실의 책임을 왜 엉뚱하게 건물주가져야 하는가. ② 우장창창은 타깃이 틀렸다. 법이 모순이면 건물주가 아닌 법을 공격해야 한다). 이 주장들이 틀렸다면 우장창창은 매몰 비용 오류에 빠진 게 아니다.

역으로 일부 사람들이야말로 리쌍이 평균보다 도덕적이므로 리쌍조차 책임을 지면 자신들의 자존감도 연쇄적으로 생채기 입으리라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나쁜 법이라도 여태까지 지키려 투입한 매몰 비용 때문에 보상심리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은 연예인 한 명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것도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데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짓을 해서 어디에 쓸까. 차라리 매몰 비용은 이제 그만 잊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일념 때문일 것이다.

[논점③] 우장창창은 정말 엉뚱한 데 떼를 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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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을 투자로 볼 경우' 권리금 결정 요인은 박준모가 2014년 12월 한국주거환경학회에 발표한 <상가권리금의 결정요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 32쪽을 재구성해 시각화했다. ⓒ 하지율


권리금은 우장창창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5년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556만 명. 가족까지 고려하면 인구 1~2천 만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다(대개는 퇴직금일 것이다). 현행 상가법은 권리금 결정 요소에서 자영업자의 노동(노력)을 고려하지 않는다(영업상의 노하우는 노동을 실현하는 전략이지 노동 자체는 아니다). 이런 경향은 심지어 학계도 마찬가지다.

2014년 12월 한국주거환경학회에 발표된 <상가권리금 결정요인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2012년 7월 10일부터 8월 5일까지 서울 6층 이하 상가점포 운영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62건을 갖고 권리금 결정 요소에 대한 회귀분석을 했다. 상인들이 권리금을 주고받을 때 입지요소(지가수준·계약면적·주차공간·지하철역과의 거리·버스정류장과의 거리), 시설요소(영업시설·인테리어·비품), 영업요소(신용도·노하우·거래처) 등을 고려해 기대수익을 예상하고 이를 통해 권리금을 결정한다는 거다.

핵심만 요약하면 결과는 위 그림과 같다(권리금을 '투자'로 접근할 경우). 화살표 위의 숫자들은 '표준화 계수'다. 저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영향력이 높다. 보다시피 입지 요소 특히 계약면적이 기대수익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 같은 입지 요소 중 지가 수준(0.246) 역시 영업 요소나 시설 요소보다 영향력이 높았다. 이렇게 '노동'을 고려하지 않는 법이나 연구만 보면 권리금은 주로 입지를 고려한 투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세입자는 일종의 위험 부담을 감수할 것을 전제로 수익 창출을 노리는 투자자가 되고, 건물주의 퇴거 요구는 투자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일 뿐이며 그 책임은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세입자가져야 한다는 식이다. 통념과 일치하는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형식 논리와 시간의 논리가 충돌하면 후자가 우선한다. '권리금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되는가'가 아니라 '권리금은 실제로 어떻게 생각되어야 하는가'가 우선하다.

현재 통념은 일종의 '사실 외면의 오류'에 빠진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외면의 오류란 어떤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는 오류를 말한다. 즉 통념은 상인들의 '노동'을 무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노동을 투하해 공간, 지역의 가치를 만든다. 삼청동,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등. 물론 지자체의 홍보나 입지 그리고 시설도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은 다른 생산 요소들과는 다른 근본적인 성격 하나가 더 있다. 인간의 노동은 원시적 수준에서도 독자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능동적 요소지만 아무리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일지라도 독자적으로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 하는 수동적 요소에 불과하다. 노동은 '가장 결정적인' 생산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측정 모델은 노동을 권리금 결정 요소에 온당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의 이러한 성격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회라면 설문조사에 노동을 결정 요소로 반영해도 결과 값이 제대로 나오기 힘들다.

여기서 건물주에 의한 착취와 파괴가 일어난다. 상가법 개정 전에는 합법적 권리금 도둑질을, 상가법 개정 후에는 장사가 좀 잘 될 것 같으면 월세를 시세보다 비싸게 올린다. 월세를 지불하지 못 하면 임차인은 나가야 하는데 월세가 비싸니 후임 임차인을 구할 수 없어 권리금도 잃는다(☞ 관련기사). 여기에 저항하면 건물주가 강제집행을 신청하고 철거 중 물리적 파괴 행위가 동반돼 상인들이 형성해놓은 공간, 지역의 가치도 함께 파괴된다.

물론 리쌍은 좀 독특한 케이스다. 평균적 건물보다도 낫기 때문이다. 분쟁 1라운드 때는 권리금 100%를 보상하지는 않았지만 65%를 보상하고 우장창창이 나간 자리에 동종 업종인 곱창집이 아닌 술집을 개업했다. 그러나 우장창창이 35%의 가치를 모순적인 법에 근거한 리쌍의 퇴거 요구에 의해 부당하게 잃은 것도 사실이다. 곱창집이 아닌 술집을 개업한 건 리쌍이 '당시 주어진 조건'을 인수한 뒤 내린 '뒤따르는' 개인적 선택일 뿐이다

'당시 주어진 조건'을 만들어 놓은 건 우장창창이다. 곱창집을 리쌍이 아닌 후임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넘겼다고 하더라도 후임 임차인이 곱창집을 계속 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과 같다. 이후의 선택은 후임 임차인의 경영 상의 선택일 뿐이다. '당시 주어진 조건'을 리쌍이 모순적인 법에 근거해 합당한 가치의 65%만 주고 차지했다면 법적으로는 옳지만 도덕적으로도 옳다고 보기는 힘들다(사회적 수준에 비해 훌륭하더라도).

분쟁 2라운드인 지금 리쌍은 월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우장창창을 퇴거시키길 원한다. 그러나 '강제집행'은 주차장 용도 변경에 의한 쌍방과실이나 계약 갱신에서 우장창창의 실수와는 별개의 문제다. 강제집행은 건물주인 리쌍이 신청하고 물리적 파괴 행위가 동반된다. 우장창창이 이미 형성해놓은 공간, 지역의 가치가 파괴된다.

아무리 건물주라 할지라도 건물과 별개로 남이 노동을 투하해 형성한 무형적 가치를 함부로 파괴할 권리는 없다. 우장창창으로서는 이미 수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모순이 있고 바꾼다고 보상을 받을지도 불투명한 법에 따지기보다(평소에 모순된 법을 바로잡을 의무는 시민들도 있다. 맘상모는 시민단체로서 계속 법을 바로잡으려 해왔다), 지금 당장 물리적 파괴 행위를 행사한 리쌍에게 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편 현재의 통념처럼 권리금 결정 요소에 입지요소 같은 것들이 반영되면 권리금은 일부 투자 자본의 성격을 갖는다. 이런 식이라면 권리금은 후임 임차인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인다. 따라서 권리금의 패러다임을 '투자'에서 '기여'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 가령 다른 변수들의 기여분을 제외할 때 상인들의 노동이 실제로 얼마 만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데 기여했는지를 측정하는 모델을 개발해 이를 근거로 권리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생산성이 0으로 떨어져 권리금도 0원으로 떨어지며 전임 임차인이 한 푼도 못 건지고 나가는 책임을 지겠지만, 손님이 -100명 오는 건 불가능하므로 후임 임차인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점포를 넘기는 일도 불가능하다. 상인들이 열심히 노동해 손님이 많이 온다면 생산성이 증가해 권리금도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사실 외면의 오류를 범하며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출 게 아니라 현실에서 출발해 이론을 보완해야 한다. 공간과 지역의 가치를 고양시키는데 상인들의 노동이 투하된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투자 요소까지 일부 포함한 권리금 시장이 형성된 건 '주어진 현실'이다. 건물을 소유하든 장사를 하든 이 시장에 관여할 수밖에 없는 건 세입자든 건물주든 똑같다. 즉 이것은 '강제된 상황'이다. 모두가 손실을 최소화하며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임차인이 장사를 되도록 오래 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해주고 그 기간만큼 건물주가 임차인에게 명도 요구시 지불할 권리금도 줄어든다든지 하는 식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또한 무분별한 임대료 인상에 대한 시장 통제가 필요하고, 반대로 권리금 역시 양성화시켜 조세를 부과하고 점진적인 시장 통제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선을 회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사회적 윈윈'이 아닐까 싶다. 이 과정에서 강제집행 같은 물리적 파괴는 없어야 할 것이다. 기자도 리쌍을 나쁜 사람으로 보고 싶지 않다. 그는 이미 한국의 평균적 건물주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다. 반대로 서씨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기여분에 대한 정당한 인정투쟁을 할 뿐이다. 서로 미워하지말고 부디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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