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귀엽지 않은 유기견, 과연 도울 수 있을까

녹동고등학교 학생들의 두 번째 구출작전, 궁금하시죠?

등록 2016.07.25 09:39수정 2016.07.2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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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학교 전체가 개 집이 된 사연, 이렇습니다


녹동고등학교 학생들이 또다시 힘을 모았습니다.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 버려진 상자를 모금함으로 만들었고, 시간을 쪼개 그 아이를 위해 힘을 보탰습니다. 무엇이 학생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안녕,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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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간, 기숙사 앞에 있던 곰이 곰이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 한아름


똑같은 일상, 그리고 똑같은 하루를 거쳐…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달력을 바꿔 달았습니다. 그 사이 녹동고등학교에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겨울부터 공사를 시작해 학교는 새 단장을 했고, 파릇파릇한 1학년 신입생도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벌써 7월. 소나기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학교에 또 새로운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순진무구하게 보이는 이 아이… 북극곰을 닮아 우리는 자연스럽게 '곰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주인을 잃었는지 주인에게서 도망쳐 왔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마 시작 전부터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가끔 들르곤 했었는데, 어느새 몸에 상처가 생겨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듯 기숙사 앞에 엎드려버린 곰이. 곰이는 유기견이 되어버린 듯했습니다. 


'강아지'와 '개'의 차이 

"녹고는 작고 귀여워서 신경 쓰고, 저 개는 크고 부담스러우니까 다들 신경 안 쓰는 거야?"

따끔한 지적이었습니다. 작고 귀여웠던 녹고, 그때는 모금도 순조롭게 이뤄졌고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게 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좋아하는 우리라서 그랬던 것일까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이윽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고 귀엽던 녹고는 다른 사람들 이목을 쉽게 끌 수 있었는데, 곰이는 크고 '물 것 같이 생겼다'는 선입견 때문에 몇몇 친구들은 다가가기를 꺼렸습니다. 그때부터, 곰이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리 곰이, 아프지 말아라  

하필 곰이의 상처를 인지한 때는 기말고사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던 시점이었습니다. 하루빨리 찾아 돌봐주고 싶었던 친구들이 있었지만, 곰이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죠.

상처를 발견하고 심각한 수준임을 깨달았을 때, 여자기숙사와 남자기숙사, 급식실, 학교 뒤편 등등 학교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상처에 파리가 붙고 구더기가 득실거린다는 학생들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녹고에게 큰 사랑의 손길을 주셨던 국어 선생님, 탁구장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살고 계신 영어 선생님, 또 몇몇 학생들이 곰이을 찾기 위해 다시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7월 6일, 항상 그랬듯 곰이가 학교에 나타났고, 신속하게 국어 선생님 차에 태웠습니다. 차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동물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상처는 매우 깊었습니다. 곰이를 데리고 간 국어 선생님은 수술 전 곰이가 발작을 일으키고 수술 후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아 많이 걱정했다고 합니다. 수술비는 52만 원.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유기된 아이이니 절반만 받겠습니다'라며 호의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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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의 상처 병원에 도착해서 살펴본 곰이의 상처. ⓒ 조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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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의 상처 상처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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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마친 뒤 곰이. 수술을 모두 마친 후의 모습입니다. ⓒ 조경선


마취가 풀리고 나서 곰이는 밥을 잘 먹었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 아이라는 증거였습니다. 

수술을 마쳤다, 그런데 더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수술을 무사히 마쳤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곰이를 갑자기 학교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으로 데리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전남 고흥에 동물 보호소가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변변한 시설을 갖춘 동물병원이나 유기동물 보호소가 없었습니다.

곰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결국, 순천에 있는 유기동물보호소에 임시로 맡기기로 했습니다. 곰이를 보호소에 맡기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고흥에도 이런 시설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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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보호소의 모습 곰이가 머물고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많은 유기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 조경선


그리고 분명 주인이 있었을 곰이. 어디서 왔고, 어쩌다가 이런 큰 상처를 가지게 되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학생들은 또 힘을 모아 이 일을 해결하려는 듯합니다. 학교 주변 마을을 돌며 주인을 찾아다니는 학생도 생겼고, 보건동아리 학생들은 어제까지 직접 성금을 모아 곰이에게 쓰일 수 있도록 전달했습니다.

지난해 녹고의 일을 처리하며 '주인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 학생들이었기에 모든 것을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노력하려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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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하는 학생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동전이라도 넣어주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착한 마음씨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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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도 마음을 모았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선생님들도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 한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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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함을 열어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금에 참여해줬습니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 한아름


녹고와 곰이, 그리고 동물의 권리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학교를 찾은 동물들을 위해 학생들은 항상 힘을 모아왔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것도 많고 미숙한 점도 많아 애를 먹었죠.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던 동물의 행복할 권리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동물과 인간, 가장 가까이에서 지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동물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동물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다음주에 있을 1박 2일 독서토론캠프에서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동물보호운동가 전경옥 선생님의 <동물의 행복할 권리>와 출판사 '돌베개'에서 나온 소설 <원더독>, 이 두 권의 책을 가지고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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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캠프 준비를 위해 모였습니다. 작년에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였는데, 이번 캠프의 주제는 '동물의 행복할 권리'입니다. 동물도 인간도 모두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문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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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토론 논제를 따로 정했습니다 서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곰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 장문영


물론 '동물의 행복할 권리보다 인간의 행복할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를 생각한다면, 동물의 행복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언제쯤이면 동물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곰이도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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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 있는 곰이 곰이는 잘 먹고 열심히 치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조경선


#녹동고등학교 #곰이 #동물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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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대학생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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