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최고 외부세력은 바로 '조중동'"

[取중眞담] 외부세력 몰아가기로 성주 고립 나선 보수언론

등록 2016.07.21 12:04수정 2016.07.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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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반대 참여한 성주 학생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고립돼 있다 빠져나가자 한 학생이 사드반대 손피겠을 들고 가는 길 옆으로 경찰들이 지나가고 있다. ⓒ 이희훈


대한민국에 눈을 씻고 봐도 법전엔 없는 이상한 법이 생겼나 봅니다. 나름 이름 붙여 본다면 '성주군민 이외 분노 금지법' 정도 될 듯합니다. 이른바 '외부세력'은 개입하면 안되고, 성주 군민만 비판할 수 있는데, 이것도 달걀이나 음료수 같이 먹을 걸 던지면서 해서는 곤란합니다.

나름의 잣대도 엄격합니다. '외부세력 감별사'가 등장했는데 이름은 강신명 경찰청장입니다. 강 청장은 "성주군에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까지 성주군민"이라면서 "성주군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가 (외지로) 나간 사람은 상식적으로 포함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참 명쾌한 정리죠?

상황만 본다면 성주군에 쓰레기 매립장이라도 하나 만드는 모양입니다. 이웃 주민들이 왈가왈부할 것 없이 성주군민들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란 말이죠. 그런데 '외부세력'은 관심을 끄고 성주군민들만 간여할 수 있는 문제에 중국과 러시아 정부가 불을 뿜고 있습니다. 북한은 달걀 대신 미사일을 바다로 던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군사적 긴장 관계가 높아지고 대 중국관계와 한국 경제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은 '성주 참외' 정도만 걱정하자는 것 같습니다.

마녀사냥 앞장서는 경찰과 보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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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들어가자 주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 이희훈


우선 '성주군에 주민등록이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이 성주에 와서 사드 반대를 외치면 안 되는지부터 따져봅시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재형 변호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외부 시위꾼이 순진한 농민을 배후조종한다고 보는 인식 자체가 성주군민을 깔보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내부와 외부 세력을 가르는 건 경찰청장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면서 "집회에 통제 권한이 없는 청장이 잠재적으로 집회를 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언론은 연일 외부세력 논란 불 지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19일에는 지난 15일 황교안 총리의 성주 방문에서 외부세력이 시위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구체적 실명까지 거론됐고, 보수언론은 평화로운 마을에 늑대라도 나타난 마냥 떠들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자신있게 외부세력으로 지목한 손솔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는 당시 서울에 머무르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장에 있었다는 '외부세력'들도 폭력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지만 보수언론은 이들의 존재만으로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습니다.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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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는 18일 경북 칠곡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미사를 마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인근의 미군 부대까지 행진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 정민규


보수 언론이 외부 세력 문제에 집중하는 건 국가적 의논이 필요한 사드 논의를 성주만의 문제로 국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이는 다수 성주군민의 생각과는 분명 온도 차가 있습니다.

정작 주민들이 우려하는 외부세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노광희 성주군의회 의원은 "외부세력이라면 경찰이 외부세력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경찰만이 아니라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도 성주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성주군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외부세력은 바로 언론입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군민들이 기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제발 똑바로 좀 하이소"라는 말입니다. 보수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왜곡 보도에 항의하는 민심은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20일에는 KBS 지역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외부세력을 부각하는 사측의 보도 개입을 비판하기도 했죠. 성명에는 "전기를 쓰기 위해 군청 옆 부동산에 부탁했지만 주인은 'KBS는 안 해 준다. 그렇게 보도할 거면 전기 못 빌려준다'며 플러그 잭을 숨겼다" 면서 "이후로도 성주에 취재를 갈 때마다 기자들은 인터뷰 거부를 겪고 있고 그때마다 사정하고 달래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는 내용도 실렸습니다. (관련기사: '성주 외부세력 부각' KBS 보도지침 논란)

이렇게까지 시민들의 편을 가르고 그들의 건강한 연대까지 막을 때 가장 웃음 짓는 곳은 어디일까요?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주민들에게 수용을 강요하고 있는 정부가 매우 좋아할 거란 점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진짜 외부세력인 미국도 포함입니다.
#성주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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