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 조심' 움츠러든 성주 민심

[현장] 성주 주민 2천여 명 사드 반대 서울역 집회

등록 2016.07.21 18:04수정 2016.07.22 11:13
36
원고료로 응원
a

상경한 성주 군민들 "사드 배치 철회하라" 상경한 성주 군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a

'나쁜 대통령·새누리당·언론' 상경한 성주 군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성난 성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 퍼졌다. 주최 측은 '외부세력' 차단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지만, 이들에게 쏠린 국내외 관심은 이 문제가 성주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2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평화를 위한 사드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 참여한 성주 주민 2천여 명(집회 측 추산, 경찰 추산 1200명)은 우선 정부의 일방적 사드 배치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아래 투쟁위)를 대표해 투쟁사를 낭독한 김한수 공동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여러 가지 평가를 하고 15차례 주민설명회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시의회 동의까지 얻어서 결정했다"면서 "우리 정부는 무엇하는 건가"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사드가 철회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며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생업까지 포기하고 울부짖고 있는 군민들의 피맺힌 외침까지 무시한다면 지금 투쟁의 기조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항곤 성주군수도 나서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우리 군민의 행동을 지역 이기주의나 '님비'라고 중앙 언론은 여론몰이하고, 외부세력이나 종북세력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며 성주를 고립시켜 참담한 마음"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전절차 없이 결정된 사항에 대해 무조건 따르라 하고 있다"고 언론과 정부를 비판했다.

'외부세력' 꼬투리 잡힐라 움츠러든 서울 집회

a

삭발하는 김항곤 성주군수 상경한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사드 배치 결사 반대를 결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유성호


a

파란색 리본 착용하고 집회 참석한 성주 군민들 상경한 성주 군민들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서 사전에 나눠준 파란색 리본을 착용하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집회에는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현권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현장을 찾았고, 국민의당은 송기석, 채이배, 최경환 의원이 참석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찬성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이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만이 홀로 자리를 지켰다.


투쟁위는 이들 국회의원을 간단히 소개만 했을 뿐 따로 발언을 듣지는 않았다. 이른바 '외부세력'을 차단해 불필요한 구설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성주지역 해병대전우회를 중심으로 꾸린 자체 질서유지단은 사전에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파란색 리본이나 명찰, 머리띠 등을 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의 집회 현장 진입을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통행을 가로막는다고 항의하는 일부 시민들과 가벼운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사드 찬성 단체와의 마찰을 막기 위해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주변으로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날 성주 주민들의 집회 장소 뒤편으로는 30여 명의 사드 배치 찬성 단체 회원들이 맞불 집회를 벌였지만 양쪽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눈에 띈 외신들의 취재 열기 "아시아 전반의 안보 우려"

a

상경한 성주 군민들 "사드는 필요없다" ⓒ 유성호


a

"국민 무시 사드 배치 목숨 걸고 투쟁한다" ⓒ 유성호


a

"사드 배치 결사 반대한다" ⓒ 유성호


성주군민들은 외부세력 논란에 몸을 사렸지만 외신들의 관심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성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중국과 일본에서 온 외신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일본 TBS의 이다 시게토시 서울지국장은 "(사드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중국도 커버가 되기 때문에 아시아 전반의 안보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한반도 내에서 찬반 목소리를 다루고, 일본 국민에게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공평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연대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이부영 전 의원은 주민들에게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외부세력' 공세에 당당해질 것을 주문했다. 이 전 의원은 성주 주민들에게 "여러분들은 남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던 대한민국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에 맞춰서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사 표현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하는 한 누구도 여러분의 당당한 주장을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의원은 "일방주의적으로 정부가 취하는 행정조치가 여러분들 앞서서 수없이 많이 있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항의하는 사람들을 마치 폭도처럼, 종북주의자처럼 몰아세웠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도 전했다.

한편 집회의 마지막 순서에는 김항곤 군수와 배재만 군의회의장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의미로 삭발을 했다. 이후 김 군수를 비롯한 투쟁위 대표단은 국회와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각 정당에는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드 #성주
댓글3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니, 소파가 왜 강가에... 섬진강 갔다 놀랐습니다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5. 5 '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