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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리더십, 진세연·박주미 울린 이병훈 감독

[현장] 이 감독의 따뜻한 말 한마디, MBC <옥중화> 기자간담회

16.07.22 10:30최종업데이트16.07.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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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서하준, 정준호, 박주미, 고수, 진세연, 김미숙, 최태준. ⓒ MBC


결과가 예상에 못 미칠 때, 힘이 들어 주저앉고만 싶어질 때. 팀원들의 용기를 북돋는 것은 '믿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리더의 따뜻한 한마디일지 모른다. <옥중화> 이병훈 감독은 리더가 가진 말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연출자였다. 21일 경기도 일산 MBC에서 열린 주말드라마 <옥중화> 기자간담회에서 진세연은 눈물을 쏟았다. 이병훈 감독의 믿음이 담긴 말 때문이었다.

이날 이병훈 감독은 진세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작발표회에서 진세연씨에 대해 기대도 하고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도 하나 변하지 않았다"며 말을 이었다. 이 감독은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연기는 나를 믿고 따라오면 해결되니 잘 따라와 달라고 했는데 제 기대를 100% 만족시켰다, 최선을 다했고 잘 해나가고 있다, 전혀 불만이 없다"고 답했다.

진세연 울린 이병훈 감독의 칭찬

진세연은 <옥중화> 타이틀롤 옥녀 역을 맡았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뒤 마음 고생을 한 탓일까? 진세연은 기자간담회에서 보여준 이병훈 감독의 믿음에 눈물을 쏟았다. ⓒ MBC



이 감독은 "(진세연 연기에 대한) 인터넷 반응은 개의치 않는다"면서 "23살 나이에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연기라는 것은 드라마 하면서 점점 발전되면 발전되지 퇴보하는 일은 없다"면서 진세연의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어 "이영애·한효주에게도 부탁했던 내용인데, 우리 드라마의 간판이고 주인공이니까 늘 모범을 보이고 아무리 막내라도 스태프들에게 잘 웃고 잘 대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들도 지금까지 고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잘 해줬고, 진세연도 잘 지켜주고 있다, 우리 드라마에 함께하는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늘 웃고 예의 바르고 밝고 모범적이라고 이야기할 거다, 대만족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의 칭찬이 이어지자 진세연은 "(울음을 터트려) 죄송하다"면서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진세연 곁에 앉은 고수는 진세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위로했다. 그는 "우리 드라마 현장이 진세연씨가 감당하기 힘든 현장"이라면서 "대사 외우랴, 액션하랴, 긴 호흡의 연기를 하는데 안쓰럽기도 하다, 혼자 많이 인내하고 참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21일 일산 MBC에서 열린 <옥중화>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고수. 고수는 진세연이 눈물을 흘리자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 MBC


고수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사이 숨을 고른 진세연은 "많은 기자분 앞에서 믿어주신다고 얘기해주셔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면서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옥녀가 되겠다"고 인사했다.

진세연은 <옥중화>에서 옥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끌고 있다. 어느새 데뷔 6년 차를 맞았지만, 아직 22살. 까마득한 선배들이 즐비한데다 긴 호흡인 50부작 사극 주인공 역할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주인공 옥녀의 우여곡절, 고군분투가 드라마의 주 스토리다보니 대사량도 어마어마하고, 액션신 등도 많았다. 게다가 아역 정다빈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은 후,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져 마음고생이 심했을 그녀. 이 감독의 칭찬과 격려의 말 한마디는 눈물을 왈칵 쏟을 만큼 큰 위로가 된 셈이다.

의기소침 박주미에 "내 연출이 부족했다" 문자

<옥중화> 정난정 역으로 첫 악역에 도전한 박주미는 처음으로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다. 박주미는 당시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이병훈 감독의 메시지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 MBC



<옥중화>로 인한 마음고생은 정난정 역을 맡은 박주미도 만만치 않았다. <허준> <여인천하> <대왕의 꿈> 등 이미 여러 차례 사극을 경험했고, 지금껏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본 적 없던 24년 차 베테랑 연기자. 주로 단아하고 현명하고 선한 역할을 맡아왔던 박주미는 <옥중화>에서 정난정 역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발연기' 논란에 시달렸다.

박주미는 "첫 방송 되기 전에 7회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면서 "전작 <대왕의 꿈>에서 선덕여왕 덕만이었기 때문에, 정난정과 차별화를 주기 위해 억양도 달리하고 여러 가지 조율을 했는데 엇나갔다, 하지만 이미 7화까지 찍어둔 상태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데뷔 후 첫 악역 도전. 방송이 나간 뒤 좋지 않은 반응에 의기소침해 있던 박주미를 위로한 것은 이병훈 감독의 문자메시지였다고. 박주미는 "감독님이 내 연출이 부족해 장점을 못 살려줬다고 미안하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내게 큰 산과 같은 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기력 논란이 일자 "내가 정난정이 될 수 있을까 너무 두려웠다"면서 "내 이름 연관검색어에 '연기'가 뜨는데,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 감독의 메시지를 받고 "남은 시간 더 잘해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메시지를 읽고 "잘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겼다"는 박주미는 "(논란이 신경쓰여) 긴장할 수록 움츠러드니 더 연기가 안 되기도 했다, 이럴 때일수록 보다 견고하게 해야 하는데, 내가 왜 이렇게 흔들릴까 싶더라"면서 "드라마에 폐가 되지 않도록 성장하는 모습, 최선 다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50부작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드라마에서 초반 불거진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연출자로서 속상할 법도 하고, 흔들릴 법도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택한 리더십은 배우에 대한 변치 않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거장의 품격

따뜻한 말 한마디로 진세연과 박주미를 울리고 감동시킨 이병훈 감독. ⓒ MBC


<옥중화>는 이제 꼭 절반을 돌았다. 40년 경력의 베테랑 연출자 이병훈 감독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면서 드라마 연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전옥서(조선시대 감옥)를 배경으로 설정하며 "굉장히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분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이어 "가끔 중국이나 일본에서 드라마 연출 제안이 오는데 거절한다, 한국 시청자 마음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는데 문화와 역사가 다른 나라에서 무얼 할 수 있겠나, 난 한국 시청자들 마음을 읽는 것도 너무 벅차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직도 끝없이 시행착오와 계산착오를 반복해 나가고 있다"면서 "시청자분들에게 웃음과 감동, 즐거움을 드린다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열심히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장금> <허준> <서동요> <동이> <이산> 등을 연출하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쓴 이 감독.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이 거장 감독의 품격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겸손한 자세와,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배우, 스태프들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리더십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옥중화 이병훈 진세연 박주미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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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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