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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에이프릴의 음악적 매력, 비결은 바로 이것

[케이팝 쪼개듣기] 걸그룹 곡으로 살펴본 '전조'의 미학, '조바꿈'의 매력

16.07.23 14:17최종업데이트16.07.2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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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악곡의 진행 중에 계속되던 곡조를 다른 곡조로 바꿈. 잠시 바꾸는 것은 임시 기호로, 오래 바꾸는 것은 조표를 써서 나타낸다." - 네이버 국어사전 '조바꿈(전조)' 항목 중에서

'조바꿈'은 왜 할까?

▲ 러블리즈, 짝사랑의 짝사랑 걸그룹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이미주, Kei, JIN, 류수정, 정예인, 서지수)가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 A New Trilogy > 컴백 쇼케이스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일반적인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조성으로 진행이 된다. 보통의 일반 가요부터 애국가, 교가, 군가 모두 마찬가지. 그런데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좀 예외다.

곡을 만들다보면 일반적인 진행으로는 다소 지루함이 느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때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시켜주는 방법 중 하나로 '전조'를 사용하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C장조(다장조)로 시작된 곡이 후렴구에선 F장조(바장조)로 달라졌다가 다시 C장조로 전환된다는 식으로 활용이 된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음악 경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방식으로 기존 곡을 편곡해서 부르는 가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현재 국내 음악계에서 전조 활용의 좋은 예는 윤상이 이끌고 있는 프로듀싱팀 원피스가 작곡한 걸그룹 러블리즈의 주요 곡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러블리즈의 최근 히트곡인 'Destiny'(나의 지구, 아래 '데스티니')를 먼저 살펴보면 E단조에서 시작한 멜로디("너는 내 데스티니 ~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가 곡 시작 22초 전후부터 D단조로 1차 전환이 이뤄진다.

'데스티니'의 경우, 여타 가요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인데 다음에 소개할 'Ah-Choo(아추)'는 여러차례 장조와 단조를 넘나드는 고난이도 전조를 사용해 초보 작곡·편곡자들에게 나름의 고통(?)을 선사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 이유인 즉, 윤상의 곡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쉬운 멜로디와 대비되는 복잡한 구성의 코드(화음)를 사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보통 3개 음 구성의 기본 코드(흔히 도-미-솔 구성의 C코드부터)보다는 세븐스(7th), 나인스(9th) 코드처럼 추가되는 음을 넣어 좀 더 화려한 느낌을 담아내는 스타일이다. 그런 점에서 'Ah-Choo'는 윤상식 창작법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곡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F장조로 시작된 멜로디는 "너는 내 맘 모르지~ Ah-Choo"(50초 부근) 부분부터 E♭장조로 조바꿈이 이뤄지며 2분 30초 무렵부터 전개되는 건반 악기 반주에 맞춘 "소중한 너의 친구란 그 말이~" 부분에선 아예 A단조로 이동하는 장조 → 단조의 대폭적인 변화를 이뤄낸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의 전조가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어떤 방식으로 조바꿈을 할까?

▲ 에이프릴, 사람이야 요정이야! 걸그룹 에이프릴(채원, 현주, 나은, 예나, 진솔)이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두 번째 미니앨범 < Spring > 발표 쇼케이스에서 타이틀곡 '팅커벨'과 'Jelly'를 열창하며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이정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에이프릴의 곡 역시 데뷔곡 '꿈사탕'부터 최신곡 '팅커벨' 등 대부분 조바꿈을 활용해 노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겨울 시즌송으로 발표했던 'Snowman(스노우맨)'을 한번 살펴보자. 

이 곡은 스윗튠 출신의 이주형을 중심으로 최근 활발히 활동중인 인기 작곡팀 모노트리의 작품으로 겨울+상큼한 에이프릴의 분위기에 잘 맞는 깜찍 발랄한 슈가-팝 장르의 곡이다.

에이프릴 '스노우맨' 악보. 후렴구(Oh Snowman~)로 들어가면서 조바꿈이 이뤄지고 있다. ⓒ 모노트리


전반부는 F장조로 시작되지만 후렴구(40초 무렵)에선 D장조로 전조가 이뤄진다. 1분 30초 부터 다시 F장조로 환원된 멜로디는 2분 9초 무렵에선 D장조 반복이 한번 더 이뤄진 후 곡의 마지막(2분 45초 부근)엔 E♭ 장조으로 다시 한번 조바꿈을 실행한 후 노래를 마무리 짓는다.


악기 연주나 음악 이론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새롭게 등장할 조에서 쓰이는 코드 및 음들을 조바꿈이 시작되기 직전 한두마디 정도 앞에서 미리 사용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주: 전문 용어로 '도미넌트 모션'을 사용한다고도 표현하는데 음악 이론 강좌가 아닌 관계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밖에 코드를 분할해서 진행시킨다던지 하는 식의 다소 복잡한 코드 진행 이론을 활용하는 방법도 이용되기도 한다.

사실 조바꿈/전조 등은 전문적인 음악 이론 부분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음악팬들이 이러한  원리, 방식까지 꼭 꿰차고 들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작곡·편곡에 쓰이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면 노래를 듣는 재미는 더욱 커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바꿈 케이팝 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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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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