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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쟁취·개악? BIFF 애매한 정관 개정안 통과

[현장] 부산영화제측 이사 과반수 확보 불구 영화계 "요구에 한참 못 미쳐" 반발

16.07.22 19:20최종업데이트16.07.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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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확보 실패로 볼 것인가, 실질적 독립성 확보로 볼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가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사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조직위원회의 명칭은 이사회로 바뀌었고 구성 인원도 25인 이내에서 20인 이내로 바뀌었다. 이번 임시총회에서는 부산시와 부산영화제 추천인사가 각각 5:5 비율로 추천한 16명이 선임됐다. 임기는 이사장은 4년, 임원은 3년으로 결정됐다. 집행위원회는 8인 이내로 축소됐고, 이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총회도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기존 총회 구성원인 조직위, 집행위 자문위원들은 총회 구성에서 제외됐다.

혹독한 시련 끝에 부산영화제 독립성 쟁취

22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 영화제 독립성을 명문화 한 정관개정안을 통과했다. ⓒ 성하훈


부산영화제 측은 "막판 노력 끝에 이사회에서 과반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가부 동수일 경우는 조직위원장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게 명문화시키면서 17명의 이사 중 반수 이상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임시총회 직후 SNS에 올린 글에서 기존 조직위원 명단과 신임이사 명단을 비교한 후 "일각에서 이번 이사회 구성을 보고 '개악'이니 '독립성을 포기'니 어쩌니 하는 주장을 쏟아냈는데, 한마디로 '사람 잡는 선무당의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구성은 만약 표결로 간다 하더라도 무조건 과반수고, 최악에는 동수가 나와도 최종결정은 이사장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각에서는 '영화제 1·2 년 안 해도 된다, 나중에 다시 정상화하면 된다'라는 무책임한 주장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라면서 "나는 그것이 절대로 가능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영화제에 가해졌던 혹독한 시련 끝에 '독립'을 쟁취해 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것이 완전한 독립은 아니다"라면서 "완전한 독립을 이루려면 부산시의 재정지원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겠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으므로 일단 100% 독립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들 역시 대체로 나쁘지 않은 결과라는 인식이다. 부산시 추천 이사 중에는 진보인사인 김석준 부산 교육감이 포함돼 있고,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지낸 안병율 부산영상위원장도 이사로 들어가 있어 긍정적 결과라는 인식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과 교수는 "실질적으로는 부산영화제가 과반수를 차지한 것이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상화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회 기능을 명시한 조항에 '초청작품 및 초청작가 선정에 관한 사항은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다'는 내용 하나만으로도 성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부산지역 인사들은 '영화계가 보이콧을 풀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면서 보이콧 철회에 무게를 뒀다.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5:5 비율로 이사 등 구성원을 선임하게 하면서 외형상으로는 독립성 실패로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 측은 막판 정관 문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들도 "우리도 많이 노력했다"며 "이제는 영화계가 부산영화제에 보이콧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조직위원장을 맡은 김규옥 부시장은 부산시가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했다"며, "앞으로 영화계와 부산시가 협조적 관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진 평론가는 "들어가서 싸울 수 있지 않으냐"며 정관개정안 수용 태도를 보였다. 오 평론가는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비록 5:5 구성 상황에서나마 그 안으로 들어가 어떻게 대내적 투쟁과 대외적 투쟁을 병행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옛날에 반독재 투쟁을 벌이기 위해 내부 조직 싸움을 동시에 진행하던 것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제 개최 합리화 시키려는 개정안일 뿐

22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임시총회에서 김동호 조직위원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발언하고 있는 김규옥 부산시 부시장. ⓒ 성하훈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면피하기 위한 타협일 뿐이라는 관점이다. 한 영화계 인사는 "이사들 성향을 따지는데, 그럴 거면 제도가 왜 필요하냐"며 "교육감은 선거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제가 확고한 우위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영상위의 한 관계자는 "애초 영화계가 요구한 방향과 많이 다른 결과"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화계는 올해 영화제를 안치를 각오를 하고 보이콧을 한 것인데, 부산영화제 측은 정상적인 개최를 전제로 협상하면서 영화계의 처음 기조와 방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된 정관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면서 "보이콧을 철회하고 싶은 쪽이나 유지하고 싶은 쪽이나 모두에게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 제작자는 "김동호·강수연 위원장은 영화제를 치르겠다는 방향 아니냐"며 "그러다 보니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것도 못 얻어낸 측면이 있다, 영화계가 요구했던 것에 비하면 미흡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탄압에 관한 부분이 가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정치적 문제로 쫓겨났는데, 그 문제는 없어지고 정관개정만 남았다"며 "정치적 탄압의 주체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문제가 정관 개정 과정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정관개정으로 이사장이 캐스팅보트를 가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총회 구성은 그렇지 않고, 양측이 5:5 비율에 맞춰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정관의 추가 회원 선임 규정(회원은 법인 설립 목적에 찬동하고 소정의 입회원서를 제출하여 총회의 승인을 얻은 자와 임원, 집행위원으로 한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총회도 과반수를 만들겠다는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공식적인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이어 "재판을 받는 이용관 집행위원장 명예회복이 중요하기에 영화제 차원의 노력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보이콧 철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첨언했다.

한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관개정으로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부산영화제 측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개최만 합리화시키려는 개정안일 뿐"이라며 정치적 탄압을 막을 수 있는 결과물인지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영화계가 보이콧을 철회한다면 존중하겠지만, 앞으로 정의를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혼자서라도 싸워나가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영화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놓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단체마다 처지가 다르고 개인들의 보이콧 의사도 만만치 않아 어떤 결정이 나든 부산영화제가 안아야 할 부담은 작지 않아 보인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정관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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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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