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성매매 의혹과 삼성 내부고발 김용철 변호사

[주장] 한국사회와 재벌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경고, 다시금 되새겨야

등록 2016.07.23 15:35수정 2016.07.23 15:35
27
원고료로 응원
a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폭로했다. ⓒ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으로 연일 떠들썩하다. <뉴스타파>가 폭로한 이 회장의 '은밀한' 사생활은 단순히 '문란하다'는 성토로 끝날 사안은 아닌 듯하다.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은 세계 초일류 기업임을 자부하는 삼성그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와중에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이 회장 일가, 그리고 삼성그룹의 치부를 세상에 알린 김용철 변호사다. 김 변호사의 폭로를 떠올리면 지금 온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은 예고된 참사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김 변호사가 왜 삼성이란 거대 권력에 맞서 내부고발에 나섰는가를 되짚어 보려 한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일류기업 삼성의 두 얼굴에 경악했다. 그는 삼성 입사 직후 직무훈련(OJT)을 받으면서 삼성 근로자가 일하는 환경을 접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이렇게 적었다.

"OJT를 받으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삼성전자 수원공장의 가전부문 조립라인을 꼽고 싶다. 여성 생산직, 남성 생산직이 컨베이어 벨트에 예속돼 두 시간에 10분씩 휴식하면서 꼼짝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혹시 배탈이 나더라도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정도였다. 또 복도는 전등이 희미하여 앞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 화장실에는 손 닦는 수건이 없어서 자기가 갖고 있는 손수건으로 닦도록 돼 있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깨끗한 공장 풍경과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 직원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구나 싶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노동자들과 달리 이 회장 일가의 생활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회장 일가를 둘러싼 삼성 고위 임원들은 능력으로 선발된 이들이 아니었다. 임원 인사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 회장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다시 김 변호사의 고발을 들어보자.

"2009년 1월16일 발표된 삼성 사장단 인사안은 삼성 조직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비리에 가담해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 큰 보상이 돌아갔다. 반면, 삼성을 지금처럼 키우는데 기여한 이들은 밀려났다. 결국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건희 일가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이 회장을 정점으로 뭉친 삼성 사장단은 비자금을 만들고 이를 정계·법조계·언론에 뿌리며 대한민국을 오염시켰다. 이를 보다 못한 김 변호사는 끝내 내부고발을 결심했다. 고발의 목적은 단지 삼성이란 재벌기업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데 국한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 일가가 배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기업은 물론 한국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내부고발의 동기로 작용했다.

용두사미로 매조지된 삼성특검

김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07년 11월 국회에서는 '삼성 비자금 의혹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고, 이에 근거해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팀(삼성 특검)이 꾸려졌다.

삼성특검은 당시 이재용 전무에게 탈법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음을 밝히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이 회장 개인 재산으로, 그리고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선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사실상 이 회장 일가에 면죄부를 준 꼴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삼성은 거침없이 폭주했고, 이 와중에 힘없는 노동자들은 하나 둘 목숨을 잃었다. 김 변호사는 내부고발을 결심하면서 삼성그룹과 한국 사회를 향해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벌 그룹에서 한 사람이 독점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설령 권력의 정점에 있는 총수가 대단한 통찰력과 판단력을 지녔다고 해도 그렇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전자산업과 조선 산업, 병원, 보험, 증권 등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다. 게다가 총수의 지배권이 세습될 경우, 계속 뛰어난 사람이 물려받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삼성의 한국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큰 까닭에 우연히 무능한 사람이 삼성을 이끌게 되면 한국 사회 전체가 위험해진다. 이런 위험을 계속 방치해야 하나."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는 위험을 방치했다. 아니, 이른바 '대마불사'를 외치며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삼성에 가속을 붙여줬다.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삼성에서 호사를 누리다가 척을 지고 치부를 들춰 삼성을 부담스럽게 한다'는 게 비난의 주된 이유였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기 위한 기회를 놓친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다. 그러나 개탄만 할 수는 없다. 시민들이 일어나 삼성을 축으로 한 재벌집단이 사회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또 돈에 오염된 정치와 사법부,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계속 위험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용철 변호사 #삼성 특검 #이건희 회장 #뉴스타파
댓글2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