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명 죽인 광신자, 왜 한국을 롤모델 삼았나

브레이빅이 쓴 '유럽의 독립선언' 중 한국 관련 내용 분석했더니

등록 2016.07.26 15:55수정 2016.07.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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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인들"

지난 24일 영국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인들"이라는 제목의 장문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특히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국의 언론 검열, 표현의 자유 억압,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역사교과서 추진, 시위 탄압,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구속 문제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의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버금가는 조치로 인해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한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도 세계 180개국 중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이 기사는 보도했다. 그런데 이런 한국을 롤모델로 삼은 이가 있었다. 바로 5년 전 노르웨이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브레이빅이다.

끔찍한 사건이었던 브레이빅 총기난사 사건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지난 22일 독일 뮌헨의 쇼핑몰 인근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결국 9명의 죄 없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생명을 잃었는데, 언론들은 용의자가 브레이빅을 추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5년 전 당시 32살이었던 극우 광신자 브레이빅은 노르웨이의 한 섬에서 열린 노동당캠프에 참석한 수백 명 청소년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77명의 죄 없는 생명을 앗아갔다. 이 참극을 불러온 브레이빅은 테러를 감행하기 전 1500여 쪽에 달하는 <유럽의 독립선언>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남겼다.

기자는 당시 극우광신자인 브레이빅이 그 문건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세계 모범국가로 지목한 일에 대해서 말 못할 부끄러움을 느낀 기억이 난다. 특히 당시 노르웨이의 한국계 입양인들이 실제로 매일 다문화주의를 배격하는 브레이빅 같은 극우광신자들로부터 표적이 되고 있다는 고통에 찬 하소연도 들었다.

한국기독교 독선, 이상적 가치로 추구한 브레이빅


당시 브레이빅은 자신이 쓴 문건에서 다문화주의의 우려할 만한 현실로 인종간 입양과 혼혈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기자는 광신자 브레이빅이 쓴 1500여 쪽 문건에서 'Korea'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그 관련 글을 전부 읽었다. 이유는 그 광신자가 본 우리나라에 대한 진단이 왜 문제가 되고 오류라고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과 유럽사회에서 브레이빅이 묘사한 것처럼 행여 한국이나 일본이 모범국가로 여겨지는 점이 있다면 그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또한 그동안 우리사회가 이룩한 민주주의와 가치가 박근혜정권 아래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로 돌아가며 훼손되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기자가 읽은 광신자 브레이빅의 <유럽의 독립선언> 문건 중에서 일부분을 한국어로 번역했고 그 아래에 내 느낌을 적었다. 이제 북유럽의 한 광신자가 우리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심각한 문제점을 함께 들여다보기로 하자.

"중국, 인도, 한국과 다른 아시아 대학들에서 매년 열성적인 공학도들과 이학도들이 졸업하고 있는데, 서구 대학들은 히피를 생산하는 공장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서구의 사악함을 가르치며 야만적 행동을 축복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서구의 경제적 경쟁력은 도전을 받고 있다."

브레이빅은 자신이 저지른 무차별 살인행위가 바로 야만적 행동이고 사악함 그 자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 서구만 다문화사회를 강조해야 하나?... 회교도의 존재가 약한 일본, 한국, 대만은 기업의 경쟁력이 강하다."

그는 한국과 같은 재벌기업국가를 만들기 위해 유럽에서도 회교도를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기독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서구권에서 기독교인의 반응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난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서구기독교는 때때로 자기의 선을 분명히 긋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기독교인들은 우리 유럽인과 같은 문제가 없다. 그들은 타 종교와 사이에서 분명한 선을 긋는다."

한국기독교의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나 독선을 그는 오히려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가치로 찬양하고 있다.

순혈주의는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

"일본, 한국, 대만은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고도 서구화, 현대화 되었다. 일본과 한국은 2차 대전 후 40년 동안 외국이민자들이나 다문화주의가 없이도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는 한국에서 요즘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도가 무지할 정도로 없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단일인종으로 구성된 민족이다. 일본과 대만처럼, 한국은 다문화주의의 교리를 거부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국적 또는 시민권을 같은 동족간의 "피"와 역사를 나눈 인종집단으로 동일시한다. 한국인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는 또한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졌다는 점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민족의식과 21세기 한국인의 민족의식을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한국인의 순혈주의는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이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그의 한국인 순혈주의에 대한 부러움을 나는 오히려 한국인이 버려야 할 과제라고 평가한다.

"민족주의가 후진적이고 과학이나 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개념이다. 맑스주의자나 자본주의자 세계주의자들은 다문화주의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헛된 선전에 불과하다. 일본과 한국을 봐라. 그들은 단일문화국가이지만 동시에 아주 발전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두 나라다."

두 나라의 입시지옥, 열악한 사회복지, 세계최고 자살율과 최저출산율, 악화되어가는 사회양극화, 끊이지 않는 부정부패문제는 그의 눈에는 그저 "가장 성공한" 것으로 만 보이는 모양이다.

"단일문화국가로써 아주 발달한 일본과 한국은 잘 조직된 교육제도로 인해 제3세계로부터 전문 인력을 수입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외국의 전문 인력을 수입하는 것은 오히려 필요한 교육개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이다. 외국 인력을 수입하거나 현재의 잘못된 우리 학교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에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본받아 현재의 교육제도를 극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피상적 관찰과 같이 이 광신자도 한국과 일본의 교육제도를 극찬하고 유럽이 그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학생 세계최고 수준의 자살률이나 공교육 붕괴, 팽배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등뼈가 휘는 한국부모의 경제적 부담과 선행학습에 따른 학생들의 막대한 고통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사회적 목표 : 일본인과 한국인 모델(단일문화이지만 고도의 발전을 이룬 진보적 사회), 유럽의 과거도 이랬다."

이 부분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

한국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했던 브레이빅

"일본, 한국, 대만의 모델이 우리가 모든 정치적 원칙을 갖고 재건해야 할 모델이다. 이들은 단일문화, 선진화된 과학, 경제적으로 진보된 사회, 예외적 수준의 사회복지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나 문화적 맑스주의는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다. 그 단일문화모델로 인해 이들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사회다.

범죄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당신은 이들 나라에서 강간, 유린, 강탈, 죽을 두려움이 없이 자유롭게 어디든 여행 할 수 있다. 이들 나라는 세계주의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이 나라들은 가부장주의와 강한 가족주의를 근본으로 페미니즘의 물결이 약하고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맑스주의를 거부한다. 이들 나라는 우리가 따라가야 할 보수운동의 역할모델이다. 이들은 평화롭고, 반제국주의국가다. 우리가 갈망하는 사회다."

그는 연평도사건이나 남북긴장, 일본제국주의와 획일주의, 군사문화주의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예외적 수준의 사회복지"라는 평가도 그가 OECD 국가 중 최하수준인 우리나라와 일본의 열악한 사회복지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드러낸다.

"전통적인 가부장제도를 갖춘 사회구조의 재창조가 필요하다. 맑스주의는 서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일본과 한국에서는 성공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해결책으로써의 모델도 일본과 한국이 그 모델이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정치모델로 1950년대 유럽이 갖고 있던 모델이다.

그러나 1968년 서유럽과 미국 맑스주의자들이 결정적인 문화적 승리를 이루었던데 반해 보수적인 유럽의 기독교인들, 민족주의자들, 전통주의자들, 자본주의자들은 유럽의 보수적 문화를 방어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비록 서유럽과 미국에서는 문화적 보수주의가 쓰러졌지만 일본과 한국에서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는 이전의 위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고도의 발전을 이룬 진보적 사회"라고 보수주의와는 정반대로 평가했다. 같은 문건에서도 논리적 일관성이 전혀 없다.

"다문화주의 라는 이념은 유럽국가에게만 있다. 그런 점에서 백인은 악마이고 황인(한국/일본)은 아니다."

다문화주의를 '악마'로 인식한 광신자

결국 다문화주의를 '악마'로 인식한 광신자였기에 그는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켰다.

"우리는 보수적 조직으로 한국과 일본처럼 문화적 고립주의를 번식시킨다. 인종적 순수함 문제는 항상 한국인과 일본인들에게 극도로 중요한 일이다. 유럽이 한국과 일본처럼 문화적 보수정책을 취할 때 유럽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현재의 유럽이 아름답지 않아서 파괴돼 버렸다는 그의 광기 어린 '논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일본인들은 애국심이 듬뿍 스며있고 다문화주의를 거부한 한국과 일본은 강한 사회적 응집력을 갖고 있다. 그것이 왜 이 두 나라에서 '대중적 민주주의 모델'이 아직도 잘 작동하고 있는 이유다."

그는 다양성이나 다원주의보다는 획일주의나 집단주의를 "대중적 민주주의(mass-democracy)"로 표현하고 있고 유럽이 지향해야 할 모델로 보고 있다.

"현재 정치제도로써 나는 일본, 한국, 대만의 제도를 부러워한다. 그 나라들은 다문화주의를 까놓고 거부했고 단일문화를 유지했다. 그들은 유럽과 미국의 교육, 과학, 기술, 경제제도를 취했지만 유럽문화의 맑스주의는 거부했다. 그들은 미래의 문화적 보수정부에 대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서구는 이 나라가 보여준 독트린을 따라가야 한다."

이 광신자는 한국, 일본, 대만을 이상형의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모델국가로 제시했다. 내 문화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남의 문화와 종교가 소중하다는 포용성 대신 그는 배타성을 내세웠다. 그리고 반인륜적 폭력으로 남의 소중한 생명까지도 앗아갔다.

브레이빅의 존재가치는 인간이 결코 지향해서는 안 될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아울러 한국인이 향후 어떤 모델국가를 모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고민거리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김성수 #독일 #노르웨이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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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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