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여 팀 참가, 탑5에 드는 게 목표"

[인터뷰] 마술사 박은경

등록 2016.07.25 15:07수정 2016.07.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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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박은경 ⓒ 남유진


지루하고 반복적인,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일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쯤에서 일상에 제동을 걸어 본다면 어떨까?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을 빌려서 말이다. 시간을 달리고, 하늘을 날고, 눈빛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고….

이에 대한 소망은 처음 땅에 사람이 발을 딛던 시절부터 시작됐던 것 같다. 마술이라는 건 늘 간절한 염원의 다른 이름이니까 말이다.

마술사 박은경씨는 원래 꿈이 패션디자이너였는데 원했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다. 재수를 하다 우연히 친구와 함께 찾은 레스토랑에서 마술 공연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날 이후로 그녀의 인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마술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고맙게도 마술은 그가 간절히 염원했던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이루는 데 물꼬를 터주기도 했다. 바로 퀵체인지쇼란 눈 깜짝할 시간에 입은 옷이 바뀌는 마술을 통해서다. 마술은 박은경씨에게 늘 꿈을 이뤄주는 선물 같은 존재다.

- 노력형 마술사이신데, 연습량이 얼마나 되나요?  
"여자 마술사가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극소수예요. 트릭이라든지 도구도 다 남자에 맞춰져서 여자가 하려면 다 여성화해야 하거든요. 남자 분들도 손가락에 관절염 올 정도로 해야 하는 게 마술인데, 아무래도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죠. 연습하다가 손목에 퇴행성관절염이 20대 때 왔어요. 카르멘 할 땐 잠을 평균 3~4시간 잤어요. 마술도구도 직접 만들고, 의상 디자인도, 촬영도 잠잘 시간도 없이 다했는데 그래도 마술이 전 너무 재밌어요."

- 퀵체인지쇼에 대해 설명 바랍니다.
"퀵체인지는 옛날 연극에서 막 전환을 위해 옷을 빨리 갈아입다가 누군가가 생각한 거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까 하고요. 프랑스에서 퀵체인지쇼 하는 걸 봤어요. '아! 이건 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디자인을 했기 때문에 옷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고, 일반적으로 입는 자연스러운 옷을 디자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실패도 많이 했어요. 제가 쓴 원단 값만 수백만 원이고, 어떤 의상은 12번을 다시 만들었어요.

퀵체인지쇼가 좋은 건 다른 마술에 비해 관객들이 저를 보거든요. 저를 봐야 옷이 바뀌는 걸 보기 때문이죠. 퀵체인지 액트에는 3가지가 있는데 <007>, <Singing in the rain>, <프리티 우먼>이에요. 여기에 나오는 명장면을 패러디해서 관객분들이 단순히 트릭만 보는 게 아니라 더 신나고 즐거우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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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박은경 ⓒ 박은경


- 마술을 하는 데 있어 박은경씨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친언니랑 연극, 뮤지컬,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런 시간이 있다 보니까 관객 분들께 감정을 전달할 때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 가장 큰 강점이지 않나 싶어요."

- 외국과 달리 한국 관객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마술의 비밀을 밝히려 한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어떤가요?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건 중국이에요. 너무 궁금하시니까 2층 좌석에 앉아야 하는데 테라스에 매달려서 보시는 분도 계세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4, 5살 때 선물로 대부분 마술 키트를 받아요. 그 정도 나이는 기본적으로 마술에 대한 원리나 트릭을 다 알고 있어요. 예술로서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어요."

- 마술사의 무대 위와 무대 밖의 삶은 얼마나 다른가요?
"제가 지금 3주 동안 해외에 있다가 귀국했거든요. 계속 닫힌 공간 안에서 마술만 하다가 밖으로 나오니 꼭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된 기분이에요. 마치 다른 공간 갔다가 온 것 같은? 무대와 현실이 많이 괴리돼서 그런 것 같아요."  

-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어요. 마술이 미래도 불투명하고 고정된 페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가 또 막둥이에요. 제 위로 저보다 12살 많은 오빠, 10살 많은 언니가 있어요. 마술을 시작하고 대학로 극장에서 쭉 공연을 했었는데 목표 없이 마술을 하다 보면 지치지 않을까 해서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언니가 2년의 시간을 줄 테니까 네가 어떻게 해서든 성공하라고 했거든요. 첫 번째 대회에서 수상을 못 하고 그다음 해에 수상을 했어요. 수상하고 나서 언니한테 물어봤어요. 처음 대회에서 수상 못했을 때 왜 그만 두라고 안 했냐고…. 언니가 네가 수상은 못했지만 네 가능성을 봤다고 말하더라고요. 지금도 그 말이 가슴에 남아서 힘들 때마다 늘 위로가 돼요."

- 일상에서의 직업병 같은 건 없으세요?
"보통 사람들은 조형물 같은 거 보면 예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이게 어떻게 설치됐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다 봐요. 궁금하면 사서 분해해요. 얼마 전엔 3D 프린터가 신기해서 샀어요.(웃음)"

- 한국의 마술이 해외로 진출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세계마술올림픽에는 대다수 한국 마술사가 수상해요. 양궁이나 쇼트트랙처럼 1, 2, 3등을 다할 정도로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해외에서 한국 마술이라 하면 손가락을 치켜 올리세요. 다만 아쉬운 건 우리 한국인의 특징은 잠 안 자고 열심히 노력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기술로는 세계 최고지만 창의성이 좀 부족해요. 해외는 기본적으로 마임, 피아노, 기술을 배우고 나면 자기 색깔을 입힐 줄 알거든요. 우리나라는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8월에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에서 공연하신다고 들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 축제이기 때문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거든요. 전 세계에서 4000여 개 팀이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5개 팀만 참여해요. 저희도 거기서 공연을 하거든요. 탑 5에 드는 게 목표예요.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한테 주는 상이 있으니 꼭 수상해야죠.(웃음)"

-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신가요?
"일반인들이 마술사 했을 때 많이 떠올리는 분은 데이비드 카퍼필드…. 아직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고 계세요. 한참 활동할 땐 세계 100대 부자 안에 들었고, 본인 이름으로 된 섬도 사셨죠. 라스베이거스는 제가 처음 마술할 때만 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곳이었어요.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직도 많은 마술공연을 하루 2회 공연을 하고 있거든요. 관객도 꽉 차는데 그곳에 우리나라 마술사는 아직 없어요. 너무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그곳에 들어가는 게 제 목표예요."

글 남유진 · 사진 남유진, 박은경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site.com/snsmedia)> 8월호에 먼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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