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탈당하라" - "민생파탄 책임 물어야"

더민주 전대 출마한 추미애 요구에 당내 엇갈린 반응, 새누리당 "사과하라"

등록 2016.07.28 13:20수정 2016.07.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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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후보등록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캠프 대변인을 맡은 김광진 전 의원. ⓒ 연합뉴스


[기사보강: 28일 오후 5시]

정치권에서 때아닌 '대통령 탈당' 논란이 불거졌다.

내달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입장에서는 당내 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카드이지만, 새누리당은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추미애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은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개입한 유례없는 관권선거였다. 이번 대선에도 이와 같은 헌정질서 파괴 행위가 지속된다면 정권교체의 희망도 사라지고, 민주주의도 무너질 것"이라며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내각총사퇴 후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지난해 박 대통령의 '배반의 정치' 발언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의 '총선 승리' 건배사 사건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중립적 선거관리를 해야 할 장관의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며 "이런 상태로는 대선을 공정하게 치를 수가 없다는 걸 국민들이 다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대선 1년 전까지는 공정 선거를 약속하는 의미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개헌 이래 1명 빼고는 모든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 탈당 선택

당대표에 출마한 추 의원으로서는 당선되면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1987년 9차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정착된 이래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5년마다 대통령은 정치권의 요구로 탈당을 선택해왔다(1992년 노태우, 1997년 김영삼, 2002년 김대중, 2007년 노무현).

더민주 내에서는 "추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통령 탈당' 카드를 먼저 치고 나왔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더민주 전대의 경쟁주자인 송영길 의원은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지금 단계는 박근혜정권의 책임을 묻고 (민생 파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해야 할 상황"이라며 "탈당하는 건 시기적으로도 안 맞고 오히려 책임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선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채를 승계한 (새누리당 후보의) 책임을 물어야할 대선인데 (탈당으로)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지난 대선 때도 이명박 정부의 부실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기는 상관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그걸 '정권교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은 나쁜 짓 다해놓고 도망가는 정치다."

이종걸 의원도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 뒤 기자들을 만나 "내가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에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한 걸 모으면 책 1권은 될 것"이라면서도 "추 의원이 그런 거대담론을 얘기했다면 나는 대통령의 구체적 담론을 얘기하는 것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또다른 경쟁주자인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은 "대선을 1년 5개월이나 남겨놓은 지금부터 공정한 대선관리, 대통령 탈당, 선거중립내각을 요구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라며 "지금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민생회복, 경제활성화다. 민생파탄의 책임을 물을 때 그러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쟁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민주의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중립 요구 차원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곤 하는데, 대통령이 특정정당만의 대통령이 아닌 만큼 탈당은 당연히 고려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선거중립 내각은 시기상의 문제도 있어서 여당이 수긍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수도권 중진의원(익명 요구)은 "지금은 민생경제 파탄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할 시점인데, 탈당 요구는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성공한 대통령의 길로 가려면 탈당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여러 차례 말해왔지만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일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테크노크라트(전문관료) 중심의 대폭 개각을 해야 한다"라며 "임기 말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전면 개각이 필요하고, 또 안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남의 당 사람이 왜 대통령 탈당 얘기하냐?"

반면, 내달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당대표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추 의원의 발언을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하다는 당 논평도 나왔다.

새누리당 김명연 원내대변인은 오후 4시 50분 정론관 브리핑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탈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겪어서 그런 것인지, 아직도 대선불복의 미몽에 사로잡혀 극단적 지지자를 향한 인기영합적 발상을 버리지 못하는 행태가 안쓰럽다"며 "추 의원은 국민, 박 대통령, 그리고 새누리당에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전대를 앞두고 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이라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며 "이렇게 편협한 사고를 지닌 분이 제1야당 당대표 후보라는 사실에 국민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의원은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현 대통령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우리 당의 정책 철학을 구현하도록 대통령으로 만든 분"이라며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선거관리에서 엄정중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법적 요구인데, 그런 식의 요구는 정치 공세로 봐야한다"고 잘라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남의 당 사람이 왜 대통령 탈당을 얘기하냐?"며 "정권 재창출하려면 (대통령은 여당과) 끝까지 공동 책임을 져야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출신의 이정현 의원도 "야당에서 정치적으로 하는 얘기에 일일이 답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익명의 친박 의원은 "대통령 탈당 요구는 후진국형 정치의 전형이고 엄중한 내정 간섭"이라며 "자신이 일평생 헌신한 당에서 임기 말에 쫓겨나다시피 탈당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냐"고 반문했다.
#대통령 탈당 #추미애 #이정현 #이주영 #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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