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김영란법' 판결하며 세월호 언급한 까닭

[김영란법과 언론인②] '김영란법 합헌' 헌법재판소 결정문 읽어보니

등록 2016.07.28 18:28수정 2016.07.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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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직원이 청탁금지법시행준비단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 연합뉴스


28일 언론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포함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왜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가 김영란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지 조목조목 밝혔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언론인이 보면 뼈아플 대목이 많다.

언론인은 부정 청탁과 촌지 수수라는 나쁜 관행을 자성하고 이를 끊을 수 있을까.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낸 성명에서 대부분의 내용을 헌법재판소 결정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기자 사회 내부에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다 할 것이다'라는 주장은 뒤로 밀렸다.

헌법재판소는 왜 세월호를 언급했을까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거론했다. "공공부문의 부패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패도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면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국회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안을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면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민간부문 중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포함시켰다"라고 밝혔다.

언론의 문제가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없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언론은 편향 보도 등으로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언론계는 민간부문 중에서 왜 언론과 교육만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부패가 문제되는 민간부문은 많이 있다, 하지만 교육과 언론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이고, 국민들은 이 분야의 부패 정도가 심각하고 그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런 인식이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시랍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지지하는 여론이 이를 반대하는 여론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에게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편파적 기사임이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해당 보도 내용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거나 이를 원상회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언론인은 보도를 통해 국민의 의사소통과 여론 형성을 위한 통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언론계의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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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직원들이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금지법 합헌 판결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부패와 청탁에서 자유롭지 않은 언론의 현실을 거론하면서 뼈아픈 일침을 가했다.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고 외부의 충격을 받아야 하는 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 및 언론 부문에 상당기간 동안 형성되어 온 청탁이나 금품수수 관행에 대한 의식 개선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적 인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등의 수수를 공직자와 같이 법률로 금지하고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가하는 것이 교육계와 언론계에 남아 있는 부패를 근절하는 유효하고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육계와 언론계에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 수수 관행이 오랫동안 면연해 왔고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각종 여론조사결과와 국민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교육계와 언론계의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를 하지 않은 언론인에게는 김영란법이 적용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종래 받아오던 일정한 금액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 등을 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이런 불이익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권익의 침해라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대다수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은 부정청탁과 정당한 이유 없는 금품 제공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정당하고 떳떳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어 권익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언론 자유 침해 주장도 물리쳤다. "아직 시행되기도 전의 법률을 국가권력이 남용하거나 악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언론인 등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미리 추상적으로 단정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수언론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직자 등의 금품 등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이런 관행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분야에 일정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부패가 감소하면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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