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16일째 단식, 학교비정규직은 왜 드러누웠나

'강제전보'를 둘러싼 부산교육청과 학비노조 갈등, 그 세 가지 쟁점

등록 2016.08.05 14:03수정 2016.08.0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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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돼지 취급하려면 차라리 죽여라며 연와시위 중인 학비노조 ⓒ 이윤경


교육실무직원(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전보 시행을 두고 부산시교육청과 부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간 노사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강제전보 논란은 지난 7월 20일 교육청이 9월 1일부로 670명의 과학·교무·전산실무원을 전보하겠다는 공문으로 촉발되었다.(이 중 유예자를 제외하고 최종 476명을 전보한다고 밝혔다.)

학비연대회의는 교육청의 전보 시행은 노사협의하기로 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일방적, 강제적 전보라며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16일째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청은 충분히 협의했고 전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강행 의사를 밝히는 한편 8월 3일 조합원 16명을 공무집행 방해로 고소하고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제출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폭염 속에 16일이나 단식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이 강경하여 그 해법을 쉽게 찾지 못 하고 있다. 노사 양측은 8월 1일과 2일 협의를 진행하였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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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학비노조 ⓒ 류강현


노사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번 '강제전보' 논란의 쟁점은 크게 3가지이다.

1. 전보 관련 노사 협의는 진행되었는가?

노사 양측은 모두 단체협약으로 노사협의로 전보원칙을 마련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교육청은 '수차례 노조와 전보에 대해 협의했으나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는 '학교별 업무환경을 표준화하기 위한 업무TF(업무협의)를 마무리 지은 후 전보TF(전보협의)를 하기로 했다. 업무TF가 한창 진행 중인데 무슨 전보 TF를 했다는 말인가? 노사 간 전보협의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노조는 교육청에 의견수렴과 전보협의를 했다고 한데 대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슨 내용을 협의했는지 8월3일까지 해명자료를 공문으로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문제에 대해 교육청과 면담을 진행한 한 시민사회단체 측 인사는 '교육청에 협의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어보니 지나가다 잠깐 만난 것까지 다 협의로 이야기하더니 결국 공식적인 협의는 한 차례도 없었음을 시인했다'고 밝히며 '이런 사실이 교육감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거 아닌가?'며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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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TF 후에 전보TF를 하자는 입장을 밝힌 학비연대회의 공문 ⓒ 이윤경


2. 전보를 위한 시스템은 미비한가?

노조는 4대 보험, 퇴직금 등 전보인프라가 미비하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전보는 학교 현장의 혼란과 비효율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육감 직접고용 조례가 통과되었지만 그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아 전보를 하게 되면 기존 학교에서 퇴사 처리, 이동 학교에서 입사 처리로 되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별 제각각인 업무환경을 표준화하기 위한 업무매뉴얼(예시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청은 보험 공단과 협의가 완료되어 퇴사·입사 처리가 되더라도 불이익은 전혀 발생하지 않고 퇴직금도 잘 연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업무매뉴얼(예시안)도 전보 전에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런 교육청의 해명에 대해 '교육청의 대책은 땜질처방에 불과하며 임금, 퇴직금의 업무가 교육청이 아닌 학교로 되어있는 한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타 교육청의 사례처럼 교육청으로 이 업무를 이관하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퇴직금의 경우 내년에 교육청으로 이관할 것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육청이 왜 이리 급하게 전보를 실시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한 반응이다.

한편, 8월 4일에 진행된 업무TF는 이번 전보 강행의 여파로 파행을 겪었고 결국 업무매뉴얼을 개발하지 못한 채 교감, 교사, 교육실무직원으로 구성된 TF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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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4일에 진행된 업무TF ⓒ 이기윤


3. 교장과 학교 관리자들이 전보에 개입했나?

노조는 교육청이 전보의 대상인 교육실무직원은 배제한 채 학교 관리자들의 압력으로 인해 전보를 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현안문제에 대한 교장회 의견'을 폭로했다.

이 자료를 보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휴게시간, 유급휴일, 연차휴일 등을 교육실무직원에게 부여하는 것과 이들을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까지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한 학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무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며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순환전보 의무화를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조는, 교육청과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간에 교원과 전혀 관련 없는 '교육실무원에 대해 단계적으로 정기 전보 방안을 마련한다'라고 지난 4월 12일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학교 관리자들이 전보에 개입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교육실무직원의 전보는 교육청의 필요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며 학교 관리자들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전보 기준안도 학비연대회의와의 협의와 교육실무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청과 시민사회단체의 면담에서는 초등교장회 문건과 교총합의서에 대한 사실관계 관련해 질의가 있었고, 교육청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교육감님도 화를 많이 내셨다'고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초등교장회 문건과 교총합의서는 교장들과 학교 관리자들이 비정규직의 전보에 개입을 했다는 방증이며 이번 강제전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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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학비연대회의 간 단체협약이 체결된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초등교장회 문서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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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교총 간 체결된 교섭·협의 합의서 ⓒ 이윤경


이번 '강제전보'를 둘러싼 이 3가지 쟁점은 노사 양측의 주장이 갈리는 데다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사실관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사실관계를 따지기 전에 우선 단식자들이 단식을 그만둘 수 있도록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청과 노조 간 소통라인을 마련하여 양측의 갈등사안을 사전에 조율하고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식농성 16일째인 8월 5일, 부산시교육청과 학비연대회의의 갈등 해법이 주목된다.

#부산학비연대회의 #부산교육청 #학비노조 #단식농성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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