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성주군민들의 특별한 소풍

SNS에서 활동하던 주민 100여 명 성밖숲으로 소풍 나와, 향우회 500여 명 촛불 참석

등록 2016.08.07 21:50수정 2016.08.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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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 군민들이 소통하는 SNS '1318+'가 7일 오후 성주읍 성밖숲으로 특별한 소풍을 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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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사드 반대 SNS 모임 주최로 성밖숲으로 소풍나온 성주 주민들이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매일 밤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성주군민들이 성밖숲으로 특별한 소풍을 갔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 채 SNS를 통해 의견을 모아오던 주민들이 제안한 소풍에는 100여 명이 참석해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성주읍 경산리에 있는 성주읍성 서문 밖에 만들어진 성밖숲은 300~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왕버들이 59그루 자라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403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는 성주군에서 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낮 12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주민들은 자리를 펴고 앉아 가져온 음식을 꺼내 나누며 인사를 나누었다. 현수막 천과 그림도구를 준비해온 동네미술팀은 현수막을 손으로 직접 쓰고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엄마는 밀짚모자에 그림을 그렸다.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나온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금방 친근해졌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인사 한 번 나누지 않았던 이들은 손을 맞잡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SNS를 통해 소풍을 제안했던 한 주민은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글을 올리면서 만나고 싶었다"며 "이렇게 얼굴을 보면서 만나니까 바로 우리 집 이웃이었다. 세상은 정말 좁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야간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한 할머니는 "성밖숲으로 소풍을 온다기에 얼굴을 보고 싶어 나왔다"며 주민들의 손을 잡고 반가워했다. 이 할머니는 "나는 죽어도 괜찮지만 성주에서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사드가 들어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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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의 SNS모임 '1318+'가 성밖숲으로 소풍을 나와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 가운데 일부 주민들이 현수막천에 사드반대 글씨를 붓으로 쓰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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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성밖숲으로 소풍을 간 성주 주민들이 현수막을 만들고 밀짚모자에 '사드 반대'를 쓰고 그림을 그려넣어 햇빛에 말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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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들이 소통하고 있는 SNS '1318+'가 제안해 7일 오후 성밖숲으로 소풍을 간 주민들과 아이들이 밀짚모자에 '사드 아웃'을 그리고 있다. ⓒ 조정훈


소풍에 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현수막을 직접 적어준다는 소식을 듣고 문구를 만들어 보내고 제작을 부탁하기도 했다. 동네미술팀은 '사드는 미국으로, 평화는 한반도로', '평화란 생존권을 지키는 것' 등의 현수막을 만들었다.

소풍을 온 일부 주민들은 음악에 맞추어 율동 연습을 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개다리춤'을 추기도 하고 땀을 흘리며 율동연습을 한 주민들은 오는 14일 집회에서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나무그늘에 앉은 주민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수인씨는 "일제시대 철도가 성주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성주에서 난 곡식을 수탈당하지 않도록 막아내자는 뜻이었다"며 "나는 '성산 이씨'인데 사드가 들어오면 '사드 이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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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성주군민들의 SNS모임 '1318+'의 소풍에 나온 주민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다. ⓒ 조정훈


하귀옥씨는 "나는 이씨 종가집 며느리인데 사드 때문에 밖에 나올때마다 시아버지한테 욕을 많이 얻어먹었다"고 말했다. 하씨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며 시아버지가 화를 내시길래 박근혜 대통령도 암탉이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주가 고향으로 성주사드철회투쟁위 대외협력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길종 한신대 교수는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는 작은 마을 단위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며 "성주에서 직접민주주의를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모임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20세기에는 광주가 신군부에 맞서 폭도로 몰리고 빨갱이로 몰리면서도 민주주의 운동을 했다"며 "성주는 빛고을에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과장을 잇고 있다, 성주는 특히 21세기 평화운동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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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출신으로 대구에 살고 있는 '재구성주군향우회' 회원 500여 명이 7일 오후 성밖숲에서 성주군청까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끝까지 함께 했다. ⓒ 조정훈


한편 성주 출신으로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재구성주군향우회' 회원 500여 명은 버스 10대에 나눠타고 성밖숲에서 모여 성주군청까지 30분 가량 거리행진을 하며 '사드 반대'를 외쳤다. 향우회원들이 성주군청으로 들어오자 미리 나와 있던 성주군민들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악수를 하며 반갑게 맞았다.

이들은 '사드 결사 반대'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성주군청에 도착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김호윤 향우회장은 "몸은 대구에 있지만 마음은 성주 군민과 함께 있다"며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했다.

26번째 열린 촛불집회에는 성주군 향우회 회원들과 성주군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농민가' 대신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초전면 어머니들의 난타 공연을 시작으로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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