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만든 도공,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이야기가 있는 축제를 기대한다

등록 2016.08.08 13:26수정 2016.08.0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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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어르신들 입에서 절로 이런 말이 나오는 폭염 가운데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바가지 요금 이야기는 있는데, 정작 축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없는 비슷비슷한 축제들이 더위를 더 덥게 만드는 게 현실이다. 그 가운데 지난 7일 막을 내린 강진청자축제는 올해 44회째로, 9일 동안 기상관측 이래 최고 폭염 속에서도 예년 수준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찾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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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끼워 줘요 축제 현장에 마련된 물놀이 현장에서 어린 아이가 치솟는 분수에 그 속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모습 ⓒ 고기복


전남 강진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고려청자를 집단 생산했던 곳이다. 전국 400여 기의 가마터 중 188기가 보존돼 있고,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를 만들어낸 고려청자 본고장이다. 강진청자축제는 선열들의 예술혼을 이어받고 고려청자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1973년 금릉문화제를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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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자, 이렇게 구워요 고려청자박물관 강진요 2호에서 전통방식으로 구워낸 청자를 요출하는 모습 ⓒ 강진군


강진이 왜 고려청자 본 고장이 될 수 있었는지를 살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016년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뽑히기도 했던 현장을 축제가 한창인 지난 3일에 찾았다.

주최 측은 '흙, 불 그리고 사람'을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에서 고려청자 사적지 유물 발굴체험, 고령토 밟기, 고려청자 도공 전동물레 돌리기 체험 등을 통해 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체험을 통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한다. 축제장에서는 한옥청자판매장과 민간요 야외판매장에서 평소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축제장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문득 고려·조선시대 노비들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그들이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기대했던 이야기가 없어서 그랬을 거라는 막연함이 있다. 청자라는 물건은 있는데, 청자를 만들었던 사람, 도공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살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뜨거운 가마에서 흘렸을 땀, 몇 번씩 그릇을 깨며 불량품을 걸렀을 예술혼, 노비나 다를 바 없던 신분이라 당했을 멸시, 비굴함을 극복하며 청자를 빚던 치열함을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묻어났기에 노비들의 삶이 궁금해졌던 것인지 모른다.

양반집 허드렛일에 쉴 날이 없었고, 모를 심고 거둬들이는 일을 숙명으로 알았을 노비들은 하얀 쌀밥을 맘껏 먹어본 적 있었을까? 돌산 위에 자리한 소나무의 굵은 껍질처럼 허물허물 벗겨져 못이 박힌 손바닥에 따뜻한 밥 공기 하나 제대로 올려본 적 있을까? 자신의 땀으로 꾹꾹 눌러 담은 가마니 얹은 지게를 짊어졌을 등짝은 이중섭의 소처럼 앙상하고 깡마른 등과 엉덩이뼈를 자랑하는 늙은 소를 닮지 않았을까? 하루 일을 마치고 행랑채로 돌아오던 길, 한쪽 어깨 위에 불량하게 들쳐 멨던 지게는 형벌처럼 짓누르던 일터를 벗어나 한 쪽 어깨나마 쉼을 주려던 마당쇠의 지혜가 아니었을까?

깨진 자기들을 모아놓은 도자기박물관이나 도자체험을 하는 곳이나 행사장 어디에서도 도공의 삶을 살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굳이 한 곳이 있다고 우긴다면 도자기박물관 앞에서 상투를 튼 도공이 푸른 청자를 빚으며 관람객들에게 사진 배경을 제공하고 있던 조각물이 유일했다.

그러나 그 조각물을 보며 옥빛 청자를 굽는 일이 천직이었던 도공이 흘렸을 땀과 예술혼을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도공에게 상감청자는 품에 안듯 흙을 빚던 삶이 벗어던질 수 없던 짐이었다는 것, 혼신을 다한 작품을 내놓고도 양반들의 온갖 멸시에 굽실거려야 했던 삶은 전혀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한 점에 수천만 냥을 호가하는 상감청자를 만들었고, 그 덕택에 호사를 누렸을 거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떠오른 질문, 도공은 자기가 빚은 자기 그릇에 하얀 쌀밥을 넘치도록 담아 먹었을까? 자기가 만든 청자를 양반들에게 바치기 위해 평생 짐을 져야 했던 삶, 관청에 바치기 위해 도기를 가득 실은 수레를 도공은 스스로 끌었을지 모른다.

과적한 수레는 청자처럼 매끈함이라곤 찾을 수 없었고, 바퀴는 언제나 삐걱거렸을 것이다. 도공은 그 짐을 끙긍 대며 끌었을 것이다. 도자기 가득한 수레를 당길 때마다 도공은 물레 돌리듯 계속 자기 쪽으로 인생의 짐을 가져와야 했을 것이다. 그게 도공의 일이었고, 노비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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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그릇도 있더라 강진도자기박물관 앞에 전시돼 있는 항아리의 질감이 정감 있게 다가온다. ⓒ 고기복


강진청자축제장을 나서면서 '이 시대라고 다를 바 없다'고 어디선가 누군가 소리 지르고 있는 듯했다. '흙, 불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열었다는 축제에서 '사람'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궁금했다. 내년에는 그 '사람' 속에 도공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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