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정가은의 모유 수유 사진은 정말 '음란'했을까

[주장] 정가은 그리고 설리까지 이어진 가슴에 대한 억압... 이제 그녀들의 가슴을 놓아주자

16.08.12 18:06최종업데이트16.08.12 18:06
원고료로 응원

정가은이 11일에 올린 SNS에 사진이 화제다. 얼마 전 딸을 낳은 정가은은 딸에게 모유 수유하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이 올라온 뒤 곧 누리꾼들의 댓글로 논란이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jung_ka_eun


정가은이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화제다. 얼마 전 딸을 출산한 정가은은, 자신의 딸에게 모유 수유하는 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이 올라온 뒤, 곧이어 댓글로 누리꾼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일부 누리꾼들은 "야하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모유 수유 사진은 좀...", "이건 아니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정가은은 누리꾼들을 향해 "일일이 하나하나 다 답글을 달 순 없지만... 뭐, 관종(관심종자)이 맞을지도^^ 애기가 생기니까 막 자랑하고 싶어 미치겠더라고요"라고 남겼다. 또한,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게 살 순 없으니까... 전 저 응원해주시고 예쁜 시선으로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 갖고 소통하고 지내야죠^^"라고 덧붙였다.

정가은의 소신 있는 답글은 오히려 다수 누리꾼의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야하다는 사람이 음란마귀인 거 같다", "가은씨 응원합니다", "저도 아기 엄마인데 멋져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정가은의 모유 수유 사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가은의 대처 이후, 논란은 더 크게 번지지 않고 이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왜 처음에 사람들은, 모유 수유 사진이 야하다거나 SNS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을까?

오늘도 여성의 가슴은 억압된다

이번 논란의 기저에는 여성의 가슴에 대한 성적인 시선과 억압이 깔려있다. 한국 사회에서 다수의 여성은 어릴 적부터 가슴을 소중한 것 동시에 숨겨야 하는 것처럼 교육받는다. 또한, 가슴이 예쁜 모양이 된다거나 처지지 않도록 해준다는 이유 등으로 브래지어 착용을 필수처럼 강요받는다. 이러한 인식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져, 결국 여성에게 노브라 또는 가슴을 보이는 행위는 마치 음란한 행위처럼 취급받고 금기된다.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여성의 가슴에 대한 성적인 이미지가 어릴 때부터 교육된다. 여성에게 브래지어를 착용시켜 숨김을 강요할수록 남성들은 이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며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는 장난을 치거나 놀리는 행위 등도 이러한 금기를 건드리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맥락이 아닐까.

여성의 가슴에 대한 성적인 시선과 억압은 여성이 브래지어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를 빼앗는다. 마치 여성의 가슴은 가릴수록 좋다는 것처럼.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 화제가 되었던 설리의 노브라 논란에서도 볼 수 있다.

설리가 지난 7일 트레이닝복을 입고 찍은 사진에 또 다시 노브라 논란이 일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설리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jelly_jilli


지난 5월 7일, 설리가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논란을 가져왔다. 설리가 노브라인지 아닌지 누리꾼들은 논쟁을 펼쳤다. 최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설리가 지난 7일 트레이닝복을 입고 찍은 사진에 또다시 노브라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논란은 일부 네티즌이 설리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한 누리꾼은 "속옷을 착용했든 안 했든 왜 상관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외국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 인상 깊다.

"It's nipples omfg stfu everyone has them. People just oversexualize it but in reality men & women both have it. Why should she be ashamed of showing her body? Anyway it's HER INSTAGRAM. If you're 'uncomfortable' with what she post then UNFOLLOW AND DONT LOOK. It's not like she's an idol anymore so stfu."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는 이를 다음과 같이 번역해서 기사로 소개했다.

"어머나, 모든 사람에게는 젖꼭지가 있단다. 사람들이 젖꼭지에 성적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고 있는데, 남자 여자 모두 젖꼭지가 있다고. 왜 그녀가 자기 몸 때문에 부끄러워해야 해? 어쨌든 이것은 '그녀의 인스타그램'이라고. 설리가 남긴 사진이 불편하다면 언팔하고 그냥 보지를 마."

그의 말처럼 여성은 자신의 가슴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여성의 가슴에 과하게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음란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해야한다.

이제 그녀들의 가슴을 놓아주자

솔직해지자. 어머니인 정가은이 모유 수유 사진을 올렸을 때, 그것을 야한 사진으로 만든 것이 누군지. 정작, 아기에게 모유 수유가 좋다고 말하면서 그 장면은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만든 이는 누군지.

오늘날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수시로 성적 대상화 되고 또 타자화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유 수유 사진마저 야한 사진으로, 사회에 통용되지 않는 사진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노브라도 모유 수유도 그 자체로는 음란하지 않다. 음란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것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마치 잘못인 양 만드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5월 설리에게 가해진 댓글 논란보다, 최근 논란에서는 이들이 무얼 하든 자유롭게 용인하는 분위기가 더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정가은은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잘 대처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소통하겠다는 그녀의 발언을, 내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예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설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기억하자, 여성의 가슴은 금기하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도, 모유 수유를 자랑하는 것도 모두 그녀들의 자유다. 이제 잘못된 시선을 거두고 그녀들의 가슴을 놓아주자. 잘못된 것은 우리의 시선이다.

설리 정가은 모유수유 노브라
댓글8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