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겠는데'... 한 대부업자의 잘못된 욕망

원 서류 없는 채권 추심하려다 뒷덜미 잡힌 이야기

등록 2016.08.18 10:17수정 2016.08.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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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때문에 대부업체를 찾은 P씨. 대출을 취소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빚은 늘어만 갔다. ⓒ pixabay


P씨는 2008년 친구에게 급한 연락을 받았다. 돈이 필요하다며 P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달라고 했다. 친구와의 의리를 생각해 대출하겠다고 대부업체에 찾아가 사인을 했다. 그러나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대출을 취소했다. 그런데 이 대출이 승인돼 친구에게 600만 원이 나갔다.

친구에게 600만 원의 대출이 지급됐는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났다. 2016년 4월 어느 날, 우편물이 하나가 날아왔다. 채권 양수도 증서 겸 통지서. 이름도 어렵고 뭔가 싶어 우편물을 열어봤는데, 빚이 있으니 갚으라는 내용이었다. 2008년에 빌린 600만 원이 당시 법정 최고 이자율 49%로 지급돼 이자가 엄청나게 붙어있었다. 곧 출산을 앞둔 P씨는 당황하고 불안한 마음에 주빌리은행을 찾았다.

L씨는 채권업자다. 2015년 가지고 있던 채권들이 대부분 소멸시효가 완성돼 채권추심을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채무자들과 연락도 되지 않았다. L씨는 아예 사채업을 접고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채권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이고 채권자는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내어주고 빚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경우, 법은 채권에 소멸시효를 두어 5년이 지난 채권에 대해서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이를 잘 모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L씨의 지인 K씨는 채권이 돈 되는 사업인데 L씨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난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K씨는 L씨가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입수해 추심을 하기로 했다. L씨가 폐업하면서 가지고 있던 서류를 모두 폐기해 남은 자료들은 복사본들이었다. 원 서류가 없으면 추심을 할 수 없지만 채무자들은 이를 알 수 없다. K씨는 시험 삼아 세 건만 해보기로 하고 채권 양수도 증서 겸 통지서를 만들어 채무자들에게 발송했다. 돈이 들어오면 좋은 것이고, 안 들어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불법추심 해놓고도 당당한 K씨... "저도 법원에 아는 사람 많아요"

K씨가 만든 가짜 양수도 증서 겸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P씨였다. P씨는 K씨와 직접 연락하지 않고 주빌리은행에 상담을 요청했다. 처음 P씨는 주빌리은행에 자신의 채권을 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주빌리은행이 채권을 사서 탕감을 하는 것은 맞지만 주빌리은행이 개인의 채권을 살 수는 없다. 채권자들이 팔지 않는다. P씨는 자신이 받았던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상담사에게 보냈다.

상담사는 P씨가 보낸 서류를 확인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양수인으로 돼 있는 현재의 채권자가 2015년 이미 폐업을 한 사업자였기 때문이다. 상담사는 채권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수 통지서에 사업자 번호는 있는데 양수인 도장이 찍히지 않았어요. 서류가 미비합니다. 그리고 양수인 사업자번호가 이미 폐업한 사업체로 나옵니다. 사업체 대표가 K씨 본인 맞나요? 본인이 직접 추심하시는 건가요?"

"네, 제가 맞습니다. 제가 대부업 등록을 2018년까지 했어요. 그리고 우리 형이 하던 것 제가 하는 건데 뭐가 잘못 되었습니까?"

"이미 폐업한 사업자가 채권추심을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소멸시효 연장도 안 해놓으셨는데요. 채권 소멸시효 완성되어서 채무자 변제 의무 없습니다."

"법원에 이의제기 하면 되잖아요."
"이거 명백한 불법추심이잖아요. 해당 감독기관으로 신고하겠습니다."
"네, 신고하세요. 나도 법원에 아는 사람 많습니다."

불법추심을 해놓고도 당당한 추심업자. 주빌리은행은 해당 지자체로 연락해 해당 업체를 고발했다. 해당 지자체는 불법 대부업체를 신고했다. K씨는 주빌리은행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유서까지 보내왔다. 다시는 채권추심을 하지 않겠다고 싹싹 빌었다. 그리고 세 건의 채무자에게 보낸 채권 양수도 증서 및 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주빌리은행에 보냈다.

원 서류도 없는데 추심? 명백한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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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서 채권자가 불법 추심에 대해 사유서를 작성하여 주빌리은행으로 보냈습니다. ⓒ 주빌리은행


이 이야기는 미등록 대부업체가 불법채권추심을 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원 서류가 없는 채권에 대해서도 추심을 한다는 것을 고발하는 사례다. 사람들은 채무자에게 도덕적 해이가 있다며 금융권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런데 왜 채권자에게는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가? 애초에 빚을 냈을 때도 본인에게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5년 동안 채권에 대해 변제를 이행하라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채무자는 빚을 내었으니 무조건 갚으라고만 해야 하는가. 그리고 뒤늦게 갚으라고 하면서 서류 및 절차를 무시한 이러한 행태는 합당한 것인가.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묻는다. 애초에 빚을 내어줄 때 꼼꼼히 확인해 대출해주고, 채무자가 변제 계획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만약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채무자라면 땡처리 해서 빚을 상각하지 말고, 채무자가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채무조정을 해주는 것이 서로 이익을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최소한 소멸시효 완성된 채권은 그냥 털어버리자. 쓰레기는 치워야한다. 가지고 있어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채권자가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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