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우병우 수석의 운명에 정권 운명 맡겼다

[이슈분석]여당 분열과 야권 압박 속에 검찰 수사 착수까지... 청와대 '우병우 지키기' 고집

등록 2016.08.21 20:26수정 2016.08.2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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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이 갈라지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일부 비박계 의원들에 이어 유력 대선 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까지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자진사퇴 요구다. 반면 이정현 대표는 며칠째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우병우 지키기'에 나선 청와대에 무언으로 동조하는 모습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일 "우 수석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또 그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별 감찰관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 아니냐"라며 "사정 기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석이 (검찰에 수사 의뢰된 상황에서) 그 자리에 있어서 되겠느냐,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앞서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정 원내대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우 수석 사건을 수사의뢰한 것과 관련해 "민정수석은 정부 사정기관 지휘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며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가 제기된 상황에서 직책을 계속한다는 것은 법리상 국민정서상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정현 대표는 우 수석의 퇴진 문제에 닷새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와 의견이 같은 것으로 읽힌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하자, 이 특별감찰관이 감찰 진행 상황을 언론에 누설했다는 의혹을 빌미로 역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김문수 전 경기기사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우 수석의 퇴진을 청와대에 건의해야 한다는 요청에 침묵을 지켰다. 18일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의 검찰 수사를 의뢰한 직후에도 퇴진 문제에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19일에도 "논평식으로 얘기하지는 않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보수언론도 한 목소리로 청와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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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민정수석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과 일부 언론의 압박은 높아지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핵심인사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우 수석의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들도 검찰 등 사정기관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현안브리핑에서 "우 수석을 즉시 해임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도록 청와대가 결단해야 한다"라며 "청와대는 빈대 잡으려다 그나마 남은 초가삼간마저 태워버리는 우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법치주의를 우롱하고 사회정의를 문란케 하는 초법적 태도는 버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청와대가 국기문란 운운하며 이 감찰관을 비난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는데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현재 상황이야말로 국기 문란"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우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것에 "해외토픽에 나올 나라 망신"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보수 언론도 한 목소리로 '우병우 지키기'에 나선 청와대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0일 사설에서 "(우 수석의) 의혹을 검찰수사로 밝혀내는 것이 특별감찰관의 누설문제보다 훨씬 무거운데도 청와대는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우 수석은 박 대통령 국정운영의 최대 걸림돌이자 임기 말 권력누수의 열린 수도꼭지"라며 "만사 제치고 우병우 수석의 옷부터 벗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마치 재벌 오너가 회사비리를 감시해달라고 감사를 임명해놓고서 감사가 회장의 심복을 조사하자 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며 삿대질하고 있는 거나 비슷하다"면서 "청와대가 우 수석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개인비리 문제가 이젠 정권차원의 문제로 커져버렸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판단력이 단단히 고장 나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병우 죽이기는 식물 정부 만들겠다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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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국무위원들이 지난 8월 2일 청와대-세종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도 청와대는 '우병우 지키기'를 고집하는 모양새다. 우 수석과 관련된 각종 의혹과 사퇴 요구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실제 수사에 착수하더라도 우 수석에게 해임 등 인사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한 관계자는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힘 있고 재산이 많은 사람은 무조건 검은 구석이 있거나 위법, 탈법을 했을 것이라는 국민 정서에 터잡아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우 수석과 진경준 전 검사장을 연결시킨 '강남 땅 의혹' 보도, 처가와 가족 등에 대한 별건 취재를 통해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라며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일부 기득권 세력은 특별감찰관과 연계해 검찰 고발이 아닌 수사 의뢰를 통해 마치 의혹이 입증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검찰에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 한 것을 놓고 우 수석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청와대 한 참모는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이지 고발하지는 못했다"라며 "따라서 우 수석이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로 새삼스레 그만둬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다음주가 우 수석의 운명을 좌우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우병우 지키기'를 계속 고집한다면 여권 내 갈등은 더욱 불거질 전망이다. 언론의 비판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안과 각종 인사청문회가 국회에 상정된 상태에서 국정 운영 전반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우 수석의 운명에 정권의 운명을 맡긴 꼴이 됐다.
#우병우 #청와대 #박근혜 #김무성 #이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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