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욕했다"... 촛불집회 전기 차단한 성주군청

김 부군수 "앞으로도 전기 공급 안 해"... 초전면 주민들, 강하게 비난

등록 2016.08.23 18:53수정 2016.08.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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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제3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서 초전면 발전협의회가 회의를 갖고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 조정훈


지난 22일 열린 사드 배치 철회 성주군민 촛불집회에서 성주군청이 전기와 수도를 끊은 이유가 군수와 부군수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주민들이 강하게 비난했다.

김세환 부군수는 23일 오후 초전면에서 열린 초전면발전협의회 회의에서 주민들이 전기를 끊은 이유를 따지자 대통령과 경북도지사, 성주군수를 욕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부군수는 "촛불집회를 할 때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었다"며 "하나는 성산포대 사드 철회하라는 것이고 둘째는 성주군과 사전 협의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협의절차 한 마디도 없이 성주군의 자존심을 짓밟은 데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군수는 이어 "집회 내용을 보면 당초 성주를 막는다는 게 아니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반정부, 반미, 대통령, 도지사, 군수 욕하는데 군청 앞마당은 공영재산이 아니라 공공용 재산"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군수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주민들은 "주민들의 촛불집회에 왜 맘대로 전기를 끊느냐"며 "당장 오늘밤부터 전기를 다시 연결해 달라, 촛불집회 하는 사람은 성주군민이 아니냐"고 고함을 질렀다.

주민들은 또 책상을 치며 "김관용 도지사와 이완영 국회의원, 김항곤 군수가 (사드) 찬성해서 그런 거 아니냐"며 "제3부지로 하라는데 성산포대는 성주고 초전면은 성주가 아니냐"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최소한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27일까지 전기를 계속 공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 부군수는 "군청 앞마당은 공공재산으로 재산관리법상..."이라고 말하다 (주민들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


초전면 발전협의회는 김 부군수에게 "김항곤 군수가 제3의 후보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초전면 롯데 골프장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주민들은 "심장을 내주지 않고 팔다리를 내준다고 해서 몸이 정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김 군수의 기자회견을 비난했다.

결국 김 부군수는 "오늘 어려운 자리에 찾아와서 죄송하다"며 "초전면민의 뜻은 충분히 알고 가겠다, 욕을 하시지만 언제 또 다른 일로 초전을 찾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좋고 현명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발전협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촛불이 꺼지면 사드가 올 수 있다며 매일 밤 성주군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적극 참석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초전면 주위에 더욱 많은 현수막을 걸어 주민들의 의사를 알리고 오는 27일 열리는 인간띠잇기 행사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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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곤 성주군수가 지난 22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산포대 대신 제3의 부지를 선정해줄 것을 국방부에 공식 요청한 후 성주군 내에 '성주사드 제3지역 추진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 조정훈


제 3후보지로 여론 돌리려는 움직임 '조직적'

한편 김항곤 군수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부에 성산포대 대신 제3의 부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성주군 노인회가 환영하는 등 제3후보지로 여론을 돌리는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군수의 기자회견 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3일 새벽부터 성주읍 주변에 '성주사드 제3지역 추진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3지역 추진위의 구성원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제3지역 추진위는 '지역경제 다 죽는다, 제3지역 이전으로 지역경제 지켜내자', '대안없는 반대투쟁, 성주경제 고사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23일 새벽부터 성주군 내에 내걸었다.

성주군노인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를 반대하는 군민과 제3지역 이전을 요구하는 군민들 간의 갈등은 심각한 지역사회 문제점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성주지역 내의 제3지역 검토를 국방부에 공식 요청한 김항곤 군수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성주군 노인회는 이어 "성주군 안보단체협의회, 유림단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완영 국회의원의 성명서와 기자회견 내용에 의견을 같이 한다"며 제3의 후보지를 결정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 공동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던 이재복 노인회 회장도 제3의 후보지에 찬성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드 투쟁위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이 회장은 지난달 15일 황교안 총리 등이 성주군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한 뒤 '외부세력' 이야기를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성주 사드 #초전면 #제3 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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