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른다고 실토한(?) 박 대통령

[주장] '북한붕괴론' 혼란만 일으켜... 현 정부에 한반도 평화 기대 접어

등록 2016.08.24 18:32수정 2016.08.2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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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삼스레 '북한 붕괴론'이 떠올랐다. 이야기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부터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된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매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의 말처럼 북한은 붕괴할까. 북한붕괴론이 이야기되는 시점에 북한 정권의 붕괴와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황장엽이 망명했다, 북한이 붕괴했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사진은 2006년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영민포럼 창립 세미나 '북핵 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할 당시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저격을 당하고 박정희 정권이 붕괴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즉시 정권의 성격을 그대로 계승했다. 박정희 정권은 붕괴했지만, 대한민국은 붕괴하지 않았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다고 해도 북한의 체제 자체는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만약 북한에 리비아나 시리아 같은 사태가 일어나고, 북한에서 '대량 난민탈출'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과연 환영해야 할까. 이것은 대한민국 자체와 동북아시아 인접국에도 정치, 사회, 경제분야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동 난민 사태를 봐도 이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당연히 대한민국이 바라서도, 추구해서도 안될 일이다. 대한민국의 통일 관련 정책이 북한 붕괴를 전제해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최근 북한의 부대사급 외교관 하나가 망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언어도단의 극치로 보인다. 과거에도 상당수의 유사한 망명이나 귀순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북한의 동요를 우려하는 여론은 있었으나 그런 일을 실제 발생하지 않았다. 황장엽의 망명을 상기해보자. 황장엽이 망명했다고 해서 북한이 붕괴한 건 아니지 않은가.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22일 발언은 아전인수 격 선전인 것이다.


북한의 특성 이해하지 않고 논하는 붕괴론은 '허구'다

지난 6월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당시 미사일 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의 모습. ⓒ 연합뉴스


북한에서 정권교체나 체제의 붕괴가 가능할 수 있을지를 논할 때는 아래와 같은 북한 사회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북한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체제라기보다 모택동 체제가 모택동 주의를 중심으로 전개해 왔듯 '김일성 주의'에 입각해왔다. 둘째로 북한 정당의 성격을 봐야 한다. 중국의 당이 대중성격의 당(Mass Party)이라면, 북한의 당은 보다 소수정예(Elite Party) 정당 성격을 보인다. 셋째, 북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아주 촘촘히 조직화된 사회다. 즉, 우리가 말하는 소년단에서부터 청년단, 부녀 단, 노·농 적위대 등 물샐 틈 없이 구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일종의 유사 종교사회라고 볼 수 있다. 지도자가 김일성 이후 신격화돼온 것이다.

쿠바는 50년 이상 붕괴하지 않았다. 카스트로가 90세로 건재해 있다. 미국이 시리아를 지옥으로 만들면서 이스라엘을 위해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추구하고 있지만, 정권은 붕괴하고 있지 않다. 북한 정권이나 체제 역시 그렇게 쉽게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박근혜 대통령이 바라듯 붕괴한다고 해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은 중국이 남한보다 즉시 개입해 누구보다 먼저 대처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백을 최단시간 안에 메워 북한의 안정을 회복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바라는 대로 순식간에 체제에 균열이 생겨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그 붕괴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수습이 빨리 이뤄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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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 당시 "통일은 대박"이라고 규정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북한 붕괴론을 꺼내들었다. ⓒ 청와대


북한 붕괴 시 따라오는 민족적·국가적 혼란을 예측하고, '북한 붕괴 시나리오' 같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공론화하지 않는 것이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주권의 핵심인 전작권을 미국에 내어주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24일 새벽 북한이 SLBM을 발사했는데 AFP는 "기술적 진전"을 언급하고, AP와 로이터 통신은 "놀라운 발전"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이 의심되는 사드가 과연 SLBM을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관계 회복 그리고 균형 외교가 국민 통합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진정한 국익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국가 지도자는 원대하고 대승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매진해야 한다. 취임 초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 그의 행보를 보면 취임 초 목표는 온데간데없다. 한반도 평화와 통합에 대한 약속 그리고 그를 위한 철학,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취임 초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면 목표의 실현 방법을 수정 보완을 해야지 방향을 돌려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 와중에 북한붕괴론을 띄운 것은 이 정권이 북한 체제의 성격과 특성에 정통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박근혜 정권을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북한 전문가나 세계적인 언론이 북한 붕괴 가능성이나 임박성을 논하지 않고 있다. 결국 박근혜 정권만 북한 붕괴론을 주창해 국내 긴장을 고조하는 결과만 낳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권은 북한의 비핵화에도, 한반도의 평화정착에도 실패했다. 민족적 목표인 통일대업은 이미 크게 역행됐다. 이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은 다음 정권에서나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대화님은 현재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로 전 UN 관리였습니다.
#박근혜 #북한 #붕괴 #통일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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