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마다 떠들썩, 요즘 한강변에 무슨 일이?

[서울 '혁신'시, 무엇이 달라졌나 23] 밤도깨비 야시장

등록 2016.08.26 14:41수정 2016.09.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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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깨비야시장'은 밤이 되면 열렸다가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도깨비 같은 시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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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빈 자리에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 열리면 판매자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등을 판매할 수 있도록 간이 천막이 설치되고 있다. ⓒ 유성호


이국적 음식 파는 푸드트럭 즐비... 200-300m 줄 서기도

이글이글 한강물을 달구던 태양이 저물어가고 땅거미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맛있는 음식냄새가 퍼지고 예쁜 천막 아래 차례로 불이 들어온다. 자리를 걷고 떠나려던 시민들이 다시 모여들어 한강변은 다시 분주해진다.

요즘 한강변이 떠들썩해졌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직접 가봤다.

지난 20일 오후 6시경,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오니 아주머니 5-6명이 분주하게 배달음식 전단지를 나눠주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을 지나 더위를 식히러 나온 시민들이 북적거리는 이벤트광장을 거쳐 왼쪽 마포대교쪽으로 가면 시장이 펼쳐진다.

이곳이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이다.

입구부터 푸드트럭들이 내뿜는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하고 이국적 음식 냄새들이 코를 자극한다. 일본음식 야키소바, 중국음식 탄탄면, 멕시코 음식 타코, 하와이언 스테이크, 라오스 음식 로띠 등 가벼운 외국 음식들이 많다. 싼 것은 2000원, 비싼 건 9900원 정도다. 문을 연 지 1시간도 안됐는데 벌써 줄이 20-30m 이상이나 서 있다.

셰이크, 커피, 에이드 등 음료를 파는 트럭도 여기저기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망 좋은 고급레스토랑에서 시원한 한강 바람을 맞으며 식사하는 기분이 들지 않냐"며 "잘 나가는 푸드트럭 앞엔 늦게까지 줄이 200-300m 서기도 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30여 개의 푸드트럭이 모여선 먹거리 시장을 지나면 붉은 천막 아래 두 줄로 늘어선 각종 공예품 가게 70여 곳이 기다리고 있다. 캐리커처, 가죽공예, 도자기공예, 귀금속공예 등 다양한 핸드메이드 상품들이 시민들을 유혹한다.

공예품 시장을 지나면 다시 푸드트럭 먹거리 시장이 기다리고, 한강변 공연장에선 인디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술공연, DJ공연, 퓨전팝공연, 전통남미음악 등 매주 다른 장르의 공연이 준비된다고 한다.

밤이 되면 나타났다 곧 사라지는 시장... 서울 시내 4곳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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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상징하는 도깨비 인형이 시장 입구에서 시민들을 반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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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매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6시~11시까지 열어 판매자들의 다양한 수공예품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 유성호


한강의 '밤도깨비야시장'은 작년 가을 박원순 시장의 일자리대장정 기간 중에 시범 실시했다가 반응이 좋자 올해는 한강을 비롯해 동대문DDP, 목동운동장, 청계광장 등 서울시내 4곳으로 확대시행하고 있다.

한강, 동대문DDP, 목동운동장 등 세 곳은 매주 금·토 이틀간 열리며 청계광장은 5, 7, 9, 10월 금·토·일에 열린다. 시간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만 운영한다. 말 그대로 밤이 되면 도깨비처럼 나타났다 도깨비처럼 사라지는 시장이다.

4곳의 시장마다 저마다 특색을 강조해 한강은 다양한 외국 음식, 동대문DDP는 패션, 목동운동장은 레포츠 등으로 차별화했다. 청계광장은 시즌마켓으로 지난 5월엔 '가족', 7월엔 '오싹나이트' 등으로 계절별 분위기를 연출했다.

밤도깨비야시장을 처음 연 한강은 모두 합쳐 112개의 가게가 문을 열고 있으며, DDP는 102개, 목동은 45개, 청계광장은 60개가 성업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에만 금요일 3만 명, 토요일 5만여명의 인파가 몰린다고 하는데 기자의 눈에는 그를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 덕분에 잘 되는 푸드트럭은 1일 5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고.

이소연씨(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1)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친구들과 왔는데, 의외로 야시장이 있어 푸드트럭에서 파는 스테이크로 저녁을 해결하고 신기한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주말에 야시장이 열린다는 기사를 보고 더위도 식힐 겸 가족과 함께 찾아왔다는 박은수씨(서울 마포구 상암동. 30)는 "피서도 하고 재밌는 구경도 할 수 있어 좋더라"면서도 "푸드트럭에 줄이 워낙 길게 서 있어 거의 1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품평회 거쳐 입주 업체 선정... 카드결제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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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판매자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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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판매자가 스마트폰 단말기를 이용해 소액 요금까지 즉석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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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푸트드럭이 모여 한식·중식·일식·양식 등 다채로운 세계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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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길거리 음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라오푸드트럭'. 한강밤도깨비야시장에는 이같은 푸드트럭 30여개가 성업중이다.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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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이곳에 아무나 들어와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사업 땐 서류심사만 했으나 밤도깨비야시장이 시민들의 각광을 받자 올해부턴 음식전문가, 바리스타, 디자이너, 공예분야 교수 등 시민·전문가 심사단을 꾸려 품평회를 거쳐 입점 업체들을 엄선했다.

업체들은 모두 사업자등록을 하고 해당 자치구의 영업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카드결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형 잡상인이 아닌 합법적인 상인들인 만큼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때려치우고' 친구와 함께 장사에 나선 '라오푸드트럭' 주인 이휘원씨(28)는 "라오스 여행 때 맛본 길거리음식 바나나팬케잌(로띠)과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며 "둘이 하다 손이 달려 지금은 친동생과 친구 등 5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밤도깨비야시장에 들어오기 전에는 길거리에서 장사하다 쫓겨난 적도 있지만 이제 그런 걱정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며 "여기 들어오고 싶어하는 푸드트럭들이 많은 만큼 내년에도 품평회에 합격할 수 있도록 음식 개발 등에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예품 천막에서 목걸이, 팔찌 등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훈선씨(28)는 "원래 블로그에서 상품을 판매할 땐 잘 안 나갔는데, 야시장에 나오면서 전통적인 컨셉트로 바꿨다"며 "아무래도 주최측이 홍보나 시설 면에서 많이 신경써줘 큰 어려움 없이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상공인과 전민재 주무관은 "처음엔 타 도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시작한 야시장 사업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전국 지자체나 언론에서 문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올해는 4곳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목표이며 내년은 7곳, 후년엔 10곳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는 시가 주도적으로 운영해왔지만 향후 시는 장소만 마련하고 참가 업체들이 스스로 운영비를 조성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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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밤도깨비야시장'은 서울의 야경을 즐기면서 연인들이 데이트하기에 좋은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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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판매자들이 손수 만든 수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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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찾아 판매자들이 손수 만든 핸드메이드 상품과 수공예품 등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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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찾아 무더위를 식히며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 유성호


#밤도깨비야시장 #푸드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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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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