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대가'가 강조하는 21세기에 꼭 필요한 교육

[미완의 민주주의-그대의 목소리를 찾아라]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등록 2016.08.24 19:51수정 2016.08.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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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힘의 논리로 억압하지 않는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고자 세계의 지성들을 만난 것으로 2013년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를 펴냈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날 더욱 다가오는 석학의 조언이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희망하기에 당시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공개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글을 쓴다. [편집자말]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늘 하기 어렵다. 세상이 곧 아이를 키우는 마당이자 교실이라 생각하기에 온 분야에서 작동되는 힘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낀다. 무엇을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머뭇거리게 된다. 어쩌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모든 일이 곧 교육을 변화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쓰기의 무게에 짓눌린다. 아이와 함께 지켜나가야 하는 삶의 태도이기에.

우리 시대는 불안을 먹어야 유지되는 무한경쟁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이기에 불안은 자가발전되고, 이를 잠재울 사회 안전망과 공동체 의식은 시장 논리 속에서 오히려 경쟁 주체로 출렁인다.

입시정책이 교육을 대표하는 지표가 됐다. 특정 대학 졸업생이 의회를 채우고, 내각을 이루고 정부와 기업의 주요 자리를 차지한다. 내일의 안정은 곧 명문대 입학이라는 등식이 반세기 넘도록 견고하다.

계층 이동이 가능한 문 가운데 그나마 열려 있다고 여기는 곳이 대학이다. 시험을 통해 선발되니 손에 잡히는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이도 부의 세습과 발맞춰 닫히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안정적인 양육환경, 문화적 혜택, 사교육비를 견뎌낼 경제력에 따라 성적이 예측된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결과 중에 '가구 소득과 어린이의 뇌 크기가 뚜렷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보고가 2015년에 나왔다. 결국, 가난할수록 중요한 뇌 발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점점 닫힌 사회로 진입하는데, 교육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모순되게도 현실이 갑갑하고 억울하기에 교육은 희망이 돼야 한다. 20년 뒤의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는 전조를 느끼기에 지구 자원의 풍요를 가장 많이 낭비한 기성세대는 경쟁의 가속도 속에서 교육을 구출해야 한다. 그 시작은 학교가 아닌 각자의 생활 속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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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미하이 ⓒ 안희경


이번 회에 만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선생은 학교 교육의 세 가지 주요 어젠다를 전하며 사회의 공정한 환경을 덧붙였다. 칙센트미하이는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창조(creativity)'의 대가이다. 몰입(플로우 Flow) 이론을 확립했고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등의 나라에서 그의 이론을 교육정책으로 실행하고 있다. 그는 창의력, 창조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창의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 시기 그 누군가가 창의력을 쓰고 싶을 만큼 마음이 일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어느 한 시기, 느닷없이 한 도시에서 창의성이 번성한 때가 있었다. 그리스의 아테네, 이탈리아의 피렌체, 프랑스의 파리 등이 그렇다. 갑자기 수많은 창의적 기운이 과학·예술·철학·인문 등에서 불붙듯 일었다. 이는 그 시대, 그 공간에 느닷없이 창의적인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 아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경제적으로, 제도적으로 창조적 기운이 일어날 바탕이 되었고, 거기에 리더의 지도력과 대중정서가 맞물림으로써 일어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우리는 그 시대를 '르네상스'라 칭송한다.

미래의 힘이라고 강조되는 '창조', '창의력'은 동기가 부여되는 사회 속에서 가능하다. 칙센트미하이 선생은 교실 속에서의 학습 동기 역시 바른 사회, 공정한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적 동기를 부여하라는 조언이다. 현실은 불평등 구조이다. 그러하기에 염치없지만, 다시 한 번 교실의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세워내야 할 것이다.

"21세기, 함께 사는 법을 교육하자!"

행복과 창의력 연구의 권위자로 미국 정부의 교육 방향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조언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당부이다. 그와의 대담은 2012년 4월 9일 낮 12시 클레어몬트대학교 피터드러커대학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문제는 문화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무엇이 필요할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들이 25살이 됐을 때는 완전히 다른 지식정보 체계가 필요할 거예요. 한국뿐 아니라 모든 곳에서 큰 문제죠.

컴퓨터는 정보를 자세하게 전달합니다. 그렇지만 이를 사용하고 연결짓는 거는 아직 우리가 가르쳐야 하죠. 그런데, 우리는 잘 못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정보를 과목으로 나눠서 다뤄왔으니까요. 경제, 역사, 물리, 생물 이렇게요. 모두 분리해서 훈육합니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하나로 고려되어야 해요. 경제는 앞으로 대기, 물 환경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문제는 물리학자 생물학자 화학자들이 더 잘 알지요. 더 이상 분리해서 고려할 수가 없어요. 분할된 지식의 장이 아니기에 이들은 통합되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난 2천 년 동안 표준이었던 수동적인 학습이 이제 더는 효과가 없다는 거죠. 지금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흥미를 활용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학교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교육해야 하구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습을 개인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공부하고 읽고 쓰고 혼자 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여럿이 함께 헤쳐나가요. 현대에는 혼자 해 나갈 수 있는 작업이 거의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아이들도 여럿이 함께 하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아이들은 혼자보다 여럿이 하는 걸 훨씬 더 좋아해요. 우리 교육 시스템은 대부분 개별 활동에 맞춰져 있습니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학습하도록 길을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경험을 갖도록 팀별 학습 방법도 마련해야 합니다. 귀 기울이고, 협력하고, 과정에 참여하는 법을 배우는 거죠. 각자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요.

제가 한국이나 미국의 지도자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점은요. 나라의 안녕은 그리 많은 부분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겁니다. 반대로 국민이 자기 삶을 의미있게 느끼는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가에 달렸어요. 각자 사회적인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가 그 점입니다. 빈부차가 매우 커진다는 의미는 90%의 사람들이 희망을 잃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들은 말하죠.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아마도 한국에서도 이런 교육을 강조할 겁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학습이 아니라 독단적이고 구속적인 방식으로 위에서 주입하는 방식요. 만약에 이런 교육을 한다면,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에 당신네 사회에 창조력이 자리 잡지도, 제 역할도 못한다면, 좋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겁니다.

'창조'는 단순히 새로운 생각이나 신제품처럼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것을 개발하는 일이 아니에요. '창조'는 세상을 좀 더 마음이 가도록 진전시키고, 인류에게 살갑도록 만드는 겁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20년 동안 '굿 프로젝트' 일을 해왔다. 세 가지 선(善)에 관해 이야기한다. 바른 사람, 바른 노동자, 바른 시민이 되자고. 바른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 돕는 것이며, 바른 노동자는 훌륭하고 참여적이며 도리에 맞게 사는 삶을 위해 공정한 방식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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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미하이 ⓒ 안희경


바른 시민이 되는 것은 규칙과 법을 알고, 보살피며,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활동해 온 선생의 오랜 절친한 벗인 하버드대학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세 가지 선(善, the good)에 대해 요약하기를 '어떻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 가지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바른 사회가 된다는 그들의 신념이다.

이들의 활동은 '좋은 시민의식'이라는 방향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다. 현재의 자본주의가 규제를 풀어가며, 시장의 힘을 강조하는 데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할 전문분야가 있다고 말한다. 청년기와 장년기를 바쳐 이뤄낸 창의성을 추구하는 교육이론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마련하기 위해서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선생의 부탁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되고, 성공하는 것도 수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사는 이 우주와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한 부분이 될까? 나뿐 아니라 다른 모두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남을 돕고 이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바른길 (선(善), the good)이죠. 아니면 우린 그저 이 세상을 소비만 하고 떠나게 돼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다 파헤쳐진 산업 황무지만 남긴 채로요.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를 두려워하며 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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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경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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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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