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풍자로 벌금 30만원, 반성하지 않겠습니다

1년간의 재판 끝에 최종판결 선고... 차라리 구치소로

등록 2016.08.26 10:52수정 2016.08.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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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풍자포스터 풍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웃어버리는 것인데... ⓒ 이하


나는 예술가다. 웹툰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행드럼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술집을 운영하면서 직접 요리도 하고, 때로는 탭댄스로 공연을 하기도 한다. 곧, 나는 표현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2년전 나는 서울 신촌의 한 건물 옥상에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내용의 전단을 거리를 향해 뿌렸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려 하는 현 정부를 향한 일종의 외침이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하나의 뜻으로 단결되는 사회는 내게 매우 무서운 세상이다. 그것은 나처럼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

그 사건 이후 1년 뒤, 나는 느닷없이 벌금납부 명령서를 받게 되었다. 자그마치 300만 원짜리 벌금이었다. 무혐의로 끝난 사건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수사 되었고, 곧 검찰의 약식기소로 이어졌다. 나는 그 당시 제주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체념하고 벌금을 납부하든지, 아니면 제주의 생업을 반포기하고 서울을 오가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할지를 택해야 했다. 어떤 길을 택해도 내게 그다지 이익이 되는 길은 없었다. 단, 얻지는 못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것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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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대상으로한 예술 퍼포먼스의 대가는 벌금 300만원이었다. ⓒ 강드림


그것은 예술가로서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자유였다. 이런 일로 한번 위축되는 순간, 다음부터는 불필요한 고민과 고려를 하게 될 것이다. 자연히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세계는 좁아진다. 그것은 더 이상 창조인으로써의 성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은 1심에서 벌금 30만 원으로 감액이 되었고, 검찰의 항소로 2심까지 갔으나 끝내 벌금 30만 원으로 확정되었다. 딱히 이겼다고 보기도 애매하고 졌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결과였다. 수차례 법원을 드나들며 든 생각은 일종의 허무함이었다.

뭔가 대단한 법리를 다투는 공방이 벌어지는 것도 아닌 지극히 형식적인 물음만 몇 차례 오간 뒤 끝나는 식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검사. 위편에 앉아 있는 판사. 그들도 남들처럼 직장에 출근한 전형적인 생활인의 모습이었다. 대단한 어떤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저 나를 귀찮게 만들려던 것이었구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30만원으로 감액 되었지만... 이걸로 끝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강드림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미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주의 생업을 황급히 정리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기까지 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벌금 30만 원을 납부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시간이 1년 가까이 지난 탓으로 이미 이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잊힌 일이 되었다. 어쩌면 나는 말 그대로 '까불다가 혼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끝나는 것은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좀더 까불어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벌금 30만 원을 납부하는 대신 구치소에 수감되는 노역을 택하기로 했다. 30만 원은 가난한 예술가인 내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일 뿐더러 그것을 순순히 납부하는 것도 쉬이 용납되지 않았다. 저들이 나를 괴롭혔듯이 나 역시 저들을 괴롭힐 생각이다.

나의 예술행동을 표현의 자유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 답답한 나라의 현실을 조롱하고자 나는 구치소에 수감되기로 했다. 자유를 얘기한 대가로 자유를 억압당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제대로 된 법이냐고 몸으로 따져 묻는 것이다.

아마 그 속에서도 이런저런 충돌이 예상된다. 미안하지만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 역시 당신들을 곱게 놔줄 생각이 없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겁먹고 다른 행동들을 주저하게 된다면 그것이 진짜 패배라고 생각한다. 딴지총수 김어준의 가르침대로 나는 쫄지 않는다.

웃으면서 싸우는 사람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 강드림


#강드림 #이하 #박근혜포스터 #인간실격패 #반정부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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