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공기 1년 단축, 스크린도어 부실 낳았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 결과보고회... "책임의 사슬 정점에 서울시와 중앙정부"

등록 2016.08.25 15:09수정 2016.08.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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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한 결과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부실시공을 낳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2011년 7월 민선 5기 취임 1주년을 맞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자회견 장면. ⓒ 유성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완공 시점을 1년 무리하게 앞당긴 결과로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부실시공을 낳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구의역사고 이후 구성된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 단장 권영국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연 진상조사 결과보고회에서 밝혀졌다.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설치 완료 후 4개월 동안 발생한 사고 및 장애 건수가 1812건에 이르렀고 744건의 부실시공이 확인됐다며, 이를 시공감독과 감리의 소홀 내지 부재의 결과로 꼽았다.

진상조사단은 특히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설치 후 5단계 시운전 중 '현차시험'(실제 차량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시험)이라는 가장 중요한 절차를 누락했는데, 이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스크린도어 사업을 당시 오세훈 시장이 완공시점을 무리하게 1년 앞당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준공검사 과정에서도 공인기관 시험성적서에 진동시험, 분진시험, 내습시험 등 환경영향시험에 대한 사항과 열차운행 안전성에 관련된 제반시험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자체 시운전 완료보고서에서도 적합 판정만 있고 누가, 언제, 시험계측결과 수치값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조사자의 서명날인도 없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승객과 작업자 안전에 가장 필요한 '관제에서 스크린도어 상태를 인지할 수 없고 열차 자동멈춤 기능을 가진 시스템도 없는' 설계 속에서 근본적인 안전의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것이다.

서울지하철 양대 회사 중 하나인 도시철도공사의 경우도 부실시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상조사단은 도시철도공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크린도어라는 것도 거짓말로 드러났고, 저가입찰 방식을 선택하여 한 해 3천 건이 넘는 장애와 사고 기록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으면 열차가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첨단 신호체계인 자동열차운전장치(ATO)를 구축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실제는 157개 역사 가운데 30곳만 제대로 작동하고 나머지 127곳은 진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광고수익률 높이기 위해 고정문 설치, 정비원 탈출구 없애"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상조사단은 공기업의 각종 안전관련 설비의 시공, 개보수, 정비 등에 대해 항상적으로 비용 중심의 심사를 진행했던 서울시와, 공공부문을 자본논리에 따라 관리하려 했던 중앙정부가 '책임의 사슬'의 정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은성PSD 등 서울메트로의 분사화는 2008년 서울시의 지하철 인력감축 계획에 부응하여 기획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스크린도어 관리업무가 외주화됐다. 이 과정에서 인력부족은 일상적이었으며, 장애 통보 후 1시간 이내 미도착시 지연배상금, 동일장애 3회 발생시 배상금 지급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계약이 은성PSD에 강제됐다. 그 결과 정비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위험을 감수한 채 선로측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란 이름으로 서로 연계된 업무임에도 자의적인 구분에 따라 핵심 업무와 주변 업무로 나누고 주변 업무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내지 외주화를 강행한 책임을 물었다.

스크린도어의 설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의 고정문은 광고업체 유진메트로컴의 광고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으며, 이로 인해 정비 작업자의 비상시 탈출구마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의 매뉴얼은 일관성이 없어 정비 작업자가 어디 도착하면 누구에게 통보하라는 것도 자주 바뀌었으며 마스터키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빼쓰면서 작업하라고 했다고 지적됐다. 1인작업으로 할 건지 2인1조로 할 건지 작업유형에 대한 판단도 정비원 스스로 하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결국 은성PSD 작업자들에게 최고의 선은 '빠른 장애처리'였으며 은성PSD 내부에는 선로측 작업이 충분히 수용가능한 정도의 위험이라고 여기는 '정상적 일탈'이 만연해 있었고 서울메트로 역무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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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 수리작업 도중 사망한 김군을 추모하는 추모쪽지와 국화꽃이 놓여있다. ⓒ 권우성



"인력 문제 해결 위해 고교 실습생 채용, 중식비도 안줘"


대책위는 외주사 은성PSD와 서울메트로 간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관리업무 계약에는 '위탁(도급)'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지만 실질은 도급을 위장한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은성PSD는 전적자들을 관리하고 신규 인력을 모집하여 서울메트로에 공급하는 정도의 노무 관리만 수행했을 뿐 서울메트로가 실질적으로 경영권, 인사권에 개입했으며 업무지시, 작업배치관여, 주요 기자재 및 설비 제공, 업무 평가, 임금 등 노동조건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외주화 자체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초기 인력산정도 휴무나 장애발생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져 외주화로 운영되는 은성PSD의 스크린도어 업무는 필연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 없었다.

인건비 절약과 2인1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고용한 전문계고 실습생 고용도 도마에 올랐다.

이때 채용된 실습생은 모두 21명으로, 그들의 급여는 120만원에 불과했으며 연차수당·휴일수당은커녕 중식비조차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하루 종일 2인1조 근무수칙을 이유로 선임들을 따라다녀야 했고 점심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나이든 직원들의 차별적 언행에 시달려야 했으며 장애 신고가 들어오면 어린 사람부터 무조건 작업에 나가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영 전환했지만 무기계약직 등 차별 여전... 전적자 배제도 문제"

구의역사고 이후 서울시는 안전업무직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문제는 여전하다는 게 대책위의 지적이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은 보장돼 있으나 승진 등 기타여건에서 차별적 대우를 전제하고 있으며, 서울메트로에서도 낮은 위계에 처하므로 (정규직과의) 상호 협조관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정규직들은 여전히 이 업무를 자신과 연관이 없는 별도 업무로 인식해 '위험'에 대한 개선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책위는 직영화 과정에서 전적자들을 우선 배제하고 업체 채용자 중에서도 13명을 신규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시 진상규명위원회의 '고용승계의무 원칙 재확인'이라는 권고안에도 위배되고 서울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메트로의 PSD업무 직영 인원인 146명은 고장발생률이 현저히 낮은 유진메트로컴 민자역사의 인원기준(역사당 1.5명)을 적용해서 산출한 것이므로 2인1조 작업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는 인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책위는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애초에 인력충원 없이 신호 업무에 스크린도어 업무가 추가됐기 때문에 인력부족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이날 보고회에서 ▲정시운행에서 안전운행으로 기조를 전환할 것 ▲유지보수 시간 확보를 위해 심야연장운행을 폐지할 것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ATO시스템 연동 ▲안전업무직 노동자 정규직화 등 개선대책 권고안을 서울시에 제출할 예정이다.

진상조사단은 오는 10월말까지 지하철의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민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지난 2개월간 서울 10개 지하철 역사에서 진행한 구의역 참사 재발방지 서명운동에서 모은 1만9천명의 서명을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했다. 또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엔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서 고 '김군'의 위령표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구의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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