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일만에 사과한 김무성 "오보 확인없이 발언해"

법원 결정 따라 '강경노조 탓에 폐업' 발언 사과, "콜트콜텍 문제 해결 위해 노력할 것"

등록 2016.08.26 12:30수정 2016.08.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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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 위해 입장하는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법원의 강제조정에 따라 "강경노조 탓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던 자신의 발언을 공식 사과했다. 그의 옆에는 327일 만에 사과를 받게 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서 있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트악기와 콜텍의 폐업이 노조 때문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발언해 두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강경한 노조가 제 밥그릇 늘리기에만 몰두한 결과 건실한 회사가 아예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며 "콜트악기, 콜텍 이런 회사들은 모두 이익을 많이 내던 회사인데 강경노조 때문에 문을 아예 닫아버렸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법원도 콜트악기와 콜텍의 폐업에 대해 "노조 파업 때문이 아니라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해 공장이 문을 닫았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판단을 인용해 김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또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1년 가까이 천막 농성을 진행해 왔다. 이는 지난 7월 '김 전 대표가 공개 장소에서 콜트콜텍 노조에 사과를 표명해야 한다'는 서울남부지법의 강제조정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를 사회적으로 매장한 발언, 지금이라도 사과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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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에 따라 공개사과에 나선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하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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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악기 노조 옆에 선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왼쪽은 이날 회견에 동석한 방종운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장. ⓒ 남소연


다만, 김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잘못을 언론에 돌리는 궁색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언론이 콜트악기와 콜텍의 폐업을 '강성노조 탓'이라고 한 것을 검증 없이 그냥 인용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제 발언은 2015년 9월 2일 모 언론에 상세히 보도된 내용을 보고 발언한 것인데 해당 언론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해 보도했고 나중에 정정보도를 했다, 그 언론 보도가 있었더라도 공식석상에서 발언할 때 미리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잘못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평소 소신인 노동개혁을 얘기할 때마다 늘 노동계와 함께 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과 국회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당해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종운 콜트악기 지회장은 "진심 어린 사과에 우선 감사의 말을 전한다"면서도 "(부당해고 이후) 10년 간 저희들의 삶은 파괴됐음에도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이어왔는데 (강경노조 탓에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우리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발언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억울한 마음에 58일을 단식했고 저희들의 마음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의 동조단식 84일 등 총 124일 단식을 겨울의 문턱까지 진행했는데 아무 대답도 없던 새누리당과 김 전 대표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찌를 듯 했다"며 "327일인 오늘 지금에 와서야 사과함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즉, 김 전 대표가 법원의 강제조정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공식 사과를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20대 국회, 더 이상 정리해고로 거리 내몰리는 노동자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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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사과' 수용한 콜트악기 노조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그러나 방 지회장은 이번 사과를 계기로 콜트콜텍 부당해고 문제가 해결되는 시발점이 되길 희망했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지난 2007년 폐업 및 부당해고 이후 3495일 동안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우리가 일했던 콜트악기와 콜텍은 세계 기타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했으며, 특히 콜트 악기는 폐업 전 한국신용평가 기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는 등 매우 건실한 기업이었다"면서 "박영호 대표는 자신은 양심적인 사업가인데, 노동조합이 생산시설을 마비시켜 바이어가 등을 돌리고 생산 물량이 줄어들어 공장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법원의 판단과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의 정정보도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또 "3495일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콜트콜텍은 국내 최장기 부당해고 투쟁 사업장"이라며 "20대 국회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이번 임기 내에는 우리의 문제를 꼭 해결해 더 이상 정리해고로 고통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를 위해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헌법 33조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고 32조에는 일하는 공간의 환경에 관한 권리도 내포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다"며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에 대한 모든 탄압을 중단해 주시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이번 사과를 계기로 20대 국회 내에서 '콜트콜텍 부당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줄 것을 국회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또 관련 간담회나 토론회, 토크콘서트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사과 기자회견 직후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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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에 따라 공개사과한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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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기자 질문 뒤로한 채...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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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문 닫아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차량에 올라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성노조 때문에 회사가 망가졌다'고 발언했고, 해당 노조는 김 전 대표의 문제 발언에 대해 즉시 소송을 걸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이날 김 전 대표가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 남소연


#김무성 #콜트콜텍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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