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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보증수표 '공블리', 여전히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TV리뷰] 공블리의 힘으로 산뜻하게 출발한 <질투의 화신>... <파스타>와 다를 것 없는 아쉬움

16.08.26 18:12최종업데이트16.08.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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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질투의 화신>은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 SBS


<질투의 화신>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한 여성을 사이에 둔 두 남성과 그들이 느끼는 질투라는 감정을 보여주며 설렘을 유발하는 공식이다. 이미 수차례 동어 반복이 되어온 설정이 지겹기도 하련만 <질투의 화신>은 이를 특유의 분위기로 독특하게 풀어내며 이 지점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남자 주인공의 유방암을 의심하는 여자 주인공 표나리(공효진 분)의 행동은 코믹 포인트로 작용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남자주인공 이화신(조정석 분) 역시 능청스러운 연기로 웃음의 한 축을 담당한다. 약간은 어이가 없지만, 그 포인트가 웃음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젊은 감각을 한껏 입힌 <질투의 화신>은 <함부로 애틋하게>를 추월하며 동시간대 2위를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뻔하지만 재밌다, 공블리니까

남녀 주인공이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역시 뻔하지만,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했던 여자 주인공. 과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여자 주인공에게 새롭게 관심이 생기는 남자 주인공. <질투의 화신>은 이런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촉발하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물론 해피엔딩일 터이지만, 그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을 웃음코드로 적절히 버무렸다. 그 안에서 연기자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이미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을 거머쥔 경험이 있는 배우들답게, 배역을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낸다. 

SBS <질투의 화신> 속 표나리 역으로 돌아온 '공블리' 공효진.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 SBS


특히 공효진은 이 드라마에서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역할로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역할이다. 모든 갈등은 공효진이 연기하는 표나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공효진은 또다시 가진 것 없지만 사랑스럽고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역할을 맡아 공효진 특유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표나리는 사실상 공효진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질투의 화신>을 집필한 서숙향 작가의 <파스타>에서도 공효진은 비슷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이 작품으로 생긴 공효진과 러블리의 합성어인 '공블리'라는 별명은 꽤 오랫동안 공효진에게 유효한 별명이 되어주고 있다.

<최고의 사랑>과 <주군의 태양>, 심지어 전문직을 연기한 <프로듀사>에서까지 공효진은 다소 빈틈이 많지만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등 자신의 재능은 다소 부족하지만,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역할이다. 그 모습에 반한 남자 주인공들은 공효진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나선다. 몰래 챙겨주고 배려해주면서 시작되는 사랑. 순수한 감정을 지닌 여자 주인공 공효진에게 그런 행운은 당연한 것처럼 묘사되고,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공효진이 사랑스러움을 극대화 시킨 작품들은 모두 성공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공블리는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흥행 보증수표로 각인되어 있다.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배우, 마냥 좋은 건 아니다

'공블리'의 힘은 이번 <질투의 화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 SBS


<질투의 화신>에서도 공블리는 유효하다. 자신을 짝사랑했던 이유로 남자 주인공에게 '쉬운 여자' 소리나 듣는다. 뿐인가. 만취 상태에서 배꼽티를 입고 기상을 중계해야 하는 위기가 초래돼도, 자신을 그렇게 만든 후배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공효진의 연기는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또 사랑스러움을 어필하는 데 충분하다. 취한 상태에서조차 자신이 해야 할 멘트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공효진의 모습이, 오히려 갈등의 도화선을 제공한다. 해당 장면은 2회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

그러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서의 공효진이 단순히 '흥행코드'로만 쓰이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파스타>에서 <질투의 화신>에 이르기까지, 공효진이 연기한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주인공은 분명 지켜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반면에 주체성과 당당함이 부족한 캐릭터로 그려지기 쉬웠다. <질투의 화신>만 보더라도 공효진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혹은 재능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남성들의 협조로 이루어진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성을 지켜주는 왕자님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기는 한다. 하지만 공효진의 캐릭터가 <파스타> 시절보다 진일보했다고 보는 것 역시 어렵다.

공효진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반복적으로 소비하면서, 공효진에 대한 이미지 소진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다.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은 식상함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이다.

그런데도 공효진의 로맨틱 코미디는 여전히 시선을 끈다. 이미 수차례 성공을 거머쥔 '공블리'라는 이름은 앞으로의 드라마 흥행에 도움이 되는 캐릭터다. 과연 공효진이 다시 한 번 공블리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질투의 화신>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공블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또' 공블리라는 점에서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 공효진의 힘을 믿으면서 동시에 그녀가 너무 빨리 반복적으로 소진되지 않기를 바란다. ⓒ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질투의 화신 조정석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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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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