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까는 게 업적, 학생이 실험용 쥐인가?"

[인터뷰] 안명균 경기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학생이 실험용 쥐? 일 터져야 안전기준"

등록 2016.08.26 21:35수정 2016.08.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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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균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이민선


"안전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뛰고 뒹구는 운동장에 화학물질을 깔고는 문제가 터지자 뒤늦게 허술한 안전기준을... 우리 아이들이 실험용 쥐도 아닌데 말이다."

안명균 경기 녹색당 공동 운영위원장이 한 말이다. 지난 25일 오후 안양시에 있는 경기 녹색당 사무실 부근 한 카페에서 안 위원장을 만나 우레탄과 인조 잔디의 유해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조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은 해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최근 학교 운동장에 깔린 우레탄 육상 트랙과 농구장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납 등의 중금속이 검출되면서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안 위원장에 따르면, 인조잔디는 정부의 국민생활체육진흥 정책에 따라 지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운동장에 깔렸다. 우레탄은 인조 잔디가 깔리면 당연히 따라오던 옵션 같은 존재다. 이때부터 환경단체 등이 반대 운동을 벌였지만, 정부나 학교 모두 아랑곳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폐타이어를 잘게 부숴서 충진제로 사용할 정도로 안전 불감증이 심각했다. 인조 잔디는 아이들 뇌 발달 등에 악영향을 끼치는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알려진 휘발성 유기 화합물 범벅이었다.

이에 환경 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자, 2009년에야 폐타이어 조각을 거둬내고 고무 알갱이로 바꿨다. 하지만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은 여전했다. 폐타이어를 걷어냈어도 어린이용 완구에 적용하는 환경 유해 물질 기준 60배가량의 중금속 등이 인조잔디에서 검출됐다.

안 위원장은 "이때서야 인조 잔디에 안전 기준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돼 안전 기준을 만들라고 항의했더니 정부가 부랴부랴 기준을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실험용 쥐도 아닌데, 저질러 놓은 다음에 문제가 터지니 안전성을 검증하는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소한 어린이 완구에 적용하는 안전 기준 마련해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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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탄 찌꺼기 붉은색 우레탄 찌꺼기가 인조잔디 의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이경호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KS(한국산업표준) 기준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검사 항목이 납, 수은, 카드뮴, 육가크롬 4가지뿐이라 여전히 안전하고는 거리가 멀다"며 "최소한 어린이용 완구에 적용하는 20가지 정도는 돼야 하지만, 이 역시 큰 의미는 없다. 그냥 걷어내고 흙이나 천연잔디를 까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 이처럼 유해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도 계속 확대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보면 아직 유해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직접적인 이유는 이게 정부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생활체육 발전을 위해 돈을 준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돈을 잘 따와서 인조 잔디를 까는 게 교장 선생님이나 정치인의 업적이 됐으니, 서로 그 돈 가져가려고 줄을 설 수밖에!

그러니 뜻있는 사람이 반대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과천에 있는 한 학교는 교사와 학부모, 시민단체까지 반대했고, 이 문제로 학교 구성원 총투표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막지는 못했다. 당시, 학교 측에서는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미 알려진 대로 그 뒤 끊임없이 중금속 검출 등 환경 문제가 터졌다. 문제가 불거져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저질러 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 누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부 정책이었으니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유해성 문제가 터지자마자 흙이나 천연잔디로 교체하자고 시끌시끌한데 이 비용도 정부가 내야 한다. 하지만 학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특히, 유해성 문제가 터졌는데도 계속 인조잔디와 우레탄을 고집하는 학교는 나중에 직접 책임지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흙 운동장으로 복원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인조잔디는 비용문제만 보더라도 무척 불합리하다. 한 운동장을 시공하는데 5~6억 원이 들고, 5년 정도인 수명이 다해 교체할 때 2~3억 원이 든다. 보수도 제대로 하려면 1년에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그에 비해 흙(마사토)은 한번 깔아 놓으면 별로 손 볼 게 없다는 장점이 있다."

- 우레탄이나 인조 잔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툭하면 논란이 되는지?
"최근 논란이 된 게 중금속 특히 납인데 어른한테도 문제지만 성장기 청소년에게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문제인데, 고무 냄새가 지독하다 싶으면 이게 많다고 봐야 한다.

건강을 위해 인조 잔디에서 축구하는 분들 많은데, 이런 분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귀한 시간 내서 화학약품을 스스로 섭취하는 것인데, 건강에 좋을 리가 있겠나! 인조 잔디는 밟히면 잘게 부서진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 더 심하다. 그게 다 어디로 가겠나? 당연히 폐로 들어간다. 실제로, 인조 잔디에서 연습한 여성 축구 선수, 특히 운동장에서 많이 굴러야 하는 골키퍼, 암 발병률이 높았다는 자료도 있다. 미국 자료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했으니, 책임도 정부가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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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 검출로 사용이 중지 된 대구 북구 모 중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아무런 출입 금지 팻말조차 설치 되어 있지 않다. ⓒ 김지형


- KS(한국산업표준)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만 지키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기준치는 '이 정도면 당장 안 죽는다, 이 정도면 당장은 별문제 없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기준치 통과했다고 '친환경 우레탄, 친환경 인조잔디'라고 하면 안 된다."

- 모든 학교 운동장이 인조 잔디는 아닌데, 주로 어떤 학교가 인조 잔디를 선호하는지?
"운동부가 있는 학교가 대체로 선호한다. 군포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유해성 논란이 일었는데도 축구부 때문에 인조 잔디를 고집하기도 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인데, 한마디로 우리나라 축구의 미래를 발암물질 운동장에 맡긴 꼴이다. 이런 학교는 유해성 논란을 비롯해 운동장 보수와 재시공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스스로 져야 한다."

- 우레탄, 인조 잔디와 관련해서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지?
"학교에 설치된 인조 잔디와 우레탄의 유해성은 그동안 충분히 지적했고 시민들도 어느 정도 문제를 인식했다. 그래서 앞으로 더 확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놀이터, 공원 등에 깔린 우레탄과 탄성 고무 같은 화학물질이다.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서 깔았는데 앞으로 환경단체, 생활협동조합 같은 곳과 힘을 모아 이를 저지할 계획이다. 시민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학학 물질에 둘러싸여 있다. 아이들에게 흙을 돌려줘야 한다."

[관련 기사]
유해 우레탄 대신 친환경 우레탄? 그런 건 없다
#인조잔디 #우레탄 #안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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