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이는 빨치산과 토벌대, 어떤 말 오갈까?

함양 벽송사, 27일 행사 ... 임방규, 최정범, 문창권, 임명근, 김기태 참여

등록 2016.08.26 18:05수정 2016.08.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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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싸움에서 죽은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 경찰과 빨치산들에게 너희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느냐고 물어보라. '자본주의를 위해' 혹은 '공산주의를 위해'라고 자신있게 말할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씻지 못한 아픔은 응어리로 우리 사이 골 깊게 파는데, 승자는 무엇이고 또 패자는 무엇이더냐? 후대 역사는 한 줄로 기록할 것이다. '외래 이데올로기에 주눅 들어 어쩌지 못한 시대'."

연구공간 '파랗게날'(대표 이이화)이 27일 오후 2시 함양 벽송사에서 '고택에서 듣는 인문학 강좌'의 하나로 '다시 만남-빨치산과 토벌대' 행사를 열기로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에서 빨치산과 토벌대로 싸웠던 사람들이 이제 황혼의 나이가 되어 다시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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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간 '파랗게날'은 오는 27일 오후 함양 벽송사에서 "다시 만남-빨치산과 토벌대"라는 행사를 갖는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만남 때 빨치산과 토벌대 출신 인사들이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모습. ⓒ 파랗게날


이번 만남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빨치산, 토벌대 출신 인사들이 참석해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 사람들한테 당시 상황과 '하고 싶은 말'을 들려준다.

빨치산 출신 임방규, 최정범씨와 토벌대 출신 문창권, 임명근, 김기태씨가 참여한다. 1950~1951년 사이 덕유산 '303부대' 소속으로 활동했던 빨치산 출신 송송학(86)씨는 지난해 행사 때 참석했고, 올해 4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임방규 통일광장 대표는 남부군 소속 빨치산 활동을 했고, '양심의 자유'를 고수하며 전향을 거부해 33년 3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최정범씨는 인민군 남원군단 작전부장 등을 지냈고, '빨치산 대장'으로 불렸으며 <지리산 달궁비트>(강동원 엮음)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문창권씨는 제11사단 향토방위특공대원으로 토벌에 참여했고 종전 후 참전군인용사회 마천지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임명근씨는 지리산토벌대 작전참모 등을 지냈고 참전군인용사회 회장 등을 지냈다. 김기태씨는 향토방위특공대 활동을 했고, 종전 후 참전군인용사회 마천지회장 등을 지냈다.


연구공간 '파랗게날'에 따르면, 지난해 만남 때 임방규 대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지키는 일 때문에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누구든 사상과 자유를 지키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만남 때는 토벌대와 빨치산 출신 인사들이 서로 경험담을 말하는 과정에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이화 대표는 "빨치산과 토벌대의 이야기를 내놓고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행사 때 보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나중에는 어르신들을 붙잡고 사진도 찍자고 하면서 감정이 풀어지기도 했다"며 "한두번 만나서 풀어질 응어리가 아니기에 계속 만남을 주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해 만남 뒤에, 함양 마천에 사시는 토벌대 출신 인사들을 찾아뵙고 식사를 대접해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어르신께서 빨치산 출신 인사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며 "그 말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그동안 수고 많았소'라는 말이라 하더라"고 전했다.

'파랗게날'은 "해방 전후 빨치산과 토벌대로 나뉘어 총부리를 겨눴던 양측 인물들을 모시고 대화를 마련한다"며 "이제 황혼에 들어선 현대사의 생존인물들을 통해, 부디 아픈 과거를 딛고 희망의 미래를 여는 혜안을 엮어 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빨치산 #토벌대 #벽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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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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