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김병관의 약진, 민주화세력에 대한 경고인가

민평련, 서울시당·여성위원장 선거에서 잇달아 '고배'

등록 2016.08.27 22:19수정 2016.08.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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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꽉 껴안은 유은혜 '패자는 없는거야'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여성위원장으로 뽑힌 양향자 후보가 선거기간 경쟁했던 유은혜 후보의 축하를 받으며 부둥켜안고 있다. 청년위원장으로 뽑힌 김병관 후보(맨 오른쪽)도 경쟁했던 이동학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10만 온라인당원'의 힘은 전당대회 마지막날에도 발휘됐다.

양향자 후보가 당선된 여성 최고위원 선거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치러진 4개 선거(당대표, 여성·청년·노인 최고위원) 중 가장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대의원 현장투표, 권리당원 ARS투표 각각 50%씩 반영되는 여성 최고위원 선거에서, 양 후보는 대의원 현장투표에서 뒤졌음에도, 권리당원 ARS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유은혜 후보를 꺾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양 후보는 눈물을 흘리며 곁에 있던 유 후보와 포옹했다.

양향자 57.08% (대의원 47.63% 권리당원 66.54%)
유은혜 42.92% (대의원 52.38% 권리당원 33.46%)

이는 20일 치러진 더민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와 매우 흡사한 결과다. 당시 김영주 후보는 박홍근 후보에게 대의원 투표에서 밀렸으나, 권리당원 ARS투표에서 이겨 최종 승리를 거뒀다. 서울시당위원장이 된 김 후보는 권역별 최고위원 5석 중 1석(서울·제주 부문)을 차지했다.

지난해 말 10만 온라인당원 쇄도가 3만 7000여 명 권리당원을 만들어냈고, 이들이 이번 지도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양향자 승리의 원동력이 된 '10만 온라인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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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양향자, 기쁨의 눈물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여성위원장으로 뽑힌 양향자 후보가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양 후보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호남'과 '문재인'였다. 2014년 삼성전자 최초의 호남·고졸·여성 출신 상무로 승진한 양 후보는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자신을 "호남민심 회복"의 적임자라고 홍보했다.

양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호남에서 이기고 싶다, 호남을 과거의 틀 속에 가두고, 홀대론이 아니면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구시대의 정치를 이기고 싶다"라며 "양향자는 호남의 미래다, 호남의 마음을 얻어 집권의 길을 개척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양 후보는 지난 18일 <오마이뉴스> 주최 토론회에서도 "호남 인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게 호남 민심이다"라고 호소했다.

한편으로, 양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설득해 영입한 인사다. 이 때문에 영입 이후부터 이번 전대까지 양 후보는 친문·주류로 분류됐다. 권리당원 ARS투표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시절부터 입당한 10만 온라인당원들은 대부분 친문 성향으로 분류됐다. 여성 최고위원 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온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의 경우에도 김영주 후보는 범주류, 박홍근 후보는 계파색이 옅은 후보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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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 번쩍 치켜든 양향자 후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여성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양향자 후보가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양 후보를 둘러싼 키워드인 호남과 문재인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이날 전당대회에서 만난 당원들은 양 후보에게 상반된 감정을 표했다. 하나는 ▲ 호남 인사로서 문재인의 약점을 보완해 줄 사람이며 또다른 하나는 ▲ 주류 독식의 지도부를 상징하며 당의 외연 확장에 도움을 못 줄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당원들의 시선은 양 후보가 처한 딜레마이자,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고 기회이기도 하다.

투표 전 만난 호남 지역 한 대의원(30대, 여성)은 "마냥 호남 출신이라고 호남을 대표할 수 있나"라며 "현재 양 후보를 상징하는 것은 친문, 주류일 뿐이다"라고 박한 평가를 내놨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만난 수도권 지역 한 대의원(50대, 남성)은 "추미애 후보가 당대표로 당선됐고, 앞서 권역별 최고위원도 주류가 독식한 상황에서, 양 후보까지 여성 최고위원에 올랐다"라며 "당 주류를 향한 호남 민심의 피로도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세력에 유능한 모습 보여달라는 당원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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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받는 김병관 청년위원장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병관 후보가 여성위원장으로 뽑힌 양향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반면, 영남 지역의 한 대의원(40대, 남성)은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이 지도부에 들어가게 돼 당 입장에서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라며 "양 후보가 떨어진 호남 민심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문 전 대표 뿐만 아니라 당의 외연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호남 지역 한 대의원(40대, 여성)도 "호남민심은 국민의당이 좋아서 총선에서 그렇게 표를 몰아준 게 아니다"라며 "더민주가 못했기 때문이니, 더민주가 잘하면 언제든 호남민심은 회복될 수 있다, 양 후보가 이번 기회에 그 역할을 해냈으면 한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당위원장과 여성위원장 선거에서 민주평화국민연대(아래 민평련) 출신 재선 의원들이 당내 경선에서 진 것과 관련해 "그동안 당의 주축이었던 민주화 세력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준 전대"(수도권의 한 재선의원)라는 평가도 눈길을 끈다.

민평련은 '재야 민주화운동 세력의 대부'였던 고 김근태 의원이 1994년 만든 통일시대국민회의의 후신으로, 그동안 1980, 1990년대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가입했다. 민평련 소속의 다수 의원들이 여성위원장 후보 유은혜 의원을 지원했고, 민평련 출신이었다가 탈퇴한 박홍근 의원도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음양으로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에 힘 입어 당선된 양향자·김병관 후보에 대해 수도권의 재선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민평련이 당내에서 세월호나 사드 배치 반대 등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며 야당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새로 들어온 당원들이 '민주화시대의 업적은 그만하면 알겠으니 이제 먹고사는 문제에도 유능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사인을 보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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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 쿨, 더민주 청년위원장 후보들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청년위원장으로 선출된 김병관 후보가 여성위원장으로 뽑힌 양향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병관 후보와 경쟁했던 장경태 이동학 후보가 이 광경을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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